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책머리(작가의 글)
○ 들꽃상여 ─ 동록개와 동학농민혁명 ○ 거두리로다 ─ 이보한과 전주3·1운동 ○ 1927 옥구 사람들 ─ 장태성과 옥구농민항쟁 ○ 수우재에서 ─ 이병기와 조선어학회사건 ○ 아! 다시 살아… ─ 이세종과 전주의 5·18민주화운동 |
최기우의 다른 상품
|
동록개 동네 사람들헌티 들에 핀 꽃 한 송이씩 꺾어 오라고 말헐 거여. 저승 노잣돈으로 꽃 뿌림선 가고, 상여에 꽂아놓으믄 얼매나 이쁘것어. 참말로 고운 들꽃상여가 될 것잉만.
언년이 들꽃상여요? 좋네, 좋아. 내 상여는 만경강 변서 태워주소. 나는 훨훨 날아갈 것잉만. 사람이 죽으면 산천의 꽃으로 다시 태어날 것잉게 어느 무덤이든 가상에 핀 패랭이꽃 보믄 난 줄 알고. (큰 소리로) 복룡아, 니 덕에 나도 상여 탈랑갑다. 우리가 어떤 꽃으로 필랑가 모르지만, 알은체는 해야 안 허긋냐. 그믄, 이승이든 저승이든 눈 똑바로 뜨고 댕기자, 잉. 소리쇠 (판소리 가락으로) 우리 모두 죽더라도 우리 이름 살 것이라. 우리 목숨의 혼불이 눈물 나는 꽃빛으로, 찬연히 퍼지는 들불로 영원히 피어나리라. (구음) 아! ---「들꽃상여」중에서 이보한 애국이 별거요? 전주천, 삼천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빨래 그릇 번쩍 들어서 날라주는 것이 애국이오. 나무꾼들 나뭇짐을 다짜고짜 부잣집 마당에 부려 놓고 돈 받아주는 것이 애국이오. 상갓집에 걸인들 데리고 가서 곡해주고 밥 먹이고, 돈 넘쳐나는 대감들 돈주머니에서 가난한 학생들 학용품 사주는 것이 애국이오. ---「거두리로다」중에서 장태성 싸우면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우리의 지는 싸움을 지켜본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결국 이길 것입니다. 이진섭 우린 먼 날의 희망이 아니라, 당장 오늘내일의 호구가 급해. 장태성 형님 마음 어찌 모르겠소. 나도 시시때때로 흔들린다오. 그러나 오늘과 내일의 호구가 우리를 더 배고프게 했고, 우리 부모와 식구들을 더 비참하게 했지요. 형님의 동생들도, 훗날 형님과 제 아이들도…. 우리는 오늘내일 죽을 수 있어도 우리의 미래는 죽지 않을 겁니다. 기필코 살아서 우리의 빛나는 죽음을 증명해 줄 겁니다. ---「1927 옥구 사람들」중에서 변 사 그때 그 경찰들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이병기 내 몸 안과 밖에 흔적이 많으니 어찌 잊을 수 있겠소? 변 사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귀싸대기라도 한 대 때리시지요. 이병기 듣자 하니, 그놈들이 해방 후에 월남해서 경찰과 검찰의 고관을 지냈다고 하더구먼. 변 사 친일파 청산을 못 해서. 이병기 자라에 놀란 놈,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그거 아닐까? 변 사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병기 해방되었거나 안 되었거나 그놈이 그놈이니까. 순사건 검사건 판사건 정치꾼이건 협잡꾼 모리배건 모두 같으니 보고 놀라고, 다시 보고 놀랄 수밖에. (국화를 술잔에 띄우고, 혼잣말로) 어떤 변명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잘못이 있지. …. 이보시오, 날 너무 치켜세우지 마시오. 나는 그저 흔들리고 넘어지는 평범한 사내였으니. ---「수우재에서」중에서 김인숙 1980년 전주의 5월, 그날의 참혹한 상처는 우리 삶의 현장에, 우리 심장 깊이 아로새겨 있다. 비참하고 끔찍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그날의 정체는 우리의 역사에, 모든 국민에게 기억되어야 한다.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의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이세종 나는 이세종입니다. 한반도의 쓰린 상처를 온몸으로 떠안고 서 있는 이 땅 민주의 넋, 민주의 불꽃입니다. 다같이 이 땅에서 민주라는 단어가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살아나도록,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세종 어머니, 그날! 새날이 올 때까지 두 손에 횃불을 들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복판에서 우리는 불꽃으로 활활 타오릅니다. 다같이 산 자로 더는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세종 아! 아!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어요, 어머니! 어머니! 다같이 당신을 잊는 것은 우리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우리는 결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대가 자랑스럽습니다. ---「아! 다시 살아…」중에서 |
