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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이탈로 칼비노 탄생 100주년 특별판,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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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나무 위의 남작 7

탄생 100주년 기념 해설_미궁에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_332

작가 연보 _341

저자 소개 2

이탈로 칼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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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o Calvino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한 칼비노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접하며 자라났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전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칼비노는 부모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토리노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1947)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에이나우디 출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한 칼비노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접하며 자라났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전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칼비노는 부모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토리노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1947)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당시 이탈리아 문학계를 대표하던 파베세, 비토리니 등과 교제하였다. 『반쪼가리 자작』(1952), 『나무 위의 남작』(1957), 『존재하지 않는 기사』(1959)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과 『우주 만화』(1965)와 같이 과학적인 환상성을 띤 작품을 발표하면서 칼비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959년부터 1966년까지 비토리니와 함께 좌익 월간지인 <메나보 디 레테라투라>를 발행했다. 1964년 파리로 이주한 뒤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을 발표하였으며 이 작품으로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하였다. 1981년에는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19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탈로 칼비노의 다른 상품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 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지냈어요. 옮긴 책으로 『너에게』 『내가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네가 찾아올 때까지』 『행복을 선물해요 : 친절』 외 여러 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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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130*210*30mm
ISBN13
9788937426292

책 속으로

코지모 형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굵은 나뭇가지가 갈라진 곳까지 올라간 다음 그곳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다리를 흔들었다. 삼각 모자를 이마까지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였기 때문에 움츠린 어깨만 보였다. 아버지는 창턱에 몸을 내밀었다. “거기 앉아 있다가 지치면 생각이 바뀔 거다.” 아버지가 소리쳤다.
“절대 바뀌지 않을 거예요.” 형이 나뭇가지에서 말했다.
“어디 두고 보자, 금방 내려오고 말걸!”
“절대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형은 그 말대로 했다.
--- p.21

코지모 형은 호랑가시나무 위에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땅 위에 높은 다리가 놓인 것 같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태양이 빛났다. 나뭇잎 사이로 해가 비쳐 우리는 코지모를 보기 위해 눈 위에 손차양을 만들어야만 했다. 코지모 형은 나무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서 본 세상은 밑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달랐고 하나같이 재미있었다.
--- p.22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형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어머니가 지켜보는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망원경을 응시했다. 하지만 때로는 어머니의 생각이 틀렸음을 속으로 인정해야만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망원렌즈에서 눈을 떼고 무릎 위에 펼쳐놓은 지적도를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생각에 잠긴 듯 한 손을 입에다 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들이 가 있을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이를 때까지 지도의 부호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각도를 계산한 뒤 나뭇잎들이 바다를 이룬 어떤 나무 꼭대기로 망원경을 돌리고 천천히 렌즈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어느 곳을 지켜보든, 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르면 우리는 어머니가 그곳에서 형을 발견했고 형이 진짜 거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p.60

반면 그 밑에 있는 우리들의 세상은 평평했으며 우리는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형이 나무 위에서 알게 된 것들과, 나무가 몸통 내부에 나이테를 나타내는 원을 만들기 위해 세포 조직을 응축시키는 소리, 곰팡이가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 온 먼지와 섞여 점점 커지는 소리, 둥지 안에서 잠자던 새들이 몸을 떨며 깃털이 제일 부드러운 날갯죽지에 머리를 쑤셔 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비 유충이 깨어나는 소리와 때까치 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보내는 형에 관해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p.108

사냥한 짐승을 코지모 형에게 갖다주기 위해 오티모 마시모는 자기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가지까지 두 발로 기어 올라갔다. 코지모 형은 내려가서 개의 입에서 토끼와 꿩을 받아들고 개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그들 사이의 친밀감의 표시이자 의식이었다. 하지만 땅과 나뭇가지 위에 있는 둘 사이에서 짧게 개 짖는 소리와 혀를 차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통해 계속 대화가 오갔고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개에게는 인간이, 인간에게는 개가 필요했고, 그들은 서로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세상에 있는 인간과 개와 다르기는 했지만 행복한 인간과 개였다고 말할 수 있다.
--- p.118

