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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으며,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산책』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열두 켤레의 여자』, 『하인학교』를 썼다. 『하인학교』는 영상화 계약과 함께 2개국에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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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84g | 135*205*30mm
ISBN13
9791163168614

책 속으로

“질문 하나만 더 할게요.”
이진욱이 바다에서 거둬들인 시선을 백도현에게 고정했다. 배 위는 호화로웠다. 색색의 불빛으로 달빛이 무색했고 향기로운 음악과 치솟듯 높은 웃음소리가 밤바다를 흔들어 깨웠다. 어쩐 일인지 백도현은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하고 쌩하니 뒤돌아 가지 못했다. 이진욱에게는 그런 힘이 있는 듯싶었다. 까닭 모르게 상대를 긴장하게 만드는 힘.

“신데렐라 이야기는 재투성이 소녀가 우여곡절 끝에 성으로 들어가 왕자와 결혼하며 끝나요.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죠. 구두를 잃어버리고 계속되는 불행과 고통 속에서 한숨 쉬어요. 왕자가 구두 주인을 찾으러 다니는 걸 알았을 때,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구두가 더러운 재투성이에서 성안의 왕자비로 수직 상승 하는 단 한 장의 티켓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요? 소녀는 알았어요. 결국 다시 구두를 손에 넣게 된 소녀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왕자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까지 서슴없이 했을까요? 유리 구두의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소녀는 깨지기 쉬운 유리 구두를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했을까. 이진욱의 물음에 백도현은 그가 그냥 동화 얘기나 하자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 pp.48~49

“강준석은 타깃이야. 네가 딛고 오를 발판이지. 그런데 넌 마음을 쏟고 있잖니. 그것이 약점이 될 줄도 모르고. 내가 강준석을 무너뜨리면 어떻게 될까. 너의 마음은 무너지고 너의 미래도 망가지겠지. 발판이 없어지니까. 모든 것이 부서지는 거야. 그 이후에도 네가 살 수 있을까?”
한서정이 전금희를 노려보았다. 처음엔 전금희가 과거를 이기고 스스로를 극복하고 미래를 쟁취한 큰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분명 그녀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무섭잖니. 그 노인네, 하인학교가 지금껏 모아온 정보와 힘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끝까지 안 내놓을 작정이야. 그 전에 가져와야 해. 그게 뭔지 아니? 무소불위의 칼이야. 누구도 대적 못 할 힘이라고. 세상을 바꿔야 해.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게 나의 사명이었어. 그러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해.”
전금희는 어디까지 올라가기를 욕망하는 걸까. 목적지가 이 나라의 꼭대기라도 되는 걸까?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것이 자기의 사명이라고? 그것이 욕망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그 욕망을 위해 전금희는 자기를 키워준 정이화를 제거하려 했다.
“선택해. 강준석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렸어.”

--- p.205

출판사 리뷰

부와 계급의 그늘을 응시하는 비밀스런 시선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치닫는 전복의 서사


하인학교 입학생은 모두 빛을 잃은 존재다. 집안이 풍비박산되어 도피 생활을 하다 남은 가족을 모조리 잃고, 사탄 같은 아비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자라 그 아비를 죽이고,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한 이에게 배신당해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재난으로 부모를 잃고 얻은 상처를 또 누군가에게 난도질당한 이들이다. 행복도, 영광도, 희망도 남지 않았기에 이들은 하인학교에 당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빛이 닿는 미래를 꿈꾼다.

“스스로에게서 예상치 못한 것을 상상해봐. 미래는 아직 비어 있으니까.”(1권 55쪽)

이들의 목표는 재벌이다.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왕자의 품에 다소곳이 들어가 평안을 취하는 일이라면, 하인학교의 방식은 왕자의 삶을 잠식해 왕좌를 거머쥐는 일이다. 평생을 하인처럼 살아온 하인학교 학생들은 재벌가에 하인으로 들어가 주인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 한 줄기의 자연광도 닿지 않는 그늘진 지하에서, 누구도 쳐다보지 못할 만큼 밝고 높은 곳까지 올라서기 위해 분투한다. 이들은 곧 가장 낮은 바닥까지 떨어진 이들만이 나락을 발판 삼아 가장 높은 곳까지 도약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약 일 등이 되지 못하고 탈락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1권 58쪽)

하지만 삶을 전복할 기회를 얻는 건 단 한 명의 졸업생뿐. 졸업생에게 하인학교는 눈부신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지만 남은 학생들에게 하인학교는 그나마 딛고 서 있던 허름한 발판마저 앗아가는 지옥의 어귀다. 교과과정 중 탈락한 학생들은 고요히 사라질 뿐이다. 교과과정이 끝나면 하인학교는 졸업생이 타깃에게 접근해 재벌가의 주인이 되는 모든 과정에 개입한다. 졸업생이 처절한 훈련으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도록 전방위로 조력한다. 부를 기준으로 세워진 계급의 벽을 부수어내는 프로젝트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몰아닥치는 거센 욕망의 풍랑
문을 열어 부딪히며 나아가는 일


하인학교에 입학한 한서정은 육중한 문을 연속해서 맞닥뜨린다.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문 앞에 자꾸만 놓인다. 선택지는 세 가지. 문을 열고 나아가거나, 열지 않고 돌아서거나, 무엇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문 앞에 서 있거나. 그럴 때마다 한서정은 아버지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그에게 대답하듯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풍랑이 몰려와서 산만큼 큰 파도가 닥치면 피하면 안 돼. 뱃머리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나아가야 해. 그래야 배가 안 넘어져.”(1권 112쪽)

그렇게 여러 겹의 문을 열고 나아가며 한서정은 풍랑에 휩쓸리듯 크게 변한다. 안으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점차 바깥으로 분출된다. 모든 걸 찌를 듯 날카로워진 생존본능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으로 자라난다. 혼돈에 빠진 한서정은 졸업생 전금희를 바라본다. 하인학교의 자랑인 전금희는 재벌가에 파고들어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한서정의 미래다.

“전금희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이 길로 들어선 이상 다시는 유턴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2권 88쪽)

계급의 벽을 부수고, 그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 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한서정은 날카롭게 찌르는 질문들을 곱씹되,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부딪치며 나아가는 배만이 항해를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까. 표류하지 않으려면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더라도 나아가야만 하니까. 『하인학교』는 끝없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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