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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기능 뒤에 가려진 ‘정서적 온기’와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다
표지를 넘기면 “몽땅 다 반값! 무조건 싸게 드려요!”라는 광고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 있는 전단지 콘셉트의 면지가 나와요. ‧ 눈치 백단 TV : 새로워진 낮잠 센서 기능! 잠이 들면 저절로 꺼지고 눈을 뜨면 저절로 켜져요! ‧ 고민 해결 냉장고 : ‘머리 식히기’ 기능 탑재! 걱정거리는 냉동실에 넣고 꽁꽁 얼려 버리세요! ‧ 해피 스마트폰 :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보다간 머리가 띵~! 바보가 될지도 몰라요. 면지 오른편에는 이번 주 할인 특가로 곰이 소개되고 있어요. 아주 커다란 곰 이미지와 함께요. 가전제품 매장에 간 생쥐 가족은 아주 큰 결심을 해요. 돼지저금통을 탈탈 털어서 이 ‘곰’을 집으로 들이거든요. 쪼끔 비싸기는 하지만,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요런 보물은 꼭 사야죠. 물 세탁 가능! 때도 안 타고, 곰팡이도 안 슬어요. 자연에서 온 100퍼센트 천연 동물이니까요. 아주 편안하고 친환경적이지요. 유해 물질도 전혀 없어요. 게다가 어디에나 잘 어울립니다. 요렇게 저렇게 쓰기도 쉽고, 예쁘게 꾸미기도 좋아요. 실온에 두어도 끄떡없고요.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거든요. 잘 때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완전 무소음 모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생쥐 가족의 건조한 설명과는 다르게 역설적인 장면을 마주하게 되어요. 리사 안드레아의 섬세하고 다정한 일러스트 속의 곰은 결코 기계처럼 작동하고 있지 않거든요. 냉장고 칸을 통째로 차지해 생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세탁기 통 속에 몸을 구겨 넣고 휴식을 취하며,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웁니다. 표정은 또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아, 놀라지 마세요! 냉장고 속에도, 세탁기 속에도, 심지어 여행 가방 속에도 곰이 스스로 들어간 거니까요.) 우리가 전자 기기를 볼 때처럼 단지 ‘효율성’의 잣대로만 살핀다면, 이 곰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곰은 자신의 넓고 따뜻한 등을 생쥐 가족에게 기꺼이 내밀어 침대가 되어 주고, 또 낮에는 작은 세발자전거를 굴리며 아이들의 든든한 놀이 친구가 되어 줍니다. 작가는 이 역설적인 구도를 통해 최첨단 기기가 약속하는 ‘편리함’이 사람과 생명이 나누는 ‘온기’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진실을 논리적이면서도 유쾌하게 일러 주고 있어요. 디지털 기기와 편리함에 둘러싸인 채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교훈을 강요하기보다는, 반어법과 풍자라는 재미난 장치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편리한 기능 뒤에 가려진 정서적 온기와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지요.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전하는 ‘생명 존중’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라고 권유합니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각종 홍보물에서는 하나같이 ‘더 똑똑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최첨단 기기들을 사야만 우리의 삶이 완벽해질 것처럼 이야기하지요. 우리 삶을 오로지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면서요. 〈이번 주 할인 특가! 곰을 싸게 팔아요〉는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해 재치 있는 반어법과 유쾌한 풍자로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물건은 성능이 떨어지면 쉽게 버려지거나 새것으로 교체합니다. 하지만 온기를 가지고 살아 있는 존재는 결코 성능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요. 당연히 반품도 할 수 없고요. 이 책은 곰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아이들에게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하루가 다르게 편리해지는 만큼 점점 더 외로워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곰’ 한 마리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이 책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첨단 기기가 줄 수 없는 진짜 행복의 정답을 찾아가는 다정한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