결국 항상 가까이에 있는 잔 데이 브루기 때문에 코지모 형에게 독서는 삼십 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가 아니라 중요한 근심거리, 하루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책을 다루고 그것들을 평가하고 구입하고 그 책에서 점점 더 많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면서, 잔데이 브루기를 위해 책을 읽고, 또 자신의 필요 때문에 독서를 하다 보니 코지모 형에게는 독서와 인간 지식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게 되었다. 형은 하루 종일 읽고 싶은 책만 읽었고 밤에도 램프 불빛 아래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 p.141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가 있었기에 각자 다른 개인적인 관심을 뒤로 미루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다른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일치하고 또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는 기쁨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다. 얼마 뒤 공동의 문제가 해결되어 모든 문제가 사라지면, 코지모형은 연합한다는 것이 처음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고 지도자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는 게 더 가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형이 대장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살아온 대로 숲속 나무 위에서 매일 밤 혼자 보초를 섰다.
--- p.162

코지모 형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었고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봐, 난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면 그녀는 다시 형으로 인해 행복해졌을 테고 둘이 함께 그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코지모 형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진정한 자신으로 남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할 수 없는 거야.” 비올라는 반박하려는 동작을 했는데 그것은 또한 피곤하다는 동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지금까지 형을 이해해 왔던 것처럼 지금도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의 입술 위에서 이런 말이 맴돌았다. ‘너는 내가 원하는 그대로야…….’ 그리고 당장 형이 있는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넌 혼자 네 본래 모습으로 있으렴.” ‘하지만 나 혼자 있어야 한다면 내 본래 모습으로 있는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게 바로 코지모 형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 p.269

멋진 노트가 만들어지자 코지모 형은 그 노트에 ‘불평과 만족 노트’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노트가 다 채워졌을 때에도 그것을 보낼 집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 노트는 끈으로 나무에 묶인 채 그대로 매달려 있었고 비가 오면 글씨가 지워지고 비에 젖었다. 그 모습은해결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가난을 상징하듯 옴브로사 사람들의 마음을 조였고 변화의 열망을 가슴 가득 심어놓았다.
--- p.295

번쩍번쩍 빛나는 견장을 단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황제가 도착했다. 어느새 정오였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 사이로 코지모 형을 보았다.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셨다. 나폴레옹은 코지모 형에게 의례적인 말 몇 마디를 건넸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아네, 시민…….” 그리고 손차양을 만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그리고 눈 위에 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옆쪽으로 살짝 비켜섰다. “너무 무성한 나뭇잎 속에서…….” 코지모 형이 동의의 뜻으로 깊숙이 머리를 숙이자 해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에 그는 다시 옆쪽으로 비켰다. 보나파르트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본 코지모 형이 정중하게 물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폐하?” “그렇게 해주게, 그렇게 해주게.” 나폴레옹이 대답했다. “부탁인데 이쪽으로 조금만 움직여서 해를 좀 가려주게, 자, 그렇지, 가만히…….” 그런 다음 갑자기 무슨 생각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총독 에우제니오에게 말했다. “어떤 일이 생각나는데…… 예전에 있었던 어떤 일이…….” 코지모 형이 끼어들어 도왔다. “당신이 아닙니다, 폐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습니다.”

--- p.315

출판사 리뷰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
온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낸 어느 이상적 인간의 삶

나무 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인간을 고찰하고 현실에 참여한 남작의 일대기
동화적 상상력으로 그려 낸 인간과 사회의 갈등과 그에 대한 깊은 통찰


코지모 디 론도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나무로 올라가 일생을 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누나가 만든 달팽이 요리이다. 도저히 먹고 싶지 않은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고 계속 강요하는 아버지에 반발해 그는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사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코지모는 이미 권위적이고 시대에 뒤진 아버지로 상징되는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나무 위에 올라간 후 발견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거리를 가지고’ 바라보면 그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코지모 디 론도 남작이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갖가지 역경과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나무 위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로빈슨 크루소』처럼 삶에 대한 창의적인 투쟁을 그리고 있어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로빈슨 크루소와는 달리 코지모는 나무 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땅 위의 삶에 깊게 관여한다. 자신의 영지 사람들을 위해 기발한 편의를 고안해 내기도 하고, 끊임없는 독서와 연구를 통해 지식의 영역을 확대해 나아간다. 자연이라는 질서에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맞서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나무 위에서 다방면의 공부에 몰두하면서 당대의 철학자, 과학자들과 서신 교류를 통해 전 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 또한 프랑스에서 일어난 혁명을 자신이 사는 지방 사람들에게 알려 귀족과 공화국의 폭정에 대항하게 한다. 코지모는 이렇게 시대의 움직임에 관여할 뿐 아니라 기술 개발이나 지역 사회 행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계몽주의적인 이성을 높이 평가하는 코지모는 사랑을 하면서도 항상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위에 둔다. 이 때문에 바로크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충동을 지닌 첫사랑 비올라와 안타깝게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에게 사랑 역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지모는 숨을 거두기 직전 하늘에 뜬 열기구에 매달려 동생과 옴브로사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초인간적인 고집으로 독특하고 고독하게 나무 위에서 살아간다. 시인이자 탐험가, 혁명가의 삶을 살았던 그의 일생은 비문에 적힌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코지모 피오바스코 디 론도―나무 위에서 살았고―땅을 사랑했으며―하늘로 올라갔노라.”

