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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불길한 꿈, 불길한 아이
1. 매를 닮은 아이 2. 사비성, 운명의 부름 3. 아버지의 귀향 4. 금마저의 장인 마을 5. 유리구슬 6. 아비의 꿈 7. 파국 8. 금마저의 불길 9.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10. 아비의 귀향 11. 백제 대목장 아비 12. 서라벌의 초대 13. 재회 14. 탑을 그리다 15. 불길한 꿈 16. 밀고 17. 황룡이 솟아오르다 에필로그 바람을 타고 세상을 돌아 작가의 말 내가 사랑하게 된 백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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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시작_불길한 꿈, 불길한 아이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아비 아버지 연담이 꾼 꿈. 아비가 헤쳐나가야 할 역경을 암시한다. 하늘에서 매가 무서운 속도로 활강했다. 연담이 그 모습에 놀라 낚싯대를 놓쳤다. 그사이 매가 물고기를 덥석 채 갔다. 우르릉! 커다란 쇠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큰 소리가 나더니 무지갯빛 물안개가 연못을 뒤덮었다. 물안개를 뚫고 커다란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오색 비늘을 두르고 푸른 수염을 휘날리는 용이었다. 용이 거대한 몸을 꼬며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번쩍하고 벼락이 치더니 세찬 빛이 용을 강타했다. 꾸와앙! 고막을 찌를 듯, 용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벼락을 맞은 용의 몸통에 불길이 일어나 타올랐다. 용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연못으로 떨어졌다. 커다란 물기둥이 잠시 솟았다가 사라졌다. 갑자기 세상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 그때, 매가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기 시작했다. 연담은 죽은 줄 알았던 매가 살아 있어 반가웠다. 그런데 왼쪽 날개에 불이 붙어 있었다. 매의 날갯짓이 느려지더니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다. 연담은 까맣게 그을린 매를 받았다. “아악!” 연담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중략) 연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힘없이 말했다. “아기 이름은 아닐 비(非)자를 써서 ‘아비’라 부르면 되겠소. 절대로 글도, 기술도 가르쳐선 안 되오. 그냥 아무도 아닌 듯 평범하게 사는 게 이 아기를 위하는 길이오.” -본문 8-9쪽에서 1,300여년 전 백제와 신라 도읍의 모습이 살아난다 당시 백제와 신라의 도읍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사비성과 서라벌이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도시인지를 알게 된다. 아비가 사비성 안으로 들어갔다. 꿈에 그리던 별세계에 발을 디뎠다. 기와집마다 드높은 처마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수막새에는 연꽃, 사람 얼굴, 도깨비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새겨져 있었다. “어이! 저리 비켜라.”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화려한 비단으로 장식한 마차 한 대가 아비 일행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큰길 양쪽 가장자리에는 평평하고 모난 돌로 마무리한 도랑이 있어서 빗물이나 사비성에서 쓰고 버린 물이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윽고 관청이 즐비한 큰 거리가 나왔다. 그 길에는 자갈 대신 아름다운 판석이 깔려 있었다. 아비는 눈을 들어 부소산을 보았다. 그 아랫자락에 어라하가 계시는 궁궐이 있고 남쪽으로는 큰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본문 23-24쪽에서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운명은 결국 아비를 찾아온다 아버지 연담이 글도 가르치지 않고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운명에 휩쓸리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아비의 천재성은 결국 아비를 꿈이 예언한 운명으로 이끌고 만다. 박사가 보여 준 도면에는 금당, 목탑, 회랑, 중문 등 모든 건물의 위치와 길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아비는 그 도면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종이에 그려져 있지 않은, 나란히 자리 잡은 세 개의 긴 네모와 그 위에 누워 있는 또 다른 긴 네모가 보였다. 하지만 도면을 위아래로 살필수록 종이 속에 새로운 도형이 나타나 보였다. (중략) “모든 건물은 가운데 목탑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이 포개질 것처럼 닮았습니다. 아래쪽에 동서로 연결된 회랑의 끝과 북쪽에 짓고 있는 강당의 중심을 연결하면, 길이가 똑같은 세모가 나타납니다. 또 남쪽에 있는 중문과 북쪽의 강당, 여기에 남쪽과 북쪽에 길게 서 있는 회랑 두 쌍을 연결해 보면 모서리가 여덟 개인 팔각 모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비가 미륵사 도면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손가락으로 휘휘 선을 그으며 설명했다. 그러자 목라수 박사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내가 이것을 그린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열에 아홉은 이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 그런데 어린 네가 한 번에 찾아내다니! 정말 기특하구나.” -본문 93-94쪽에서 적국 서라벌 한복판에 조국을 복속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은 탑을 세워야 하는 백제인 아비 장인 아비의 꿈인 최고의 탑을 세우는 일이 조국을 배신하는 길이 된다는 사실에 아비뿐만 아니라 친구 아진도 슬픈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휩쓸린다. 아진이 슬픈 눈으로 아비를 물끄러미 보았다. “아비야, 네 꿈은 뭐야?”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을 세우겠다던 어린 시절 꿈은 이루었으니, 이젠 다른 꿈을 꾸고 싶어. 부처님이 계신 불탑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을 짓고 싶다. 온전히 내 의지로 짓는 사람의 집!” “거기서 보리랑 함께 살고 싶은 것이구나.” “그렇지. 네 꿈은 무엇이냐?” “아비, 네 꿈이 이루어지는 게 내 꿈이다.” -본문 244-245쪽에서 아비, 아진, 보리, 고니 네 청년이 휩쓸린 가혹한 운명에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 얻는 즐거움이 반이라면 1,300여년 전 당시 백제의 사비성이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도시인지, 백제의 건축 기술이 이웃 나라인 왜와 중국의 양나라, 당나라까지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대단했는지, 서라벌이 얼마나 북적이고 활기찬 도시인지를 생생하게 느끼는 즐거움은 나머지 반이다. 잠깐 백제와 신라의 도시로 들어가 전근대 최고 탑을 세우는 현장을 주인공들과 함께 답사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