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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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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으며,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산책』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열두 켤레의 여자』, 『하인학교』를 썼다. 『하인학교』는 영상화 계약과 함께 2개국에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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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46g | 135*205*30mm
ISBN13
9791163168607

책 속으로

하인학교. 일 등이 되어 졸업하면 어떤 과정으로 주인이 된다는 걸까. 만약 일 등이 되지 못하고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나간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만약 교장의 말대로 학교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졸업을 하면 정말 과거의 나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가. 이 괴상한 학교는 무엇으로 그것을 보장할 것인가.

한서정은 뒤척거렸다. 어둠이 소리를 집어삼킨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 전체가 죽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 고요가 먼 과거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자꾸만 기억이 떠올랐다. 어째서 사람은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 혼자 있게 되면 필연적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걸까. 찰나의 순간순간이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그 피. 붉고 선연하고 소름 끼치도록 맑은 피.
한서정은 김현수가 흘리던 피를 떠올렸다. 애써 피하려고 해도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 pp.58~59

‘무엇이 됐든, 어떤 상황이든 한번 주어진 조건은 변경하지 못한다.’
이것이 하인학교의 방침이었다. 덧붙이자면 이런 의미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뚫고 나가야 한다. 나중에 타깃에게도 내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당신이 그것을 바꾸라고 말하겠는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있으므로 누군가를 더 배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모두 학생 개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므로 방침대로라면 소시지가 상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서정 개인의 상황일 뿐이었고, 한서정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어쩐지 이상했다. 누군가 계속해서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 임박해 신고 나가야 할 신발이 없어진다든지, 분명 새로 빨아 널어놓았는데 교복에 시꺼먼 물감이 쏟아져 있다든지, 꼭 필요한 수업 교재가 사라진다든지…….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방해하는 것 같았다. 매우 주의 깊게,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도록.

--- p.257

출판사 리뷰

부와 계급의 그늘을 응시하는 비밀스런 시선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치닫는 전복의 서사


하인학교 입학생은 모두 빛을 잃은 존재다. 집안이 풍비박산되어 도피 생활을 하다 남은 가족을 모조리 잃고, 사탄 같은 아비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자라 그 아비를 죽이고,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한 이에게 배신당해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재난으로 부모를 잃고 얻은 상처를 또 누군가에게 난도질당한 이들이다. 행복도, 영광도, 희망도 남지 않았기에 이들은 하인학교에 당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빛이 닿는 미래를 꿈꾼다.

“스스로에게서 예상치 못한 것을 상상해봐. 미래는 아직 비어 있으니까.”(1권 55쪽)

이들의 목표는 재벌이다.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왕자의 품에 다소곳이 들어가 평안을 취하는 일이라면, 하인학교의 방식은 왕자의 삶을 잠식해 왕좌를 거머쥐는 일이다. 평생을 하인처럼 살아온 하인학교 학생들은 재벌가에 하인으로 들어가 주인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 한 줄기의 자연광도 닿지 않는 그늘진 지하에서, 누구도 쳐다보지 못할 만큼 밝고 높은 곳까지 올라서기 위해 분투한다. 이들은 곧 가장 낮은 바닥까지 떨어진 이들만이 나락을 발판 삼아 가장 높은 곳까지 도약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약 일 등이 되지 못하고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1권 58쪽)

하지만 삶을 전복할 기회를 얻는 건 단 한 명의 졸업생뿐. 졸업생에게 하인학교는 눈부신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지만 남은 학생들에게 하인학교는 그나마 딛고 서 있던 허름한 발판마저 앗아가는 지옥의 어귀다. 교과과정 중 탈락한 학생들은 고요히 사라질 뿐이다. 교과과정이 끝나면 하인학교는 졸업생이 타깃에게 접근해 재벌가의 주인이 되는 모든 과정에 개입한다. 졸업생이 처절한 훈련으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도록 전방위로 조력한다. 부를 기준으로 세워진 계급의 벽을 부수어내는 프로젝트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몰아닥치는 거센 욕망의 풍랑
문을 열어 부딪히며 나아가는 일


하인학교에 입학한 한서정은 육중한 문을 연속해서 맞닥뜨린다.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문 앞에 자꾸만 놓인다. 선택지는 세 가지. 문을 열고 나아가거나, 열지 않고 돌아서거나, 무엇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문 앞에 서 있거나. 그럴 때마다 한서정은 아버지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그에게 대답하듯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풍랑이 몰려와서 산만큼 큰 파도가 닥치면 피하면 안 돼. 뱃머리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나아가야 해. 그래야 배가 안 넘어져.”(1권 112쪽)

그렇게 여러 겹의 문을 열고 나아가며 한서정은 풍랑에 휩쓸리듯 크게 변한다. 안으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점차 바깥으로 분출된다. 모든 걸 찌를 듯 날카로워진 생존본능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으로 자라난다. 혼돈에 빠진 한서정은 졸업생 전금희를 바라본다. 하인학교의 자랑인 전금희는 재벌가에 파고들어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한서정의 미래다.

“전금희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이 길로 들어선 이상 다시는 유턴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2권 88쪽)

계급의 벽을 부수고, 그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 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한서정은 날카롭게 찌르는 질문들을 곱씹되,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부딪치며 나아가는 배만이 항해를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까. 표류하지 않으려면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더라도 나아가야만 하니까. 『하인학교』는 끝없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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