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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추천사(김한민) 추천사(이어령) 작가의 말 나오는 사람들 〈안개〉 각본 도시로 간 처녀 추천사(김한민) 작가의 말 캐스트 〈도시로 간 처녀〉 각본 |
KIM, SEUNG-OK,金承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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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윤의 소리(E): 명산물… 무진의 명산물.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뼁 둘러 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 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다. 안개는 이 세상에 한이 있어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 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하고 사람들을 둘러 싸는 것이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는 것이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2 터널 속(낮)’」중에서 조: 야 야. 넌 빽 좋고 돈 많은 과부한테 장가 들고, 나는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말라깽이 음악 선생이나 차지하고 있으면 속이 시원하겠냐? [유쾌해 죽겠다는 듯이 웃어 대는 조.] 윤: 너 정도라면 여자가 거지라도 괜찮지 않아? 조: (은근히) 그게 아닙니다. 내 편에 서서 나를 끌어 줄 사람이 없으면 처가 편에라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야아 세상 우습더라. 고등 고시에 패스하자마자 여기 저기서 중매가 막 들어오는데, 그게 모두 형편없는 것들이거든. 도대체 여자가 거기 하나만 밑천으로 해서 시집 가 보겠다는 고 배짱들이 괘씸하단 말야. 윤: 그럼 그 여 선생도? 조: 응? 응. 그렇지 아주 대표적이지. 어찌나 쫓아다니는지 귀찮아 죽겠어. ---「‘#42 광장(오전)’」중에서 (INSERT): 하인숙, 나의 성좌에 앉은 나비여 파아란 나비여 하인숙, 이 별은 움직이지 않으리라 오래오래 쉬어라. 오래오래 쉬어라. 읽고 나서 돌려 주며 마담: (놀리듯) 오라, 하 선생을 사랑하시는군. [박의 맞은 편에 앉으며] 마담: (탄식하듯 혼잣 말로) 이런 데 있기 아까운 여자지. (박에게) 조 서장과 라이발이 되겠는데? 박: (자신 있다는 듯이) 조한수 말씀예요? [묘한 미소를 띠고 박을 보는 마담.] ---「‘#48 다방 안 (낮)’」중에서 도시로 간 처녀 문희: 저어 박 총무님이란 분 아직 계시겠죠? (서류봉투를 보이며) 소개장을 가지고 가는 길이거든요! [미소 짓는다.] 영옥: 무슨 소개장인데? 문희: 여차장학원 선생님이 박 총무님을 찾아가면 채용해 줄 거라던데… 영옥: (픽 웃으며) 헛수고하셨군! 문희: (덕컥) 네? 그럼… 회사 그만두셨나요? 영옥: 그게 아니구, 비싼 돈 주고 학원 같은 거 안 다녀도 차장 노릇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 말야! ---「‘씬 9 ? 동. 버스 안’」중에서 차기사: 너하구 일하면 왜 그리 재미가 없냐? 성애: (고개 숙이며) … 차기사: 이번 탕에 입금시킬 돈 얼마야? 성애: 6천 5백원 좀 넘어요! 차기사: 아무리 막탕이지만 만 원은 넘었어! 이거 한번 세볼까! [운전석 앞에 수북히 쌓인 성냥개비 꺽은 것을 보인다.] 성애: …? 차기사: 넌 혼자서만 해먹는다는 소문 듣고 이걸로 손님 수를 세었어! ---「‘씬 25 ? 버스 안 (밤)’」중에서 새 여감독: (소리) 오, 여기다 숨겼구나! 에이 지저분한 것! 박총무: (소리) 그만큼 설교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혼이 덜 났군! [문희 아찔해진다. 아윽고 훌쩍이고 나오는 안내양2.] 새 여감독: (손짓하며) 미스 리 들어와! [문희 떨리는 걸음으로 들어간다. 여감독 두 명과 박 총무가 들어오는 문희를 쏘아본다. 머릿속과 호주머니와 구두 속을 다 뒤져 보고 나서] 여감독: 옷 벗어! 문희: 못 벗겠어요! 인권 유린하지 마세요! 여감독: 사람다운 짓을 해야 사람 대접 받는 거야! 문희: (이를 악물고) 어디 벗겨보세요! ---「‘씬 148 ? 칸막이 안, 씬 149 ? 칸막이 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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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을 소설가에서 영화인으로 만들어 준 첫 번째 작품 〈안개〉
영화대본을 원작자가 직접 각색해 문학성까지 겸비한 시나리오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면 김승옥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을 들어가는 입구에 김승옥 사진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다.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도 안 되고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다만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 소설가 김승옥을 영화인으로 만든 〈안개〉의 대본집 〈안개〉는 영화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소설가로서의 첫 번째 각색 작업이었기에 감독을 비롯한 전문 영화인들이 보기에 시나리오로서는 다소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것임에도 김수용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 조감독 등 스탭 어느 누구도 작품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원작자에 대한 예의랄까 또는 소설로서 원작이 받았던 호평에 버금가는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오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지루하고 