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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 임상 심리학 박사 윌 맨디
읽기 전 알아두기 여는 글 1장. 따라 해야 살아남는다 · 살아남기 위한 어울림 · 본 대로 배운다 · 카멜레온 · 모방과 자폐인의 위장 2장. 위장을 하게 만드는 것들 · 위장이란 무엇인가? · 자폐인들은 왜 위장할까? · 위장의 영향 3장. 혹시 당신도 위장 중? · 자폐 특성 위장 설문 · 언제, 왜 위장하는가? · 활동하기 4장. 나 자신에게 공감하기 · 생각의 힘 · 고통 감내력 · 마음챙김과 심상 · 더 큰 그림 그려보기 5장. 가면을 벗고 행복을 찾아서 · 기억 저편에 있던 행복 끄집어내기 · 가면 벗어 던지기 실험 · 자아 다시 쌓아 올리기 6장. 끝맺으며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더 읽어볼 책 찾아보기 |
Hannah Louise Bel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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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마침내 자폐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나는 스물세 살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마에게 왜 내가 자폐라는 사실을 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 아빠하고 나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 우리 눈에는 그저 예쁜 딸이었는걸.” 그러나 어린 시절에 보인 이상한 구석을 적어보니 앞뒤로 빼곡히 네 장이나 됐다. 엄마는 나를 진단해 줄 정신과 의사에게 딱히 말할 게 없을까 봐 걱정했지만, 기억하는 게 엄청나게 많았다. 나는 엄마가 내 행동을 ‘장애’로 여긴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 ‘사회적인 나’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지만, 슬프게도 진짜 내 모습을 조금은 접어둬야 했다. 자폐를 감추지 않았다면, 나를 보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힘이 돼주고 나를 더 너그럽게 봐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 p.18 스스로 ‘정상’이라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던 터라 친구, 가족은 물론이고 텔레비전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봤고, 조금씩 내 행동을 바꿔나가며 그들을 따라 했다. 잠시 딴 데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초를 세면서 두 눈에 쏟아지는 상대의 강렬한 시선을 견디며 눈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 말에 높낮이를 더하고 그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제스처도 배웠다. 쓸 만한 문구 몇 개, 대화거리, 적절한 반응까지 알아뒀다. 지금껏 내 관심사는 온통 사람이었다. 별, 행성, 우주의 탄생과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천문학자처럼 남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갔던 것이다. --- p.30-31 자폐인과 자폐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위장 특성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은 몇 없었다. 그러던 중 2017년에 처음으로 위장의 핵심 요소를 밝힌 합동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목적은 성인 자폐인 92명을 대상으로 위장 경험에 관해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응답을 보고 핵심 특성을 밝히는 것이었다. 세 가지가 두드러졌다. 첫째, 남과 어울리고 통했으면 해서 위장하려는 동기. 둘째, 자폐 특성을 감추고 장애를 보상하는 등 비자폐인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 사용. 셋째, (나중에 자세히 살펴볼) 자기 정체성 소진과 위협 등 장단기적인 결과였다. 이 연구를 통해 간단하게 신뢰성 높은 위장 특성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폐 특성 위장 설문(CAT-Q)이 탄생했다. --- p.50-51 대중처럼 자폐 아동 역시 성 규범을 경험하며 자폐 행동을 어떻게 내보일지 결정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자폐 여성이 사회에 녹아들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들에 더 공감하려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회에서 부모는 딸에게 압박을 가하며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라고 강요하기 쉽다. 여성들은 어렸을 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시끄럽게 조잘대고, 다리를 쩍 벌려 앉고, 펑퍼짐한 옷을 입는다는 이유로 ‘여자애가 그게 뭐니?’라는 말을 꽤 많이 들었을 것이다. --- p.59 “공감compassion?’이라는 말은 ‘함께cum?’와 ‘고통받다pati?’라는 두 라틴어에서 유래해 ‘함께 고통받는다’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공감하면 고통이 무엇이냐는 동정을 넘어서서 감정을 이입해 그 고통을 느끼기까지 한다. 자기 공감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행위는 나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고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단순히 나 자신과 그간 거쳐온 삶을 살펴보고 이루지조차 못할 높은 기준을 들이대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하듯 나 자신을 용서하면 된다. 친구가 실수를 저지른다면 여러분은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고, 안다 해도 위로하거나 별일 아니라고 할 것이다.” --- p.121-122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정체성은 사실 그간 오랫동안 남들에게 맞춰주고 그들과 어울리려고 우리 자신을 조금씩 바꾼 결과다. 늦게 진단받은 자폐 성인의 경험에 주목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참가자 중 다수가 정체성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폐인지 모른 채 지금과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온 탓에 자폐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자기 삶을 바라보느라 힘들어했다. 따라서 새롭게 정체성을 찾으려 할 때는 작은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야 한다. 