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hiko Murakami ,むらかみ しいこ,村上 しいこ
무라카미 시코의 다른 상품
Yoshifumi Hasegawa,はせがわ よしふみ,長谷川 義史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다른 상품
김하루
김숙의 다른 상품
|
“가전제품 수리점이 몇 시부터지, 엄마?”
내가 그렇게 말한 바로 그때, 천천히 텔레비전 화면에 눈과 코와 입이 스륵스륵 떠올랐다. 그러더니 무서운 도사 할아버지 같은 눈으로 텔레비전이 이쪽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텔레비전, 안 망가졌거든.” “아, 깜짝! 뭐야, 이 녀석.” “이 녀석이라니, 겐이치. 내 이름은 텔레뚜비의 파란돌이. 봐, 내 눈동자가 파랗잖아.” 아닌 게 아니라, 빛이 나올 것처럼 눈동자 색깔이 파랬다. 텔레비전이 하는 말을 듣고 아빠가 히죽 웃더니, 바로 말을 받았다. “아하! 그렇군그래. 텔레토비가 아니라 텔레뚜비, 보라돌이가 아니라 파란돌이. 허허허, 요거 썩 괜찮은 녀석인걸.” 아빠는 재치 있는 말장난만 하면 무조건 괜찮은 녀석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 p.17-18 무서워 보였던 파란돌이 눈이 갑자기 축 처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파란돌이가 슝, 슝, 두 다리를 뻗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나저나 겐이치, 넌 어째 금세 알았대?” 엄마 말에 내가 샐샐 웃었다. “에이, 엄마. 그건 애들이 꾀병 부릴 때 쓰는 말이잖아.” “하긴. 근데 텔레비전이 애도 아니고 웬 꾀병!” 하더니, 엄마가 꼭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파란돌이를 째려봤다. “네, 그렇습니다. 저, 꾀병부리는 거 맞습니다. 꾀병을 부려서라도 오늘 하루 휴가를 얻고 싶어서요, 어머니. 저도 좀 쉬고 싶다고요. 그러니 오늘 하루만 땡땡이 좀 치겠습니다.” 파란돌이가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할 말을 잊었다. --- p.22-23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늘 저만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렸잖아요. 가끔은 저도 좀 놀게 해 주세요. 안 그러면 쭉 일 안 할지도 몰라요, 헹!” 파란돌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흠, 듣고 보니 그도 그러네. 겐이치, 쟤가 즐거워할 만한 일 뭐 없겠냐? 한번 해 줘 봐라!” 아빠가 슬쩍 나한테 떠넘겼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뭘 해 보여 줘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참, 겐이치. 오늘 너, 나나 생일 파티 때 수수께끼 놀이 할 거라고 하지 않았니?” 엄마가 떠밀 듯 내 어깨를 툭툭 쳤다. --- p.24 드디어 장기 자랑 시간이다. 첫 번째 발표자는 마이카. “귀신 흉내를 내겠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히히히, 킬킬킬. 항먀 훙갸 응냐 호먀~” 무슨 소린진 하나도 모르겠지만, 엄청난 괴성에 눈을 뒤집어 깐 표정이 어찌나 웃기는지 다들 배꼽을 잡고 깔깔댔다. 다음 차례는 카렌. “풍선 터뜨리기를 하겠습니다.” 그러고선 먼저 풍선을 빵빵하게 불었다. “너, 설마 진짜로 터뜨릴 건 아니겠지?” 파란돌이가 물었다. 나도 더럭 겁이 났다. 카렌은 우리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빵빵하게 부풀린 풍선을 옷 속에 집어넣었다. 점점 손에 힘을 줘 풍선을 찌부러뜨린다. --- p.34-35 나나가 부엌에서 슈크림을 가지고 와서 모두에게 나눠 줬다. 나는 물론이고, 파란돌이도 친구들도 맛있게 잔뜩 먹었다. “그건 그렇고, 내 옷은 어디로 간 거야?” 심술이가 그제야 파란돌이에게 물었다. “글쎄다. 텔레비전 속 이상한 나라에서 네 옷만 길을 잃어 버렸나 본데, 이를 어쩐다?” 파란돌이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결국 심술이는 나나 원피스를 그대로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가슴 한복판에서 커다란 표범이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고 있는 그 원피스를 입고 말이다. --- p.67 나는 파란돌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를 들면 말이야, 똑같은 친구들과 같이 있어도 공부할 때하고 소풍 갈 때하고는 기분이 다르잖아?” “맞아. 공부 때는 별로 안 즐거워.” “왜 그럴까?” “그거야 뻔하지. 공부할 때는 얘기를 나누거나, 술래잡기를 하거나, 도시락을 먹거나,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우리가 막 움직일 때 마음이 즐겁다, 재밌다, 그렇게 느껴지는 거잖아.” --- p.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