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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사에서의 결혼 _09
제밀라의 바람 _25 알제의 여름-자크 외르공에게 _39 사막-장 그르니에에게 _65 해설 | 지중해 청춘의 순수한 관능 _89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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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는 질서와 절제 따위는 남 줘버린다. 나를 송두리째 휘어잡는 것은 저 자연과 바다의 위대하고 자유분방한 사랑이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중에서 모든 아름다운 것은 저마다 제 아름다움에 자연스레 자긍심을 지니고 있고, 오늘날 세상은 그 자긍심이 여기저기서 배어 나오게 놔둔다. 그 세상 앞에서, 내가 삶의 환희에 전적으로 목을 매서는 안 되는 줄 알고 있는데, 굳이 삶의 환희를 부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행복하게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중에서 중요한 것은 나도 아니었고, 세계도 아니었다. 세계와 나 사이에 사랑이 태어나게 하는 저 조화와 침묵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중에서 나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발짝 더 멀리 나아갈 수가 없다. 종신형을 받고 갇힌 사람처럼, 그래서 그에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일이 오늘과 유사하고, 다른 모든 앞날도 비슷함을 알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자신의 현재를 의식하는 사람은 앞날에 더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제밀라의 바람」중에서 하루가 밤 속으로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이 찰나가 얼마나 은밀한 신호와 부름으로 가득 차 있기에 알제가 내 안에서 이토록 밀착하는 것일까? 나는 이 지방으로부터 잠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곳의 해 질 녘을 행복의 약속이나 되는 듯이 떠올린다. ---「알제의 여름」중에서 젊음의 징표는 요컨대 손쉽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재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젊음이란 무엇보다도 마구 방출되는 듯한 삶의 서두름이다. ---「알제의 여름」중에서 이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 삶은 느닷없고, 까탈스럽고, 방만하고, 거대한 열정의 곡선을 그려간다. 일생은 쌓아가는 게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다. ---「알제의 여름」중에서 어떤 땅과의 인연과 어떤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느끼는 것, 돌아보면 마음이 조화로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언제나 있음을 아는 것, 이만하면 벌써 여기에 한 사람이 평생 누리기엔 너무 많은 든든함이 모여 있다. ---「알제의 여름」중에서 희망이란, 통념과는 달리 체념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일이다. ---「알제의 여름」중에서 꿈이 우리를 껴안으려고 할 때 우리는 꿈을 껴안을 줄 알아야 한다. ---「사막」중에서 사랑을 얻기 위한 죽음처럼 허망한 것은 없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로렌초가 비록 장미꽃 나무를 곁에 두고 있더라도 땅에 묻힌 로미오보다 낫다. 그러하니 이 살아 있는 사랑의 축제 속에서 어찌 춤을 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막」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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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 바다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청춘의 몸을 통해 예찬하는
매끄럽고 유연한 청년 카뮈의 문체 카뮈는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통해 “나를 송두리째 휘어잡는 것은 저 자연과 바다의 위대하고 자유분방한 사랑”이라고 고백한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동부의 소도시 몽도비에서 태어난 카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북부의 해안 도시 티파사를 찾는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세워진 티파사는 수 세기 동안 그 주인을 바꿔가며 다양한 문명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유적지다. 카뮈는 “신들이 강림해 수런거”리고, “태양과 향쑥 내음”이 가득한 티파사에서 정오의 태양에 몸을 내맡기거나 옷을 모두 벗어 던진 채 바다에 뛰어든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차례 해수욕의 즐거움에 사로잡히는데, “대지와 바다가 입술을 맞대고 열망한 포옹을 내 살갗 위에서 이뤄”내는 순수한 환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지와 바다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청춘의 몸을 통해 예찬하고 묘파해내는 청년 카뮈의 문체 자체가 저 바다처럼 매끄럽고 유연하다. 「제밀라의 바람」은 해발 900미터의 고지에 자리한 고대 로마의 도시 유적지인 제밀라를 둘러보고 쓴 에세이다. 카뮈는 폐허를 관통해 거세게 불어닥치는 바람을 체험하며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지지만, 그처럼 황량한 풍경에서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허무를 깨닫고 오히려 영원한 청춘의 힘과 자긍심을 키워나간다. “햇빛과 바람의 난폭한 씻김” 속에서도 “나 자신으로부터 잊힌 나는 저 바람이 된다”라는 소중한 잠언을 도출해내는 작가적 재능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카뮈는 생후 8개월부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이자 현재 알제리의 수도인 알제에서 청년기를 보냈는데, 「알제의 여름」이 바로 제 ‘참된 고향’에 바치는 글이다. 아버지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하는 바람에 카뮈는 매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새 운동화를 자주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을 찰 일이 적은 골키퍼를 도맡을 정도였다. 그러나 “쓴맛을 주지 않는 진실은 없다”라고 스스로 깨우친 것처럼 카뮈 청춘의 초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막」은 카뮈의 고교 시절 은사인 철학자 장 그르니에에게 바치는 글이자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기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제단화를 꿰뚫어 보며 종교와 시학이라는 포장을 벗겨내고 구체적이고 진실한 삶을 마주할 때의 기쁨을 그린다. 결국 “티파사에서 맛본 세계와 자아 사이의 사랑을, 그 실존적 결혼을” 피렌체에서 다시 음미한 셈이다. 『결혼』·『여름』, 카뮈 언어의 가장 풍성한 향연 『결혼』은 1954년에 출간된 또 다른 에세이 『여름』과 함께 카뮈 언어의 가장 풍성한 향연이자 그의 저작 중 단연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에서는 1959년 이후 이 두 책이 하나로 묶여 지금까지 출간되고 있다. 두 책은 부조리와 실존주의 문학이라는 엄숙한 해시태그에 덧씌워진 순수하고 뛰어난 에세이스트로서의 카뮈를 엿보게 하는 것과 동시에 카뮈 문학의 기원과 그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오랜 시간 청년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해온 두 에세이를 번역자 박해현이 지금 시대에 적합한 단정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새롭게 번역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