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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프로 포투단강 안갯빛 청춘 기관사 말체프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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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노프는 눈을 감았다. 기진맥진해서 넘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은 애처로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내부에 갇혀 평생을 힘겹게 뛰고 있던 심장이 그의 전신을 뜨거움과 전율로 휘감으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했다. 갑자기 그가 예전에 알던 모든 것이 좀더 정확히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의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타인의 삶이 열린 가슴을 통해 다가왔다.
---「귀향」중에서 “너를 잘 보살펴달라고 하더라. 또 그쪽 일이 끝나면 돌아오던가, 아니면 너를 그쪽으로 부르겠다고 하더라.” “무슨 일 말인가요?” 프로샤가 물었다. “모르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잘 알고 있다던데. 공산주의나 뭐 그런 거겠지.” 프로샤는 자기 방으로 들어와 창틀에 배를 대고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얘야!” 그녀가 소년을 불렀다. “이리 들어와!” (...) 프로는 잠옷 차림으로 거실 한가운데 혼자 서 있었다. 그녀는 꼬마 손님을 기다리며 미소를 지었다. “표도르, 잘 가요!” 그녀는 아마도 어리석은 여자여서 그녀의 인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도 2코페이카밖에 안 되고,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거나 보살펴줄 가치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2코페이카를 2루블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일 것이다. “표도르, 잘가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꼬마 손님이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녀는 소년을 방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의 손을 잡고 바닥에 앉아 그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소년이 표도르가 그녀에게 언젠가 정겹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인류人類일 것이다. ---「프로」중에서 나는 지금 꿈속에서 그녀의 남편인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무사하고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니키타가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옆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에 편안해진 니키타는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눈을 떴다. 류바는 조심스럽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고통을 억누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니키타는 고개를 돌려 이불 아래 불쌍하게 몸을 웅크린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류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니키타는 침묵을 지켰다. 슬픔이 다 진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픔 가운데는 심장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지고 난 뒤 긴 망각의 시간을 보내거나 일상의 생활고에 마음이 산만해져야 잊혀지는 그런 슬픔이 있는 것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류바는 울음을 그쳤다. 니키타는 잠시 기다렸다가 이불 끝자락을 들어올려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말라버린 눈물 자국이 보였다. 그녀는 이제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포투단강」중에서 그는 이제 자기 자신조차 잘 느끼지 못했고, 머릿속에 우연히 떠오르는 것들만을 조금씩 생각했다. 가을이 올 무렵이면 그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주변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 움직임에 대해 어떠한 관념도 갖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이곳에서 그는 지知의 결핍 속에 아무런 기억도, 아무런 느낌도 없이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고향의 온기를 느꼈고 죽음과도 같은 슬픔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유치장에서 나온 뒤 하지가 지나자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니키타가 규정대로 화장실 문을 잠그려고 할 때 거기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이, 잠깐만 기다리게! 여기서 뭐 훔쳐갈 거라도 있단 말인가?” 니키타는 그 사람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다름 아닌 아버지가 빈 보따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고 나오는 것이었다. ---「포투단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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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선 러시아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85년부터 시작된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은 그동안 탄압받았던 작가들을 대거 복권시켰다. 구말료프, 불가코프, 파스테르나크 그리고 플라토노프 등이 복권되었고, 망명작가들 솔제니친, 나보코프, 브로드스키 등의 작품이 자유롭게 게재, 출판되었다. 이 중 1920~40년대 러시아의 암울한 상황과 민중의 핍진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안드레이 플라토노비치 플라토노프는 러시아 내에서는 20세기 러시아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일부 전공자들의 연구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책세상 문학의 세계」 시리즈를 통해 출간된 러시아 상징주의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의 『작은 악마』에 이어 플라토노프의 대표 단편선 『귀향 외』는 우리에게 러시아 문학 이해의 길을 새롭게 열어줄 것이다. ▷떠났지만 돌아와야만 하는 삶 「귀향」은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이바노프 대위와 그의 가족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어린 두 남매와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바노프 대위에게 아내는 외롭고 힘든 세월을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아내는 그간의 간난의 시간을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다시 회복하려 하지만, 이바노프는 배신감을 극복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집을 다시 떠나고, 어린 두 남매는 아버지를 부르며 철길로 달려가는데…. ▷철도, 기차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철도가 발달한 나라다. 더욱이 전쟁으로 인해 철도는 더욱더 그 기능이 긴요해졌다. 철도는 민중들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기관사. 철도 기술자, 철도 건설 노역자로서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철도에서 시작하고 그곳에서 마무리한다. 특히 한 기관사의 이야기를 그린 「기관사 말체프」에서 이 점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말체프는 평생 기관차를 운전한 베테랑 기관사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려친 번개에 의해 시력을 잃은 그는 더 이상 기관차를 몰지 못한다. 하지만 말체프가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은 것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변압기 실험까지 동원하면서 증명하려 했지만, 그로 인해 영원히 실명하고 만다…. 「안갯빛 청춘」은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떠돌다 기관사가 된 소녀 올가에 대한 이야기다. 올가는 이모에게까지 버림받았으나, 나라에서 운영하는 철도요원 교육 과정에 입학하여 기관사 교육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기관차에서 화차가 떨어져 나가 다른 열차를 향해 질주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올가는 화차와 열차의 충돌을 막기 위해 뛰어드는데…. 전쟁과 혁명이 가져온 빈곤으로 인해 사람들은 가족의 고통도 돌아다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올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이 모든 상황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이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고귀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인간성을 조용히 말할 뿐이다. ▷내적인 귀향, 외적인 귀향 「귀향」에는 두 가지 귀향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외적 귀향’과 ‘내적 귀향’이다. ‘내적 귀향’은 주인공 이바노프 대위가 제대하여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공간적인 귀향을 말하고,‘내적 귀향’이란,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격분하여 집을 다시 떠난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회복하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귀향을 말한다. 나머지 단편에서도 이 귀향의 의미는 전달된다. 전쟁이 가져온 인간성 말살, 민중의 피폐된 삶, 가족 파괴. 작가는 민중이 이러한 떠남과 분열의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기차를 타고, 혹은 기관차를 몰면서 혁명이 일어나기 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가족과 고향의 품속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