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 젖을 빼앗긴 아기
2. 책을 읽을 것입니다 3. 죽어도 괜찮은 아이 4. 다시 태어나라 5. 어찌 살 것이냐 6. 젖을 주세요 7. 타 버린 마음 8. 담을 넘는 아이 9. 울음소리의 정체 10. 간절한 이름 11. 아기를 살려 주세요 12. 담 밖으로 한 걸음 작가의 말 |
김정민의 다른 상품
이영환의 다른 상품
푸실, 글을 깨우치다
글을 모르는 채 책을 품은 아이 “태어나 처음으로 글자를 써서 기분 좋았고, 무슨 글자인지 몰라 슬펐다.” -본문에서 무언지도 모를 서책을 줍고서 늘 품고 다니던 푸실이는 책에 적힌 글자를 땅바닥에 따라 그려 본다. 그러자 치솟은 행복하고도 슬픈 감정은 글을 배울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을까. 푸실이는 아직 열두 살이지만 집안의 맏딸로서 늘 희생하고 참아야 했다. 읽지 못하는 서책은 뒷간 뒤지로나 쓰라는 어머니 아버지의 성화에도 푸실이에게는 어쩐지 그 서책이 보물과도 같았다. 먹을거리를 찾아 산을 찾은 푸실이는 어김없이 책을 꺼내 보던 중에 상복을 차려입은 양반댁 아가씨 효진이와 아가씨의 아버지인 선비와 마주치게 된다. 선비는 글도 모르면서 책을 가진 푸실이에게 언문을 배우라 말하고, 그 순간 푸실이의 마음은 배우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다. 이날의 만남이 푸실이를 비롯한 선비의 마음까지 뒤흔들게 될 거라는 사실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변화의 시작은 이토록 우연찮은 만남과 작은 말 한마디에서부터 피어난다. 푸실, 세상을 깨우치다 신분이 낮은 가난한 계집아이가 맞닥뜨린 세상 “계집애 목숨값이 사내애 목숨값하고 같니? 애초에 계집으로 태어난 죄지.” -본문에서 흉년으로 풀뿌리와 소나무 껍질을 넣어 끓인 죽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푸실이네 집. 그나마도 어머니와 푸실이는 아버지와 하나뿐인 아들 귀손이에게 양보해야 할 때가 많다. 귀손이는 일곱 살이 되었지만 병치레를 하는 동안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기 동생이 먹어야 할 어머니 젖을 독차지 했다. 푸실이는 아직 이름도 없이 ‘아기’로만 불리는 여동생이 딱하고 불쌍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어머니가 귀손이 약값 때문에 양반댁 젖어미로 떠나게 되자, 아기 동생을 지켜 내야 하는 건 온전히 푸실이 몫이 된다. 작가는 실제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유모의 처지, 어머니와 생명과도 같은 젖줄을 빼앗긴 아기의 사연을 이야기에 담아내 그 처연하고 아픈 과거의 현실을 짚어 낸다. 상황이 버겁지 않느냐는 효진 아가씨의 물음에 푸실이는 이렇게 답한다. “버겁기는 하나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원망하는 마음은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푸실이의 당찬 마음가짐은 열두 살 소녀가 맞닥뜨린 차별과 관습의 벽보다 훨씬 견고하다. 푸실, 세상에 외치다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너도 나아가고 싶은 것이냐?” “저는 다만 이 아이를 살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이 나아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문에서 ‘군자’는 예부터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 남자에게만 불리던 호칭이었다. 언문을 깨우친 푸실이는 『여군자전』의 책 속 화자인 ‘여군자’의 이야기를 줄줄 외울 정도로 수없이 읽고, 어느새 그 내용은 푸실이의 마음 깊이 진실로 스민다. 금기를 깨고 남성에게만 불리던 호칭을 여성에게 붙임으로써, 더 나아가 ‘참된 사람’이 되고자 했던 『여군자전』의 보이지 않는 ‘지은이’는 ‘푸실’에게 자신 앞에 놓인 역경을 이겨낼 용기를 북돋아 준다. “어찌 살 것입니까.” 하고 푸실이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현실 세계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혐오와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묵직한 파문이 되어 퍼져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