어수선한 촬영 현장에서의 고된 작업이 끝나고 1차 편집을 거쳐 성우 및 효과음 녹음이 진행될 때까지도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원작자나 각색자의 의도가 어떻든 어차피 영화는 필연적으로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기간뿐 아니라 후속작업을 하는 중에도 감독의 의중에 따라 대본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원작자는 문학성에 비중을 두지만 감독은 흥행성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처음 공개되는 김승옥 작가의 미발표 작품 〈도시로 간 처녀〉 작가의 필력과 감성이 돋보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 자동차노조연맹과 안내양들의 항의로 상영 중단된 영화 1981년 12월 개봉한 〈도시로 간 처녀〉는 2억원이라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약 6개월간 제작한 동시녹음 영화다. 처음에 영화진흥공사는 이 영화를 우수영화로 선정했고 대종상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상영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한국노총에서는 이 영화가 전국자동차노조연맹과 이 연맹에 소속된 운전기사와 안내양 등 15만 명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이유로 문화공보부에 영화의 상영중지를 요청했고, 200여명의 안내양들이 극장 앞에 모여 공개적인 항의를 하면서 최초로 상영이 중단된 영화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발라당 까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고 사랑까지도 시원시원한 여자 옥경, 무슨 일이든 정직하고 당당하게 하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여자 문희, 아기 젖꼭지 장난감을 입에 물어야 잠이 드는 아기처럼 연약해 보이는 승희 등이 버스회사의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는 세 명의 버스 안내양들의 근무실태와 근무환경을 고발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영화다. 그러나 딱딱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요즘 청춘영화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래, 우정, 취업, 사랑, 직장 상사로부터의 시달림, 그리고 좌절 등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시대를 초월한 삶의 애환을 세 명의 안내양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내양’이나 ‘삥땅’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시절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 문희를 통해 말하고 있는 부조리, 불합리, 인권유린, 고용착취 등 80년대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까지 없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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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선생은 주옥같은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하신 작가이기도 하지만 시사만화가, 수채화가로도 활약하셨고 그에 못지않게 특히 영화계에 남긴 자취 또한 만만치 않았다. 1966년, 본인의 작품 「무진기행」을 각색한 영화 〈안개〉의 시나리오 집필을 필두로 1980년대 후반까지 1편의 감독과 15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각색 작품들을 남겼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선택이 지금 봐도 크게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오리지널 시나리오인 〈도시로 간 처녀〉는 당시 심심찮게 거론되던 시내버스 여자 차장들의 대우와 인권문제, 버스회사의 상습적인 횡포 등을 과감하게 고발함으로써 ‘상영 중단-재편집-재상영’이라는 전례 없는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아무쪼록 이 시나리오 전집이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공부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 김한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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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삶도 안개 되어 떠돌던 ‘무진’은 사람들의 일상성의 배후, 안개에 휩싸인 채 도사리고 있는 음험한 상상의 공간 - 김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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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활이 난파할 때, 때때로 우리는 그 장소로 간다. 즐거운 듯한, 쓸쓸한, 그리고 무의식의 내면속에서 ‘무진’의 안개는 피어오르는 것이다. - 이어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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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5.16직후의 한국문단에서 김승옥은 반짝이는 별이었다. 감수성의 일대 혁신이었고, 문장의 일대 파격이었다. - 김지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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