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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eshiro Kazuki,かねしろかずき,金城一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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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도 무너졌고 소련도 이제 없어졌잖아. 지난번에 텔레비전에 나오던데 소련이 붕괴한 것은 추위가 원인이라네? 추위라는 게 사람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거야. 사상이고 뭐고 꽁꽁 얼려버린다니까.”
애절한 여운의 말투였다. 가만두면 〈도나도나〉 노래라도 부르고 나설 기세였다. --- p.7 “복싱은 자신의 원을 자신의 주먹으로 찢어버리고 원 밖에서 뭔가를 빼앗아오려는 행위야. 원 밖에는 강한 놈들이 우글거려.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가 너의 원 안으로 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어. 게다가 당연한 일이지만, 얻어맞으면 아프고 상대를 때리는 것 역시 아파. 무엇보다 서로 치고받는 건 무서워. 그래도 복싱을 배우고 싶어? 원 안에 가만히 들어 앉아있는 게 훨씬 더 편하고 좋을 텐데?”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배울래.” --- p.62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정일이가 물었다. “아직 생각 안 해봤어. 하지만 취직할 생각은 없어.” “그러면 일단 대학에 가서 4년 동안 뭘 하고 싶은지 정하면 되잖아.” “내 처지에 그건 과분하지.” 정일이는 식어가는 커피를 입에 옮기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또라이 너는 과분한 걸 누리며 살아도 괜찮아. 이미 대폭 빗나간 방식으로 살고 있으니까. 나는 또라이 네가 이대로 계속 빗나가줬으면 좋겠어, 어디까지든. 또라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고. 뭐, 그냥 나 혼자 멋대로 해본 생각이야.” --- pp.87~88 어느 날은 하루를 들여 〈대부〉 3부작을 보았다. 〈대부〉 시리즈는 나에게는 소중한 작품이었다. 이를테면 〈대부 PARTⅡ〉의 첫 부분에서 아메리카에 막 상륙한 어린 비토 콜레오네(나중의 갓파더)가 엘리스 섬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장면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대부〉 시리즈는 모든 이민(난민)과 그 후예를 위한 작품이었다. 이 세계에서 이민(난민)이 없어지지 않는 한, 〈대부〉 시리즈는 영원한 가치를 갖는다, 라는 얘기를 사쿠라이에게 역설하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스기하라가 〈대부〉를 정말 좋아한다는 건 아주 잘 알았어.” --- p.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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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당연하다는 듯 인정하며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온 소년,
넓은 세계로 첫발을 디디다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름이라는 게 뭐지? 장미라고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 성장과정의 배경에 ‘차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채 살아온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향기를 가진 인간이건, 다른 이들에게 그 향기를 전할 수 없는 걸까? 차별의 원인은 무엇일까? 외모? 성별? 나이? 피부색? 주인공 스기하라가 차별을 당해야 하는 이유는 ‘국적’이었다. 북한(북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본에 살고 있는 스기하라는 해외여행을 나갈 수도 없었고,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도 없었다. 북조선 국적을 가진 이른바 ‘재일조선인’이자 마르크스를 신봉하던 공산주의자 아버지가 어느 날 국적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는, 공산주의, 자본주의, 평화주의, 일점호화주의, 채식주의 등 그 어떤 주의보다 더 중요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길고 진한 한숨과 함께 전향을 결정한 뒤 스기하라에게 말한다. “국적은 돈으로 살 수 있어. 너는 어느 나라를 사고 싶냐?” 선택할 도리가 없는 환경에 따라 살아가던 스기하라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선택지. 스기하라는 넓은 세계를 보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넓은 세계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넓은 세계라고 차별이 없는 곳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를 찍어 누르려는 이들은 많아졌고, 예전의 동료들에게는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 그리고, 최강의 도전자가 나타났다. 풀네임조차 알려주지 않는, 너무나 스기하라 취향의 그녀, 사쿠라이의 등장이었다. 재일교포 출신 최초의 나오키상 수상자 가네시로 가즈키의 대표작 123회 나오키 문학상 수상작인 『GO』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화제가 된 소설이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가장 대중성이 높게 평가되는 작품에게 주어지는 나오키상 수상자 중 최초의 재일교포였다. 차별, 혐오, 국적, 이데올로기, 성별…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야기의 농도 역시 그 어떤 작품보다 진하고 깊다. 그러나 무겁지 않다. 마치 복서의 스텝처럼 경쾌하게 이어지는 이 작품의 문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심장에 흥분이 전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살아온 청년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로 느껴질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빠르게, 거침없이, 이야기의 궤도를 밟아나간다. 등장인물 누구 하나, 영화라면 엑스트라에 가까울 인물조차 인간적인 매력이 살아있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필력이 흘러넘치는 듯하다. 그러면서 한 치의 흠도 없는 작품이라 느낄 만큼 탁월하다. 주제, 재미도, 문장, 무게,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조율된, 언제, 어느 부분부터 손에 쥐어도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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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상쾌하고 환한, 능숙한 솜씨의 유머가 있었다. 작자의 필력과 젊음 덕분이리라.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안타깝고 슬픈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나오키상 심사평 중에서) - 히라이와 유미에 (각본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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