|
「들꽃상여」에는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다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 간 동학농민혁명의 넋들이 있다. 자신의 집을 자치 행정기관인 집강소로 내놓은 김제 원평의 동록개와 여성 장군 이소사, 소년장사 이복룡, 판소리창우부대의 또랑광대 소리쇠 등이다. 「들꽃상여」는 2021년 봄, 극단 까치동이 초연했으며, ㈔한국극작가협회의 ‘2021한국희곡명작선’과 전주문화재단의 ‘미디어북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2022년 오디오북으로 제작돼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거두리로다」는 자비로운 선행과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전주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걸인 성자 이보한(1872∼1931)의 삶을 다룬다. 특히, 1919년 3ㆍ1운동을 전후로 서울과 전주에서 활동한 행적을 중심에 둔다. 일제강점기 전주, 들풀 같으면서도 동구 밖 정자나무처럼 버티고 서 있던 한 사람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2023년 가을, 극단 까치동이 무대에 올렸다. 「1927 옥구 사람들」은 군산ㆍ옥구의 열혈 청년 장태성(1909∼1987)과 일제강점기 우리 농민의 대표적인 저항운동으로 꼽히는 옥구농민항일항쟁을 다뤘다. 이 항쟁은 농민과 청년 5백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름이 드러난 사람은 재판 기록이 남은 34명이 전부다. 이들은 10대 3명, 20대 16명, 30대 12명, 40대 3명으로 평균 나이는 29세였다. 옥구농민항일항쟁은 불의에 비분강개한 청년들의 투쟁이며, 작은 혁명이다.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의 생가를 배경으로 한 「수우재에서」는 『조선어 큰사전』 편찬 작업을 하던 조선어학회를 항일독립운동 단체로 몰아 관계자들을 체포ㆍ투옥했던 조선어학회사건이 소재다. 가람이 일본 경찰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는 내용이지만, 그 속에서 가람을 상징하는 일기, 조선어학회, 우리말 강의, 창씨개명, 난초 등을 소재로 그의 자취를 좇고, 민족의 말과 글을 보존하는 데 노력했던 그의 강인한 의지를 살핀다. 이 작품은 2012년 수우재에서 상설 공연된 악극 〈백세지사(百世之師), 가람 이병기〉를 다시 쓴 것이다. 「아! 다시 살아…」는 5ㆍ18민주화운동의 첫 번째 희생자인 전북대학교 학생 이세종(1959∼1980)과 1980년 5월 17일ㆍ18일 전주의 처절한 밤을 담았다. 2007년 이세종 열사와 전북의 5ㆍ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문화제에서 올린 추모 영상극의 대본을 수정했다. 작가는 “희곡의 인물과 언어는 실체를 명확하게 담지 못하고 겉핥기에 불과하지만, 경험자들이 말하는 진실 혹은 사실만이라도 들려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불안한 출발이지만, 이러한 시도를 시작으로 훗날 더 깊고 너른 내공을 가진 작가가 적확한 서사로 작품을 다시 쓸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기대했다. 〈작가의 말〉 희곡집에 실린 작품들의 첫 문장은 어렵고 막막하고 심란한 과정을 거쳤다. 사건마다 상징적인 인물을 앞세우고, 그 인물의 흔적을 살펴 사람과 사건과 시대를 효율적으로 드러낼 방법을 찾고자 했다. 좀 더 집요한 기억과 꼼꼼한 기록과 신랄한 탐구로 실체를 드러내 확고한 역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더 많이 전하고 싶은 것은 사건 안팎에서 잊힌 사람들, 지금이라도 이름을 불러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바르게 부르기 위해 희미하고 어렴풋한 행적을 좇았고, 넘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상했다. 희곡으로 소개하는 인물들과 그분들이 풀어놓은 지혜를 살피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 우리의 자부심이 된 역사를 알리는 일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희곡의 힘과 독자의 혜안, 연극의 생동감 있는 재현의 힘과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