다음 문단에 내가 적은 것처럼 정말 행복했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가 언제인지 먼저 떠올려 본 다음, 좋아하는 활동이 무엇이며 어디서 평온함을 얻는지 적어보자. --- p.167 이 책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살면서 불행했거나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없던 순간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우리 중에는 위장과 그에 따른 어려움까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반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늦게 자폐 진단을 받았다면 받아들이기까지 감정 기복이 꽤 심했을 것이다. 우리는 ‘예전 자아’를 새로운 ‘미래 자아’에 버무려야 한다. 1983년에 셸리 E. 테일러(Shelley E. Taylor)가 제안한 인지적응모형이라는 게 있다. 이 모형은 새로운 인생을 맞아 바뀐 정보를 받아 들고 자아감과 미래 정체성을 어떻게 다시 평가할지 설명한다. 단계는 총 세 개다.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고 삶에서 다시 통제력을 쥐고서 자존감을 강화하면 된다. --- p.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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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숨기다 고통받던 아이에서 자폐 연구자로
당사자성과 객관성을 모두 잡은 자폐 스펙트럼 이야기 저자는 10대 시절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소위 소녀다운 옷을 입고 파자마 파티에 가거나 친한 친구가 한 명뿐인 모임에 가서 불안에 떨곤 한다. 자폐인의 특징인 상동행동(진정하기 위해 반복하는 신체 움직임)을 억누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는 날도 있다.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기 위해 초를 세가며 상대방과 눈 맞추는 연습을 하고 기본적인 대화의 흐름을 외우거나 유머를 연습해 사용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없이 의식을 하며 행동하다 보니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에너지만 고갈될 뿐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모임을 나가면 나머지 6일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앓아누워야 했다. 우울증, 불안증,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다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미술 치료를 통해 자신에게 자폐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된 저자는 23세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고 자폐임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고민한다. 자폐인의 자아 감추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자는 블로그를 열어 자신의 이야기와 자폐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자폐 진단 분야를 연구하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심리학자가 되어 강단에 선 그는 주목받는 자폐 연구자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털어놓으며 감정을 쏟아내거나 자신의 삶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른 자폐인과의 대화, 인지행동치료, 진화심리학, 인지신경과학, 마음챙김 등을 책에 녹여내 자폐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자폐인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조언들을 풍부하게 담으려 애썼다. 그만큼 이 책은 저자처럼 뒤늦게 진단받은 자폐인, 경증 및 고기능 자폐인, 자폐인 곁에서 생활하는 주변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 자폐 용어 익히기, 설문, 글쓰기, 명상… 전방위적 위장 줄이기 프로젝트 자폐를 알고 나서야 나를 발견했다 경증 및 고기능 자폐에 초점을 맞추고 자폐인의 위장을 다룬 이 책은 자폐인뿐 아니라 비자폐인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저자의 글쓰기가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찾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성인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부한 설명들, 특히 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와 이를 줄이라는 조언은 자신을 감추는 데서 오는 고통을 줄여주고 자아 존중감을 되찾도록 돕는다. 자폐인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폐적 특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혼자 애쓴다. 그러다 번아웃에 빠지는데 이 이야기는 자폐인의 현실일 뿐 아니라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비자폐인도 공감할 만한 사례다. 자신과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자책이 일상이 되어 자존감을 갉아먹는 과정은 몰개성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남들을 따라 하고 자신을 감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사회 구조나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폐와 관련된 용어를 정리하며 글을 시작한다. 자폐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낙인, 괴롭힘, 고정된 성 규범으로 인한 자아 감추기임도 놓치지 않고 짚는다. 이어지는 자폐인과 자신의 사연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쓰다 소진돼 버리는 상태의 심각성을 전한다. 사례 뒤에는 스스로를 숨기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된다. 위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설문, 내 이야기 쓰기, 나의 성취 일기, 행동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책 안에 공간을 마련해 워크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불안을 줄이고 번아웃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명상법을 제시하며 마음챙김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도 기억할 만하다. 위장을 줄이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과 함께 좋아하던 자기 계발 활동을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는 행복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조언은 대부분 경증 자폐인을 향하지만 책과 함께 자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폐인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내가 자신을 얼마만큼 감추고 있으며 진정한 내 모습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