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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의 말 ... 6
1장 생과 사 ... 9 2장 가족을 만들다 ... 15 3장 행복한 기억들 ... 63 4장 토라짐 ... 123 5장 바다를 건너 만난 것 ... 147 6장 시간은 흘러 ...169 냉이의 맺음말 ... 203 냉이 아빠의 말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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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로 살고 강아지로 죽었다. 내가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다. 심지어 엄마는 서운한 게 있으면 다 풀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뭐가 미안하셨을까? 그 순간 생각했다.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 내 마음을 전해드리자. 엄마 아빠와 함께 나의 삶을 되짚어 보자.
--- p.6 2023년 1월 12일, 나는 죽었다. 이 사실을 먼저 말하는 이유는, 그래야 앞으로 풀어놓을 이야기에서 거짓을 말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이 이야기가 진짜 내 생각과 말임이 분명해지지 않을까 해서이다.. --- p.10 큰댁에도 개가 있었다. 그 개는 이름도 없었고, 산책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365일 줄에 매여있었다. 겨울에도 밖에서 잠을 잤다. 집안에 발을 들여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내가 아빠 품에 안겨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그 개는 놀란 듯 (내가 보기에 그랬다) 바라봤고, 거실에서 노는 나를, 아빠 무릎에 앉은 나를 보며 낑낑 소리를 냈다. 자기도 집안에 들어오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내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 싶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왠지 그 개와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 p.41 비록 분가했지만 난 내가 형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형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형은 당장 회사를 조퇴하고 달려와서 눈물을 쏟았다. 형이 너무 울어서 내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p.57 냄새 이야기는 나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 삶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내 몸에서 나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두 번이나 파양 당한 이유이기도 했다). 산책하고 나면 비린내까지 겹쳐 반드시 목욕을 해야 했는데, 첫 병원에서 강아지는 2주에 한 번씩만 목욕시키는게 좋다는 말을 들었던 아빠는 산책과 목욕 사이에서 늘 깊은 고민에 빠졌다. --- p.68 우리 집에선 아빠가 뭘 드시면 반드시 나도 하나를 먹어야 했다. 그게 내 주장이었다. 아빠가 밥을 다 드시고 나면 나도 간식 하나, 차를 드시고 나도 간식 하나. 아빠가 간식을 드셔도, 심지어 약을 드셔도 나는 간식을 요구했다(아빠가 약을 많이 드시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 p.118 인간에게 호텔이 다른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곳이라면, 강아지에게 호텔은 다른 곳에 가지 못해서 이용하는 시설이다. 말하자면 애견호텔은 함께 떠나지 못한 강아지들의 슬픔이 모인 곳이다. 애견호텔에서 든 내 생각이다. --- p.125 아빠에게 나는 3 순위였던 거 같다. (아빠는 그렇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정하시지만 말이다) 일이 1 순위, 골프가 2 순위, 그 다음이 나였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 p.135 “냉이야, 매너가 품격을 결정하는 법이다.” 아빠는 아빠에 대한 내 태도엔 관대하셨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를 대할 때는 예절을 강조하셨다. 가끔은 그게 억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게 내가 더 활발한 강아지가 되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강아지의 아픔이라고나 할까? 그냥, 더 신나게 놀지 못해 아쉬워서 하는 넋두리일지도 모르겠다. --- p.140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올레길에서 본 슬로건이지만 이건 내 삶의 모토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놀멍도 걸으멍도 쉽지 않았다. 참 쓸쓸한 일이다. 특히 내가 누구에게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는 사실이 나를 쓸쓸하게 했다. 멋지게 늙고 싶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환자로만 산 것 같아 엄마 아빠에게 죄송스럽다. 무엇보다 개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과 다른 걸 모르고 아빠처럼, 엄마처럼, 형처럼 살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전적으로 나의 무지함 때문이다. --- p.171 서로 거짓이 없는 사이는 언젠간 또 만나게 된다는 아빠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아빠와 나, 엄마와 나, 큰형과 나, 작은 형과 나. 우리 사이는 언제나 진실했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천국에서 기다릴 것이다. 아니, 꼭 천국이 아니어도 좋다. --- p.201 냉이와 15년을 함께 하며 난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소중하고 위대한 동물의 가치를 냉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참 늦게. --- p.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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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남자를 변화시킨
강아지 ‘강냉이’의 완전한 사랑과 견생 이야기” 어느 60대 남자의 애도, 글쓰기 사랑하는 존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애도의 방식이 있다. ‘글쓰기’라는 행위는 그중 하나다. 이제는 눈앞에 없는, 그리워 미칠 것 같지만 쓰다듬고 안을 수 없는 그 존재를 작은 털 한 올까지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글쓰기는 마음속 가장 깊숙이 그 존재를 ‘새김’과 동시에 ‘떠나보내는’ 모순적 행위다. 이 모순은 놀랍고도 아름다우며, 더군다나 그 주체가 ‘60대 남자’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 책은 강덕응 작가가 오랜 시간 가족으로 함께 산 시츄 ‘강냉이’를 떠나보내고 쓴 첫 책이다. 저자는 냉이의 뼛가루를 차마 곧바로 묻지 못한다. 대신 유골함을 눈앞에 둔 채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가슴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오던,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던 작은 존재가 떠오를 때마다 홀린 듯 그가 써 내려간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려 글을 쓰는 마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보호자인 저자의 회고록이 아닌, 강아지 강냉이의 시점으로 쓰였다는 데 있다. 강냉이는 담담한 어조로 15년 5개월간 강아지로서 산 자신의 삶을 풀어놓는다. 가족들이 외출했을 때 아빠 방, 형 방, 소파 위를 전전하며 기다리다가 현관문 앞에서 귀가하는 엄마아빠를 맞이한다거나, 가족들과 제주도 한 달살이를 하는 등 얼핏 평범해 보이는 에피소드도 강아지의 시점으로 보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인간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주는 것이다. 저자는 주먹만 한 냉이의 머리통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어떤 거짓도 끼어들지 못하는, 오직 진실만이 존재하는 순간’. 개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고 헤아린 글쓰기, 다시 말하면 사랑이 이루어 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글쓰기를 통해 환갑이 넘은 저자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회고하고, 상실의 아픔에서 치유된다. 날카로운 통찰과 탁월한 유머가 이끌어내는 생각의 변화 한국에서 제일 큰 광고회사에서 광고쟁이로 평생을 보낸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과 특유의 유머, 우아한 취향은 책 곳곳에 묻어 있다. 강아지의 시선을 빌은 그 유머는 때론 회초리가 되어 저자 자신을 비롯한 인간 모두를 향하기도 한다. 저자가 수십 년간 인간으로 살아오며 쌓아 올린 견고한 생각의 틀을 미련 없이 무너뜨릴 수 있었던 건 종을 넘어 경험한 완전한 사랑 덕분이었다. 스스로 변화해 간 이 솔직한 글은 단언컨대 모든 인간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 듯 가닿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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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있어 남편도 아이도 없는 나는 신부전이 걸린 18살 고양이 두 마리를 가족 삼아 살고 있다. 아이들과 오래 함께 살면서 점점 더 강해진 생각은 이제 가족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냉이가 아빠에게』는 각각 존재의 특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완벽한 사랑을 나누었던 두 종에 관한 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동물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인간은 늘 동물을 인간 밑에 두곤 하는데, 냉이와 아빠의 미덥고도 애틋한 관계를 바라보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원래부터 ‘나란히’였음을 알게 된다. - 정유희 (PAPER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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