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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Myeong-cheol,高明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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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에 대하여
시의 내용은 생활의 내용 내 시에는 흙과 노동이 빚어 낸 생활의 얼굴이 없다 이제 그만 쓰자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자 가자 씨를 뿌리기 위해 대지를 갈아엎는 농부의 들녘으로 가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물과 싸우는 가뭄의 논바닥으로 가자 뿌리를 추위를 막기 위해 북풍한설과 싸우는 농가의 집으로 내 시의 기반은 대지다 그 위를 찍어 내리는 곡괭이와 삽의 노동이고 노동의 열매를 지키기 위한 피투성이의 싸움이다 대지 노동 투쟁- 생활의 이 기반에서 내가 발을 떼면 내 시는 깃털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다 보라 노동과 인간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의 적과 싸우는 이 사람을 피와 땀과 눈물로 빚어진 이 사람의 얼굴을 --- pp. 12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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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 근현대시선’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김남주에게 시는 너무나 뚜렷한 목적이자 수단이다. 그에게 시는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한 것들과 목숨을 건 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그에게 시는 민중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떠한 세련된 시적 상징과 치밀한 짜임새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애써 위무해 주는 달콤한 노래도 아니고, 더욱이 그들의 힘겨운 삶을 현실을 초월한 종교의 깨우침으로 승화하거나 미화한 것도 아니다. 그의 시는 민중을 향한 무한한 사랑에 바탕을 둔, 민중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일체의 모든 것에 대한 가차 없는 부정의 시적 태도를 취하는, 바꿔 말해 ‘민중의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민중시’일 따름이다. 그에게 민중은 시의 존재 자체이며,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부정과 그 억압의 세계를 전복함으로써 민중 해방을 향한 세계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그의 시적 혁명이 궁극에 이르고자 하는 시업(詩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