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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삐딱하게 굴면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한 건 엄마다. 일방적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한 것도 엄마다. 내가 가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핑계만 대더니, 얀이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까 가는 걸 누가 모를까 봐?
“엄마 아까부터 많이 참고 있어.” 누가 할 소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참고 있는 거라면 엄마보다 내가 백배는 더할 거다. --- p.21 나도 인정한다. 얀에게 모질게 굴고 있다는 걸.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내게도 이유는 있다. 엄마 아빠는 얀이 오고부터는 내게 작은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저 얀이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만 신경 썼다. 얀이 엄마 아빠 사랑을 전부 가져가 버린 건 아닐까? --- p.26 어릴 때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얀을 직접 만나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언니도 언니 나름이지, 얀은 내가 바랐던 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편견을 가져선 안 되지만, 쉽지 않았다. 외모부터가 그랬다. 특히 프로텍트스킨 때문에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어딘가 어리숙해 보였다. --- p.27 동갑내기를 언니로 받아들여야 하는 열두 살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적어도 우리 학교에는 없다. 인생 최대의 불청객 얀. 작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얀의 출현은 내 일상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 p.29~30 크래시홀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크래시홀은 생성 가능성이 극히 낮아 우주여행 중 맞닥뜨릴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도 내게 일어났다면 그건 100퍼센트 가능성이 되는 법. 사고란 원래 그렇게 일어난다. --- p.39 은빛이 도는 흙이며, 보라색 이파리, 물고기 같은 곤충과 끊임없이 내리는 비, 심지어 눅눅하고 숨 쉬기 힘든 공기까지. 지구와는 모든 게 다른 것 같았다.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몸에 맞지 않는 감각들이 나를 옥죄어 왔다. 모든 게 낯설고 불편했다.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에 비해 얀은 오랜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편해 보였다. “나도 확실하지가 않아서. 내가 생각하는 그곳이 맞는지.” 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 p.51~52 물웅덩이 근처에는 마우라나무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이 가득했다. 물 아래 초록으로 반짝이는 꽃나무에서는 꽃봉오리가 빛을 발하며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였다. 손바닥만 한 물고기는 가시 같은 지느러미를 사방으로 뻗고 있었다. 은색 비늘을 반짝이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시선을 빼앗았다. --- p.71 먹는 거, 자는 거, 걷는 거,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뭘 해도 사고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다. 나는 여기서 철저히 외계인이라는 점이다. 잘못 끼워진 퍼즐처럼 어떤 것도 딱 들어맞지 않고 어색했다. 나만 다르다는 소외감.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히 대해줘도 무능한 스스로에게 느끼는 실망감. 이제껏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 p.92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타오의 표정에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셨다. 이들이 내게 보여준 다정함의 반의 반만이라도 얀에게 베풀었던가? 지난날의 내가 조금은 너무한 게 아니었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얀이 너한테 잘못한 것도 많다고 하더라.” “잘못이요? 그런 거 없는데…” “없기는. 내가 보니까 얀이 좀 까칠하게 굴 때가 있던데. 지구에서도 그랬지? 그런 건 좀 고쳐야 해.” 사실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오히려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부끄러웠다. --- p.114~115 얀에게 했던 모진 말과 행동들이 스쳐 지나간다. 왜 그랬을까. 따뜻하게 대해줘도 됐을 텐데. 얀 혼자 외로웠을 텐데. 나는 뭐가 그리 질투가 나서는…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최선을 다해 친해져 보는 건데. 생각해 보면 안키노스에 오기 전에도 얀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잘 지내고 싶다고, 가까워지고 싶다고. 그런데도 나는 얀을 멀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유라면, 얀이 엄마 아빠 사랑을 빼앗는 것 같아서. 하지만 알고 있다. 핑계라는 걸.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같은 얀이 싫었을 뿐이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정말 사이 좋은 자매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 p.178 사실, 나는 얀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다른 아이들 눈이 무서워서. 얀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가져갈까 봐.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 얀 덕분에 우리 가족의 사랑은 더 풍성해졌는데. “얀, 내 언니가 되어줘서 고마워.” --- p.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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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이재문의
첫 SF 장편 동화이자, 세밀하게 그려낸 어린이라는 세계 이 책은 자매 간의 미움과 질투,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나와는 겉모습부터 행동 하나 하나까지 다른 외계인 언니와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 미소는 한 뼘 더 성장한다.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다른 사람과 화해하며 우정을 지킬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아동문학이다. 이재문 작가는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교사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이 책에는 어린이의 세계에 서서 아이들의 감정과 내면의 고민을 오랜 시간 유심히 살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편 『언니는 외계인』은 외동인 주인공이 갑자기 생긴 언니와 화해하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인 동시에,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다는 우주여행을 그린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이기도 하다. 두 자매는 낯선 행성에서 드라코를 만나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기도 하고, 쿠르쿠르의 도움으로 실로아나무 뿌리 사이를 빠져나오기도 하며, 열한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퉁고로 마벳 사냥에 성공해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드라코의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안키노스인만의 성인식 행사인 '무지개의 날' 의식까지 치른다! 다양성의 세계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을 담은 아동문학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 이재문 작가는 『몬스터 차일드』로 제1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식스팩』으로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은 동화작가이다. 그가 이번에는 『언니는 외계인』을 통해 ‘다름’의 의미를 짚어냈다. 작가가 이 책을 쓸 때 염두에 둔 독자가 바로 ‘다름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특히 다름에서 비롯하는 여러 감정들, 즉 미움과 두려움, 혹은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주류에 속한 소위 ‘학교의 인싸’이든지 바깥에서 겉도는 학생이든지 간에 많은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다름’의 의미란 비단 외계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만나는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리킨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 그 자체라는 점일 것이다. 허블어린이 시리즈 소개 허블어린이 시리즈는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등을 출간해 SF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브랜드 ‘허블’의 어린이를 위한 장편동화 시리즈이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영감과 감수성의 원천이 되어줄, 어린이들을 위한 SF 장편동화를 엄선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