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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발끝에다 적어요 : 아이의 자존감을 일깨우는 그림책 어느 날, 다케루가 교실에서 스짱의 스케치북을 빼앗았어요. 그러고는 스케치북을 공중으로 높이 쳐들었지요. 반 친구들이 스케치북 속 그림을 모두 볼 수 있게 말이에요. 스짱은 스케치북을 되찾고 싶어서 두 손을 공중으로 뻗어 보지만, 다케루의 키가 훨씬 더 커서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스짱은 속상한 나머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발끝에다 슬그머니 속마음을 써요. “그러지 마!”라고요. 스짱은 레이와 단짝 친구예요. 레이네 집에는 커다랗고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있어요. 달님처럼 두 눈이 번쩍번쩍 빛난답니다. 치에가 그 고양이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어요. “아이, 귀여워!” 그러자 레이가 기쁨이 가득 스민 얼굴로 스짱에게 물었지요. “우리 고양이 진짜 귀엽지, 응?” 스짱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응, 귀엽네.” 스짱은 발끝에다 살며시 이렇게 써요. “무서워, 무서워.”라고요. 그러다 친구들이랑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요. 레이가 머리핀을 새로 샀나 봐요. “달 모양이랑 꽃 모양 중에서 뭐가 더 예뻐?” “달 모양이 더 예뻐!” 치에가 큰 소리로 말하자, 스짱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어요. “응, 그렇네.” 사실은 반짝반짝 빛나는 달 모양 머리핀을 보는 순간, 커다란 고양이 눈이 생각나서 조금 무서웠는데도요……. 그런데 그다음 날, 글쎄……. 스짱이 레이의 달 모양 머리핀을 실수로 밟아 버렸지 뭐예요?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걸 어떡하죠? 이렇듯 《발끝 우물쭈물》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답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어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복잡다단한 속내를 간결한 언어로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지요. 거기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아이 마음속에서 갈팡질팡하는 감정의 흐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담아내고 있답니다. 스짱의 속상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지요. 다행히 스짱은 그런 시간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하게 되어요. 한없이 여리고 나약해 보이지만, 속이 깊은 아이의 내면을 꼼꼼하게 포착해 내고 있는 그림책이에요. 마지막 장면에서 스짱이 보여 주는 반전은 그야말로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절로 웃음 짓게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