현대 사회라는 미궁 속을 살아가는 우리
소설가는 그 ‘미궁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탈로 칼비노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에 대항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경험을 녹인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네오리얼리즘은 당시 이탈리아 문단의 주류 사조였는데, 칼비노는 그 한계를 곧바로 깨닫고 방향을 바꾸기로 한다. 우화적이면서 환상적인 색채로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을 발표하고, 이 작품들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런데 왜 환상 문학이었을까? 칼비노는 한 강연에서 21세기에도 문학이 살아남으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보다는 거울에 비춰 보여 주는 가벼움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그는 복잡한 현대 사회가 ‘미궁’이며, 우리 인간은 그 미궁에서 길을 잃은 물질의 노예로 보았다. 그리고 작가인 자신은 투명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미궁의 지도를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독자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태도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학에 대한 그의 믿음이었다. 그리고 비록 그 미궁이 다른 미궁으로 이어지더라도 그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로 칼비노가 그린 정확한 미궁의 지도 『나무 위의 남작』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마리가 되어줄 소설


『나무 위의 남작』은 칼비노가 그린 더할 나위 없는 미궁의 지도이다. 현실을 상징하는 ‘땅’과 이상을 상징하는 ‘하늘’ 사이에 있는 나무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남작 코지모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또 그런 코지모를 바라보는 동생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지도를 정확히 그리기 위해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로 읽힌다. 칼비노는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친 후 더 복잡해진 20세기 중반 서구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렌즈로 18세기라는 시대를 택한다. 광기의 시대를 통과한 작가가 계몽의 시대였던 18세기를 택한 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시대, 왕정복고 등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로 격동하던 시기이다. 이탈리아 계몽주의자와 자코뱅 당원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칼비노의 환상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계몽주의 시대는 현대가 이상으로 삼는 많은 꿈을 지닌 시대였다. 이 때문에 『나무 위의 남작』에서는 18세기에 일어난 사건들이 언급되며, 루소나 디드로, 나폴레옹처럼 당대의 유명 인물도 등장한다.

물론 『나무 위의 남작』은 역사 소설이 아니고 사건들 또한 모두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칼비노는 모든 사건을 실제처럼 보이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공간 옴브로사 역시 작가가 성장한 산레모의 메리디아나 저택을 모델로 한 것으로, 수많은 나무들과 숲속 동식물의 생태에 대한 정교한 묘사에서 칼비노의 해박한 지식이 빛을 발한다.

18세기 유럽이라는 다소 낯선 배경을 가지긴 했지만 무엇보다 『나무 위의 남작』은 남작 코지모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이자 성장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아닌 그 동생의 목소리로 서술되어 동화적이면서도 천진한 색채가 가득하며, 코지모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기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인물에 신비로움이 더해져 서스펜스마저 느껴진다. 이 소설을 통해 칼비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형, 이상적인 지식인 상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사회 규범과 관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온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사람이다.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코지모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예측 불가한 이 혼돈의 시대에 오롯한 개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이탈리아가 폭발하고 영국이 불타고 세계가 멸망하는 동안 이탈로 칼비노만큼 내 곁에 두고 읽을 더 훌륭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 살만 루시디
보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이탈로 칼비노는 우리를 위하여 완벽한 꿈을 꾼다. 세 작가 중 칼비노는 가장 낙관적이며, 인간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매우 다양하고 부드럽게 보여 준다. - 존 업다이크
칼비노는 20세기 이탈리아의, 그리고 유럽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이다.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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