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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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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순수 7
작품 해설 389
작가 연보 398

저자 소개 2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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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e d’Annunzio

이탈리아 페스카라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시집 『이른 봄Primo vere』을 출간하면서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니체 철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소설 『바위의 처녀들Le vergini della rocce』과 희곡 「이오리오의 딸La figlia di Iorio」 등을 발표하며 시와 소설, 희곡, 칼럼을 넘나드는 작가로 성장했다. 로마 이주 후 문학 공부와 작품 활동을 하며 사교계의 총아가 되었으며,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으나 문학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 1892년 발표한 소설 『무고한 존재L’Innocente』는 비극적 운명을 거부하
이탈리아 페스카라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시집 『이른 봄Primo vere』을 출간하면서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니체 철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소설 『바위의 처녀들Le vergini della rocce』과 희곡 「이오리오의 딸La figlia di Iorio」 등을 발표하며 시와 소설, 희곡, 칼럼을 넘나드는 작가로 성장했다.
로마 이주 후 문학 공부와 작품 활동을 하며 사교계의 총아가 되었으며,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으나 문학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 1892년 발표한 소설 『무고한 존재L’Innocente』는 비극적 운명을 거부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단눈치오만의 캐릭터를 선보이며, 세밀한 묘사를 통해 극적이면서도 혹독한 심리적 긴장감을 형성해낸 작품이다. 인간적 가치의 몰락과 위기 속에서 탐미주의와 지배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작품인 『쾌락Il Piacere』 『죽음의 승리Trionfo della morte』와 더불어 ‘장미의 소설’로 일컬어진다.
국회위원에 당선되기도 하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참전 운동을 전개하고 스스로도 참전하여 전쟁 영웅이 되었다. 종전 후에는 영토 분할에 대한 국제연맹의 결정에 반발하여 피우메(오늘날 크로아티아의 리예카)를 점령하는 등 열성적인 민족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전쟁 후 공작 작위를 받지만, 무솔리니와 파시스트당을 불신하여 가르다 호수의 별장에 칩거하다가 1938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으로 소설『불Il fuoco』, 연작시집 『찬가Laudi』, 희곡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Le martyre de Saint Sebastian」, 산문집 『망치의 불꽃Le Faville del miglio』, 유고 자서전 『비밀의 책Libro segreto』 등이 있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다른 상품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 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지냈어요. 옮긴 책으로 『너에게』 『내가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네가 찾아올 때까지』 『행복을 선물해요 : 친절』 외 여러 권이 있어요.

이현경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2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32*225*30mm
ISBN13
9788937465024

책 속으로

남자는 이따금 자신을 진정 최고로 경멸하는 데서 사실은 특별한 기쁨을 발견한다.
--- p.45

‘그 사람이 정말 깨끗하지 않다 해도 넌 모른 척하거나, 그 사람이 네 잘못을 눈감아 주었듯이 그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건 무슨 이유지?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은 잊어 주길 원하면서 넌 잊을 수 없는 거지? 넌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사람이 되길 원하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줄리아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이지? 그처럼 불공정한 태도가 네가 저지른 부당한 행동 중에서도 최악이야. 하지만 이상은? 이상은? 줄리아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흠잡을 데 없고, 모든 숭배를 받을 만한 여인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만 나는 행복할 수 있어.’
--- p.96

거기서, 오로지 거기서만 우리는 마침내 잃어버린 천국의 문 앞에 다시 나란히 서게 될 것이다.
--- p.113

“난 한 여자만을 사랑했소. 바로 당신 한 사람만을. 세상에서 당신처럼 선하고 다정한 여자는 없어. 당신은 내가 꿈꾸었던 가장 선량하고 가장 다정한 여자야. 당신은 유일무이한 사람이야. 당신이 내 집에 있었는데 난 멀리서 당신을 찾고 있었어……. 이제 이해하오? 이해하오? 당신이 내 집에 있었는데 난 멀리서 당신을 찾고 있었어…….”
--- p.121

“미래는 이야기하지 말아요……. 불운을 가져온다는 거 몰라요? 오늘, 오늘…… 오늘만 생각해요. 흐르고 있는 이 시간만을…….”
--- p.146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어떻게 사랑한단 말인가?’
--- p.211

