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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e Renberg
Hwasue S. War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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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한 여인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찼던 남자일 뿐.”도시 외곽에서 목재소를 운영하는 톨락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잉에보르그와 딸 힐레비, 그리고 아들 얀 비다르가 있다. 톨락은 매우 고집이 세고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낙오된 채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반면 그의 아내 잉에보르그는 온화하고 따스한 성격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등 톨락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시내에 신식 목재소와 가구점이 문을 열면서 톨락의 목재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고, 잉에보르그는 톨락에게 이젠 시골에서 사는 것도 지쳤다며 시내로 이사를 가자고 부추기지만 톨락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그러던 어느 날, 톨락은 시내에 갔다가 가게 앞의 ‘오도’를 발견한다. 지적 장애아로 항상 동네 아이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곤 했던 그의 원래 이름은 ‘오토’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오도를 측은하게 여긴 톨락은 그를 만날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오도의 홀어머니 오세는 혼자선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며 톨락에게 넌지시 입양을 권한다. 톨락은 잉에보르그에게 오도를 입양하자고 제안하고, 잉에보르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를 수락한다. 톨락의 가족은 정성을 다해 오도를 보살피지만, 평범하지 않은 오도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노르웨이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선사하는 맹렬하고 불편하며 강렬한 소설!”_일간지 VG오도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아이들은 저마다 자라 하나둘 집을 떠난다. 톨락은 여전히 매일같이 텅 빈 목재소에 나가 일했다.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재고 정리를 한 그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하루 종일 오도를 돌보느라 지쳐 있던 잉에보르그는 톨락에게 울분을 쏟아낸다. 오도와 함께 살 수 없다고, 오도를 내보내자고 소리쳤던 것이다. 오도를 자식처럼 위하던 아내였다. 오도를 씻겨주고 옷을 입혀주었으며, 방을 꾸며주기도 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니기도 했다.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한때 잉에보르그는 오도를 피하는 듯 집 안 구석진 자리에 몸을 숨겼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항상 톨락과 두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던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 시기는 다행히 지나갔고, 지금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밝고 환했던 잉에보르그의 가슴속에 톨락 자신을 닮은 분노와 울분이 숨어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이후 톨락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절망에 빠진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잉에보르그가 자신을 닮은 아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오도를 미워한다는 사실에 못 견디게 괴로워하면서. 그리고 그즈음 아내 잉에보르그가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나는 내게서 그녀를 앗아 갔던 그 지옥 같은 일을 증오한다.” 톨락은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한다.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잉에보르그를 찾아 나서고 그간 차갑게 대했던 톨락에게까지 따스한 미소를 보이며 위로해준다. 계속되는 선량한 이웃들의 친절과 배려, 하지만 톨락에겐 그저 ‘이상한 나날들’일 따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잉에보르그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시들해지고, 실종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된다. 그리고 톨락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많은 이들이 산 채로 불속에 던져버리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남자로. 그 일이 있은 후, 톨락과 오도는 마을 사람들과의 왕래는 물론, 독립해서 살고 있는 힐레비와 얀 비다르와도 거의 연락을 끊고 둘만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수년이 지나, 톨락은 자신의 입 안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거울을 보니 피부 여기저기에도 거뭇거뭇한 반점이 나 있다. 암으로 세상을 뜬 그의 아버지와 똑같은 증세였다. 30년 만에 병원을 찾은 그는 역시 예상한 대로의 진단을 받았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독립해서 살고 있던 두 자녀에게 전화를 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 가부장적인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힐레비와 얀 비다르는 내키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듣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앞에 둔 톨락은 마침내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잉에보르그의 남자로 불리던 남자, 톨락. 그가 자신의 방식대로 목재소를 운영하고 사랑을 하고 아이들을 길러왔듯, 생의 마무리도 그러해야 할 터였다. 톨락은 끊임없이 되묻는다. ‘이제 와 진실을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의 끝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그가 택한 것은 바로 ‘진실’이었다. 그가 마지막 숨을 내쉬듯 침묵을 깨고 토해내는 독백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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