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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가 안 돌아가. 왜 이러지? 먼지통에 뭔가 막힌 건가…….”
엄마가 뚜껑을 열고 먼지통을 꺼냈다. 안을 보니 낚시할 때 쓰는 바늘과 낚시찌가 들어 있었다. “어? 이게 뭐지? 겐이치 너가 장난친 거야?” 엄마가 나를 흘겨보았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범인은 아빠네.” “대체 나를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나는 내 공구함 꺼낸 적도 없는데.” --- p..6~9 “그렇다면 청소기 씨.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지? 매일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반짝 그쳤는데.” “그렇죠. 그래서 저도 오늘 장마철 여행말미 좀 내 볼까 하고요.” 청소기 얼굴이 환해졌다. “저기 말이야, ‘장마철 빨랫말미’란 말은 있지만 ‘장마철 여행말미’란 말은 없는 걸로 아는데.” 엄마는 어이없어하며 웃는다. “그렇긴 한데요. 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단 말이에요.” --- p..11~12 “어? 청소기, 할아버지였어?” 나는 명인이라는 것보다 그쪽에 더 놀랐다. “왜 할아버지인 거야?” 아빠가 캐물었다. 아빠 말에 청소기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아빠인가요?” “왜냐고 물어본다면… 그게, 참.” 아빠는 대답하지 못했다. “거봐요,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세상에는 많이 있다고요.” 청소기가 빙긋 웃었다. --- p..18~21 “그치만 다시 청소기로 돌아가면 좀 쓸쓸해지지 않겠어?” 내가 물었다. “이 나이가 되면 그 정도 각오쯤은 되어 있지.” “각오라니?” “즐거운 일 다음에는 싫은 일이, 싫은 일 다음에는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거든.” 나는 조금 놀랐다. “청소기도 청소하는 게 싫어? 나랑 똑같잖아.” 그러자 히데 할배가 입에 검지를 대고 싱긋 웃었다. “쉿, 이건 비밀이야.” --- p..68~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