나는 종교적인 희망으로 살의를 위장하며 덧붙였다. “신의 섭리가 있겠지. 누가 알겠소! 우리에게 구원이 있을지……. 무슨 말인지 당신은 알지. 앞일을 누가 알겠소! 하느님께 기도해요!” 태아의 죽음을 기원하는 말이자 서원이었다.
--- p.250

‘떠나자. 세상으로, 이전의 삶으로, 자유분방한 생활로 돌아가자. 무감각해지자. 나 자신을 잃어버리자. 뭐가 중요해? 원래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진흙탕 속의 진흙인 나. 하!’
--- p.256

그토록 달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밤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잃어버린 행복에 대한 회한 섞인 절규가, 들을 수는 없으나 처절한 절규가 영혼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 p.261

그 남자의 파멸은 내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나를 파멸에서 구해 주지도 않았다. 내게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내 상황도, 예측되는 미래도.
--- p.269

그렇게 깊고 간절하게 아이들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 이따금, 이제 막 사물을 인식하는 아이들의 눈에서 내 영혼 깊은 곳까지 평화의 빛이 쏟아졌다.
--- p.276

‘어떻게 해야 너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왜 질식해서 죽지 않았지?’ 나는 증오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본능적이고 맹목적이며 거스를 수 없는, 거의 육체적이라 할 만한 감정이었다. 실제로 증오심은 내 살 안에 자리 잡았고 내 모든 세포에서, 신경에서, 혈관에서 솟구쳐 나오는 것 같았다.
--- p.311

광기에 사로잡혔으나 정신은 명료했다. 그날부터 무결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을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 p.333

나는 노인의 모습이 나타나길 바라며 앞을 바라보았다. 나는 노인이 대자에게 보이는 애정과 쓸쓸한 노년에 찾아든 사랑을 생각했고 하얀 포대기를 안았을 때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조심스레 떨리던, 못이 박이고 주름진 손을 떠올렸다.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슬피 울까?’ 포대기에 싸여 하얀 국화 화환들과 네 개의 촛불 사이에 놓인 관 속의 조그마한 시신과 무릎을 꿇고 우는 조반니가 눈앞에 나타났다.
--- p.369

내 마음은 닫혀 버렸다. 내 영혼은 절망에 빠져 홀로 남겨졌다. 또 다른 영혼의 어두운 심연 위로 고개를 숙인 채.
--- p.377

출판사 리뷰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을 소유하려는 남자의 위험한 고백

부유한 귀족 툴리오 에르밀은 ‘상아의 탑’에 비견되는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 줄리아나와 두 딸을 두고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는 사회의 도덕과 관습을 경멸하고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않는 것을 자유로운 삶이라 믿는다. 자신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줄리아나에게 아내가 아니라 누이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는 몰염치한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길 가능성은 조금도 견디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툴리오는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곧 줄리아나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뒤집힌다. 둘만 아는 비밀로 인해 툴리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편, 아내가 삶을 저버릴까 불안에 떤다. 그의 기나긴 내면의 독백은 수렁에 빠진 한 여자를 불쌍히 여기는 한편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배신을 생각하며 줄리아나의 잘못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되뇌기도 한다. 그러나 번민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배가 불러올수록 심리적 압박은 극에 달한다.

급기야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나자 걷잡을 수 없는 증오와 강박적인 집착은 그의 마음을 지배한다. 실상 아무런 죄도 없는 갓난아이는 툴리오에게 배신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거이자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는 ‘침입자’가 된다. 그는 줄리아나와 자신이 과거의 순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아기가 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툴리오는 자신의 의지를 또렷이 자각한 채,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실행한다.

■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를 잇는 범죄자의 내면과 자기 기만

『순수』의 긴장은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보다 범죄에 이르기까지 툴리오의 의식이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며, 질투와 증오마저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떠오른 순간부터 살해 방법을 모색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독자는 범죄자의 의식 가장 깊숙한 곳에 갇힌 채 그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광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너무도 명료하게 의식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툴리오의 범죄를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이러한 범죄 심리의 탐구에는 단눈치오가 깊이 읽었던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선명하다.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가 평범한 인간에게 적용되는 도덕률을 넘어설 수 있는 ‘비범한 인간’을 상상했다면, 툴리오 역시 자신을 사회의 통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특권적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순수』는 『죄와 벌』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라스콜니코프의 이야기가 범죄 이후 죄를 인정하고 다시 인간 공동체로 돌아갈 가능성을 향한다면, 툴리오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들여다보면서도 그 분석을 도덕적 각성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회개 없는 깊은 심연으로 파멸해 간다. 뛰어난 자기 분석 능력이 오히려 자기 기만의 정교한 도구가 되는 역설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심리적 긴장을 만들어 낸다.

