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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상)
초판 한정 양장본, 양장
이은소
새움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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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침이 무서운 침의
계수 의원
화냥년의 발작
아씨의 우울
심의 유세풍
전운사의 화
오줌싸개와 장군의 비밀
고시생 남편과 양처의 꿈
퇴물들의 망상

저자 소개 1

이은소 작가는 카카오페이지 장르소설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으로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작은 현재 TV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그 외에도 『학교로 간 스파이』, 『왕의 무사 귀인별』을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곳비 꽃비』는 작가의 역사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인간을 향한 믿음 위에 세워졌다. 선과 악으로 명백히 구분되지 않는 인간의 다채로운 면모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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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76g | 129*187*30mm
ISBN13
9791190473989

책 속으로

“밖에서 기다리는 병자들이 안 보이십니까?”
세엽이 마당을 가리켰다. 병자 예닐곱 명이 들마루에 앉아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 의원이 방을 나가 대청에 선 채, 병자들을 살펴보고 말했다.
“어쩌나. 지랄이 똥 싸서 비루빡에 처바를 때까지 살겠구먼.”
그런 말을 듣고도 병자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세엽은 맥진도 없이 한 번 보고 병자의 상태를 짐작하는 계 의원이 못 미더웠지만 병자들의 반응을 보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았다.
“지금은 왕진을 가야 하니 이따가 와.”
병자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다녀오시라며 돌아갔다. 계 의원이 방 안으로 들어와 세엽을 향해 눈을 흘겼다.
“이제 됐냐?”
“다른 병자들은 안 보실 겁니까?”
“또 누구?”
계 의원이 인상을 썼다.
“구급한 병자들이 오면 어떡합니까?”
“병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병자의 심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병자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병자가 사연을 털어놓으려면 상대를 신뢰하고 친밀하게 여겨야 하지요. 저보다는 여인인 아씨를 편히 여길 겁니다. 죄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주십시오.”

“밥값 해야지.”
“병자들 받고, 안내하고 있잖아. 계수 의원에서 이 일 할 사람은 예쁜 나밖에 없어. 나 아니면 누가 해?”
“착각이 지나친 것도 병이야. 지랄병이 발광 나서 용트림하다가 똥간에 처박히는 것보다 더 큰 병이야.”
“그럼 내 이름을 왜 입분이라고 지었대?”
“네 어미가 지었지, 내가 지었냐? 내가 지었으면 못난이지.”
“어이구, 아버지 맞아?”
“아니, 다리 밑에서 주워왔잖아. 아버지 말 안 듣고 놀 궁리만 할 거면 다리 밑으로 가.”
“아버지나 가셔.”
계 의원과 입분이 티격태격한 끝에 입분은 ‘예쁜’ 얼굴로 병자를 안내하는 일만 했다.
“풍아, 색시 왔다니까.”
할망이 방문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할망, 이제 색시 안 와. 올 필요가 없어.”
세풍이 고개를 저었다.
“왔다니까. 풍이를 찾는다니까.”

“부인, 인간사가 참 공평하지 않지요. 둘 다 가질 수 있는 사람, 하나를 가지고 하나를 잃어야 하는 사람, 둘 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지요. 그래도 부인께는 아껴 주시는 부군이 계시잖아요. 부군의 병이 나으면 아이도 가지실 거고요. 부인의 삶은 결코 실패한 게 아니에요. 희망은 얼마든지 있어요. 없는 하나를 갖기 위해 지금 갖고 있는 걸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내경』에서 신(神)은 군주의 역할을 하는 관직이라고 하였고 『동의보감』에서 신은 온몸의 주인이라고 하였다. 심은 신을 간직하고 기쁨, 노여움,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무서움과 같은 칠정을 통솔하는데, 칠정이 상하면 병이 된다고 하면서 경계, 정충, 건망, 전간, 전광, 탈영, 실정과 같은 신병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신병이라고 하면 병자나 가족들이 거리껴했다. 그런 소리 말라며 펄쩍 뛰기도 했다. 세간에서 신병은 곧 ‘미쳤다’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여 세풍은 ‘신병’이 아니라 칠정과 관련된 마음에 깃든 병이라는 뜻으로 ‘심병’이라고 하였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디가 아파서 오셨소? 마음부터 살펴보리다.”
조선 시대에도 정신과 의사가 있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며 매년 1천여 편의 작품이 투고되는 국내 최고의 이야기 공모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6년 우수상 수상작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 책으로 출간됐다. 조선 후기. 침을 잘못 놓아 사람이 죽자 그 정신적 외상으로 더는 침을 잡지 못하게 된 어느 내의원 의관이 시골로 낙향하여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심의心醫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품 안에서는 각각의 꼭지마다 곡절 있는 사연을 가진 병자들이 등장해 웃음과 감동의 서사가 펼쳐진다. 끊고 맺음이 뚜렷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메시지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침으로 병을 다스리던 침의鍼醫에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심의心醫로 거듭나는 한 내의원 의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불어 은우라는 한 열혈 여성을 통해 차별받는 조선의 여성성을 넘어서, 전문성을 가진 의생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남존여비 시대의 과부와 광부(曠夫)가 엮어내는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담겨있다. 부담 없는 로맨스 장르에 ‘한의학’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접목시켜 독보적인 한의학 소설 영역을 구축해 냈다.

