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바자제
페드르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주 |
Jean Racine
장 라신의 다른 상품
심민화의 다른 상품
|
우리 황제들의 일상적인 냉혹성을 자네도 알지. 형은 혈통이 부여한 위험스러운 영광을 형제들이 누리도록 내버려두는 법이 거의 없네. 핏줄이 그들을 자신의 지위와 너무 가깝게 만들거든. 바보 이브라임은 자신의 태생을 겁내지 않고, 위험에서 벗어나 영원히 어린애처럼 살고 있지. 살 가치도 죽을 가치도 없으니 그저 먹여나 주는 손에 맡겨버리고 있지. 다른 하나는 너무도 두렵고, 너무 부럽기도 한 존재라, 끊임없이 자기를 죽이려고 벼르는 아뮈라를 보고 있지.
---「바자제」중에서 그래요, 나도 알아요. 당신네 황제 중 하나인 바자제가 야만인의 광폭함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그의 아내가 정복자의 수레에 묶여온 아시아를 끌려 다니는 것을 본 다음부터, 오토만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그의 후손들은 남편이라는 이름을 가지려 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사랑은 이런 공연한 계율 따위는 따르지 않는 법. 흔해 빠진 예를 들지 않더라도 솔리만, (아시지요, 전 세계가 당신 선조들의 무적의 팔을 두려워했지만, 그중 누구도 그분만큼 오토만의 위대함을 드높이진 못했지요) 그 솔리만이 록슬란에게 눈길을 주었습니다. ---「바자제」중에서 이제 그대는 더 이상 내 목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만일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행복을 맛보는 게 가능하다면, 은밀히 나를 정죄하는 이 혼란스러운 마음이 록산처럼 나를 용서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련만. 그러나 어쨌든 내 손에는 무기가 쥐어져 있구려. 나는 자유요. 이젠 몰인정한 형에게 대항할 수 있소. ---「바자제」중에서 네 마음을 주지 않고, 어떻게 나를 기쁘게 할 수 있지? 네 약속의 쓸모없는 열매가 무엇이었을까? 내가 누구인지 다 잊었니? 궁정의 주인, 네 목숨의 지배자, 뿐만 아니라 아뮈라가 맡긴 제국의 지배자이기도 한 황후, 그리고 네게도 그런 줄로 믿었다가 허망해졌다만, 나밖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을 한 사람의 지배자야. 내가 이미 이 같은 영광의 절정을 누리고 있는데, 무슨 가당찮은 영예를 날 위해 준비해두었다는 거냐? ---「바자제」중에서 나는 그를 보았고, 그를 보자 붉어지고 새하얘졌어. 넋이 나간 내 영혼 속에서 혼란이 일었다. 눈은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더 이상 말도 할 수 없었어. 내 몸이 온통 타오르고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알아보았어. 비너스를, 두려운 그의 불길을, 비너스가 쫓고 있는 가문의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열심히 기도하면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비너스를 위해 사원을 짓고, 정성껏 장식했지. 나 자신 밤낮 없이 희생 제물에 둘러싸여서 그것들의 뱃속에서 길 잃은 내 이성을 찾고 또 찾았다. ---「페드르」중에서 왕비님 못지않게 저도 떨리고 얼마간의 가책을 느껴요. 천 명이 죽는 일인들 이보다 더 지체 없이 나설 겁니다. 하지만 이 참담한 약이 아니면 마마를 잃을 것이고, 마마의 생명은 제게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습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저의 고변에 화를 내시더라도, 테제 왕의 벌은 아들을 추방하는 선에서 그칠 겁니다. 벌을 줄 때도, 마마,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니까요. 가벼운 형벌 정도면 그분의 노여움도 풀릴 거예요. 또 무고한 피를 흘려야 한다고 한들, 마마의 명예가 위협받고 있는데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페드르」중에서 『이피제니』 이후 다시 그리스 비극을 쓰게 된 데는 당시 새로운 장르인 오페라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나는 기계 장치를 동원한 희한한 장경과 음악으로 손쉽게 관중을 홀리는 오페라의 유행을 언짢게 여겨 그리스 비극에 견줄 만한 참다운 비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압축된 언어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는 비극을 말입니다. ---「작가 인터뷰」중에서 |
|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작품들
1672년에 초연한 [바자제]는 5막으로 구성된 운문 비극으로, 한 궁정에서 벌어진 사랑과 질투, 배신이 낳은 파국을 그리고 있다. 바자제에게 연정을 품은 황후 록산이 그의 사촌동생인 아탈리드와 바자제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이들 모두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중심 줄거리다. 17세기 배경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현대 연인들의 모습 맞닿아 있다. [페드르]는 숙명적 사랑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모습을 아름다운 시로 노래한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와 세네카의 [히폴리토스]에서 소재를 가져온 운문 비극으로, 역시 5막으로 구성되었다. 아테네의 왕비인 페드르가 전처의 자식인 이폴리트에게 이룰 수 없는 연정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 신화와 역사를 토대로 한 비극 같은 시대의 작가 ‘라 브뤼예르’는 라신 작품들을 “한결같다”고 평가하였다. 미학적 완성도를 두고 한 말이지만, 상황과 인물 구조, 주제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신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동일성이다. 그러나 변화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바자제] 이후 나타나는 죄의식이 그 변화의 지표다. 이전 작품들은 행복이 불가능한 상황과 무죄한 희생자들을 그렸다면, [바자제] 이후에는 아버지 또는 권력자의 부재 상황이 야기한 혼란과, 생존과 행복을 위해 저지른 기만과 술책, 그리고 그에 따른 죄의식과 실낙원 의식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최고의 걸작 [페드르]를 상연 후, 라신은 왕의 편사관 자리에 올랐고 카트린 드 로마네와 결혼한다. 이후 희곡은 왕과 비밀 결혼을 했던 맹트농 부인의 청으로 [에스테르]와 [아탈리]만 집필한다. 구약의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극들은 맹트농 부인이 가난한 귀족 처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학교에서 그곳 학생들에 의해 상연되었다. 1699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유언에 따라 어린 시절을 보냈던 포르루아얄에 매장되었다. 그의 삶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실부모로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고, 반사회적 집단에서 사회적 성공을 위한 자질을 키웠으며, 왕의 후원을 받으면서 왕의 미움을 받는 집단의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절대 왕정의 화사한 표면 아래 널리 번져 있던 비관주의에 호소하여 얻은 성공으로 아카데미 회원과 궁정인이 되고, 불타 없어질 사료를 쓰기 위해 자신을 불멸케 할 극작을 떠나야 했던 생애였다. 즉 역설로 가득 찬 생애, 조화로울 수 없었던 두 세계 사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전부를 드러낼 수 없었던 긴장된 생애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은 파란만장했지만, 어쨌든 그는 프랑스 17세기 후반 연극 성황기를 주도했던 인물로, 여전히 17세기를 대표하는 희곡작가로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