■ 순수를 되찾으려는 욕망이 잔혹한 폭력이 되기까지

원제 ‘L’Innocente’는 그대로 옮기면 ‘죄 없는 사람’, ‘무고한 자’, ‘순수한 이’를 뜻한다. 제목이 일차적으로 가리키는 존재는 줄리아나가 낳은 아기 라이몬도다. 아기는 비록 불륜으로 생겨났지만, 그 일에 아무런 책임도, 티끌만큼의 죄도 없는 존재다. 그러나 툴리오에게 라이몬도는 바로 그 무고함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든 존재가 된다. 자신이 심판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아이 앞에서 툴리오는 자신의 질투와 증오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끊임없이 확인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가 사라지면 줄리아나와의 관계에서 불순한 것을 모두 걷어 내고 과거의 순수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기괴하게 비틀린 논리를 쌓아 간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제목은 잔혹한 역설을 만들어 낸다. 툴리오가 되찾으려는 ‘순수’는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윤리적 순수함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정돈하려는 욕망에 가깝다.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욕망과 선택을 자신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고, 가족을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가장 무고한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역설은 작품 곳곳에 반복되는 흰색의 이미지에서도 드러난다. 줄리아나의 창백한 얼굴, 세례식과 장례식에서 라이몬도가 입는 하얀 옷, 죽음과 부정을 암시하는 하얀 국화는 순수와 죽음의 이미지를 겹쳐 놓는다. 그러나 툴리오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직 죄와 고통으로 얼룩지지 않은 순수한 시기는 이미 자신의 부정으로 파괴된 뒤다. 자신을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로 만들고 싶은 욕망과 이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거나 해칠 수 있다는 특권의식이 뒤섞이면서, ‘순수’라는 이상은 마침내 가장 끔찍한 폭력의 논리로 뒤집힌다.

『순수』는 단눈치오의 문학 세계가 변모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다. 『쾌락』에서 아름다움과 감각, 쾌락을 좇는 인간의 삶을 화려한 문체로 펼쳐 보였다면, 『순수』에서는 그 탐미적 인간이 죄와 도덕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파국에 이르는지를 추적한다. 자연과 가족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툴리오의 열망에는 톨스토이적인 갱생의 이상이, 자신의 범죄를 끝없이 분석하고 정당화하는 의식에는 도스토옙스키적인 범죄 심리가 스며 있다. 그러나 단눈치오는 이 두 흐름을 특유의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문체 속에서 다시 뒤틀어 놓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과 니체적 ‘초인’을 꿈꾸면서도 현실에서는 본능과 욕망에 휘둘리는 한 인간, 곧 ‘실패한 초인’의 비극적 심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약 80년 뒤 이 작품에 다시 주목한 사람이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였다.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출발해 「로코와 그의 형제들」, 「표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등으로 독자적인 영화 미학을 구축한 비스콘티는 1976년 단눈치오의 소설을 영화 「순수한 사람들」로 옮겼다. 귀족 사회의 화려한 공간과 의상, 육체와 욕망을 탐미적인 영상으로 구현한 이 작품은 비스콘티가 생애 마지막으로 연출한 영화가 되었다.

추천평

『순수』의 첫 서른 쪽을 읽고, 나는 이 책에 매료되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무척 예리한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격앙된 감수성의 상태를 포착해 내는 남다른 필치, 둘째는 사물과 장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민하면서도 풍부하고 훌륭한 시각적 감각, 셋째는 다채로우면서도 정교한 문체다. - 헨리 제임스 (작가)
19세기 작가들 중 가장 위대한 천부적 재능을 지녔던 세 사람은 단눈치오, 키플링, 그리고 톨스토이다. - 제임스 조이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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