작품이 배경으로 삼는 시기는 조선조 효종이 승하한 시점(1659년)부터 약 5년에 달하는 기간이다. 작가는 이 시기를 골라 정묘년과 병자년의 호란, 인조의 장남인 소현세자와 차남인 효종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후에 어의에 자리에까지 오른 마의馬醫 백광현까지 역사적 사실과 실존인물들을 주의 깊게 배치해 이야기에 개연성과 흥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천민부터 양반까지 신분사회였던 조선을 살아가는 당대 민중들의 생활상과 풍속을 고증해 실감나게 재현한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황제내경』 『동의보감』 『침뜸의학개론』 『한의학 대사전』 등 한의학 서적과 논문을 약 1년간 탐독하고 조사해 서술에 사실성을 높였으며, 신경정신의학 및 심리학의 개념을 한의학과 접목시키고자 『한의신경정신과학』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등을 참고했다. 작품 속 각각의 병증마다 한의학 지식이 망라된 세심한 진단과 처방을 읽는다면,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들이는 노력이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봄이면 소락의 산야와 계수 의원 뒤뜰이 생각납니다. 아, 그리운 우리 계수 의원 식구들도요. 가슴에 사무치게 보고 싶습니다. 오래간만에 계수 의원을 찾습니다. 세 분 의원님과 계수 의원 식구들은 여전합니다. 다행입니다. 이 세상 온갖 것이 변해도 소락과, 계수 의원, 이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 의원님은 여전히 유쾌하십니다. 사내아이가 의생이 되어 계 의원님 곁에서 의술을 배웁니다. 만복의 큰아들이라고요? 이 아이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어떤 의원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은우님은 부인과 전문 의원이 되셨습니다. 부인 병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으십니다. 그러고 보니 배가 좀 부르십니다. 곧 유 의원님 댁에 둘째가 태어나겠군요. 힘드실 텐데, 다행히 입분이 의생으로서 보조를 하는군요. 입분은 이제 약방문도 잘 읽고 잘 씁니다. 정말 계수 의원을 물려받으려나 봅니다. 남해댁도 조수가 생겼습니다. 만복의 부인인 청주댁과 의원 안살림을 함께 합니다. 장군은 상투를 틀었군요. 무엇보다 할망이 건강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유세풍 의원님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병자를 보십니다. 분명 생김새는 다른데 분위기는 계 의원님과 비슷합니다. 말투가 계 의원님보다는 좀 더 느리고 음성이 좀 더 낮습니다. 저는 뒤뜰로 가 유세풍 의원님을 기다립니다. 유 의원님이 자주 앉아 계시던 고욤나무 그늘 아래에 짚방석이 그대로 있습니다. 짚방석 위에 앉아 봅니다. 유세풍 의원님이 오시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새로운 역병을 만나 고생했고, 저는 존경하는 선배들과 헤어지느라 슬펐고, 사랑하는 후배들을 짝사랑하느라 좀 쓸쓸했습니다. 제 마음이 좋아하는 이들에게 닿지 않아 아파했고, 저와 제 친구들의 노화에 우울해했습니다.

마침 유세풍 의원님이 오십니다. 저를 보고 활짝 웃으십니다. 눈가에 진 잔주름을 보니 제 마음의 주름이 펴집니다. 저도 그냥 웃습니다. 눈가에 잔주름을 잔뜩 그리고 웃습니다. 유세풍 의원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으로, 미소로 전했으니까요.
“힘들었죠? 고생했어요.”
“힘드셨죠? 고생하셨어요.”

드라마 방영을 맞이하여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개정판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초판이 완성되기 전에 쓴 초고 무삭제판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유 의원님 두 분이 ‘유’ 씨라서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는 이번에도 풀지 못했습니다.) 많은 독자님께서 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모난 화면으로 보는 세상을 좋아합니다. 영상에는 연출과 연기, 배경과 세트, 소품, 의상……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담으려고 애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드라마 메이킹 필름과 티져, 예고편을 챙겨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메이킹 필름에서 김상경 배우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이 순간과 작업하는 동안은 서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난 봄 영면하신 고 황00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2022년 7월
이은소

추천평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치유하는 이야기다. 종합 선물 세트처럼 재밌는 사건과 웃음, 감동으로 시청자분들께 위로를 드릴 것 같아 기쁘게 촬영하고 있다 - 김상경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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