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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양장
이어진
청색종이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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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5 시인의 말


내 차가운 심장에 기름을 부어 줘


13 수선화
15 잠의 나뭇가지
16 창문의 각도
18 계단의 깊이
20 물속에서
21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24 나를 수집하는 방식
26 꿈에서 보내 온 황매화
28 달리아
29 웃지 않는 나무들
32 검은 태양의 집
34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
36 벚꽃 크로키
38 내 귓속을 한동안 응시
40 나무의 이중주
42 구름의 시
44 부력의 기쁨


장미의 팔을 잘라먹는다는 소문이었다


49 장미 이후의 산책
52 심장의 여행
54 장미의 전설
56 목련의 詩
58 물고기처럼
60 독감
62 어떤 사과의 여행
64 심장 속의 태양
66 달을 위한 소나타
68 조금만 더
70 남애리 바닷가
72 장미 그리고 여행
76 첫눈 오는 날의 몽상
80 날마다, 장미
82 질주하는 계절
85 강은 슬픔이 창백한 악기


팔을 비틀어 던지고 더 먼 공중에서 솟아나기를


89 이상한 기분
91 구름 사이를 기차가 지나갔다
92 공중의 새
94 피아니스트
96 주인 없는 양떼
99 바다
100 우리라는 이름의 거울
103 별의 눈물
104 지폐의 중얼거림
106 의자와 복숭아
108 어항 속의 당신
110 나무의 단추
111 상자의 욕망
112 검은 피아노의 흰 파도
113 비를 추모하는 방식


하늘의 동공 안에 코끼리 한 마리 앉아 있었고


119 기린이 자라는 꿈
120 눈사람
122 유목의 습관
124 내 안의 물소리
126 봄의 왈츠
128 호각도
130 가로수
131 사탕
132 히아신스
133 열애 중
137 전주곡
138 코끼리가 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140 귀를 분실한 오후
142 달의 수화
144 동백을 사랑하는 손
145 불행한 나라의 천사들
148 기차역에서

해설
153 사랑의 씨앗을 대지에 심기 위한 여정 |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2015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문학박사)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가 있으며 연구서로 <1980년대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멜랑콜리의 정치성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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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18*184*20mm
ISBN13
9791189176990

책 속으로

어제 책을 읽었는데
책 속에 내가 잠들어 있었다
오늘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곳이 이웃 나라 바닷가였다
나를 책에서 봤다며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고 그곳을 그와 어깨를 부딪치며 걸었다
나는 원래 여자였는데
오늘은 남자의 음성이 내 입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고 싶은데
그는 나더러 구름이라고 말한다
나는 뛰어가는 아이스크림이고 싶은데
그는 나더러 모자라고 말한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가보자고 말한다
그는 버스를 탔고
나는 기차를 탔고
우리는 빌딩 위에서 만나 각자 자신이 가져온 커피를 마셨고
내가 그를 떠올리자 그는 내가 좋다고 말한다
아이가 빌딩 위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그가 공을 받아서 아이에게 돌려주고
아이가 나에게 공을 던지고
공놀이를 하다가 우리는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방이 있었다
가방 안에는 공이 있었고
투명한 공 안에는 그가 아이를 안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와 책을 같이 보았는데 그래서 아이가 태어났다고
그리고 그 아이가 나의 아들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내가 없으면 못 살 거 같다고 말했고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그가 차려 주는 밥을 맛나게 먹었다
아이는 로고 조립을 잘해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는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당신은 도깨비인가?
당신은 도깨비인가?
가방이 가만히 소파 위에 있었다
소파가 물끄러미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중에서

내가 점점 젊어진다고 한다
식탁 위에서 사과를 깎을 때
도마 위에서 토마토를 썰 때
나의 얼굴이 없어진다고 한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한 알의 사과가
한 알의 토마토가
생겨난다고 한다
거울이라는 속성의 눈동자에서
무한한 과일이 자라난다고 한다
슬퍼하지 않아서
어떤 느낌이 없어서
기분이 상쾌하다고 한다
거울 안에는 한 달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다
내가 거울 속을 다녀간 뒤에는
점점이 사과가 점점이 토마토가
점점 젊어지는 얼굴로
벽 위에 생겨난다고 한다
기쁜 목소리를 연습하기 위해
나는 사과 안에서 잠이 들고
외롭지 않기 위해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
요리를 하다가 너를 쳐다봤는데
누구세요 당신
점점 젊어져서 죄송합니다
사과와 토마토의 탓이라고
너는 토마토와 사과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내 목소리가 아닌 거 같아서
거울을 들여다본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거울 속을 돌아다닌다
나는 그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너는 내가 점점 사과를 닮아 간다고 한다
사과가 없어진 자리에 내가 있었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토마토가 있었다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 이어진의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가 청색지시선 7번째로 출간되었다. 2015년에 등단한 이후 8년 만에 나온 첫 시집이다. 시집 전체에 걸쳐 초현실적인 세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현실 원칙을 벗어난 꿈의 언어는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내기에 이른다. 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공중에 들판이 펼쳐지는 시의 세계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먼 여행을 떠나는 길이며, 그 길 위에서 사랑의 대상을 찾게 된다.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는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현실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표제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는 현실 논리를 넘어서는 전개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논리 밖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이다. 이 시의 세계에서 ‘나’는 ‘구름’이 된다. 「구름의 시」에 따르면, 구름은 “영혼과 상상을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기체를 향해 유한의 생각을 벗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텅 빈 영혼 속에 당신이 구름을 집어넣어 주”면, “나는 당신의 질감을 격렬하게 느껴” 볼 수 있다. 그렇게 사랑을 통해 우리는 구름이 된다.

유한한 액체(생각)가 옷을 벗고 기화(상상력)될 때, 구름이 된다. “기체를 향해” 생각의 옷을 벗고 있는 상태가 구름이다(구름은 기체와 액체의 중간에 놓인 존재다). 서로의 영혼에 이 구름을 넣어 주어 상상력으로 가동되게 하는 일, 그래서 서로를 구름으로 변화시켜 주는 일이 사랑이며, 이 사랑을 통해 구름과 구름이 섞이듯이 뒤섞이는 연인은 서로의 질감을 격렬하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구름 상태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시의 언어로 찾아 나선 새로운 현실은 또 다른 현실을 거듭 추구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나를 데리고” 가는 ‘먼 여행’이란, “내 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린다는 환각에서 촉발되어 시작된 환몽의 세계로의 여행이며, 이 여행의 기록이 시이고, 이 시는 ‘너’의 마음속에서 흔들리는 별이자 나뭇가지가 된다.“고 이어진 시인의 시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나의 얼굴이 없어진다고 한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한 알의 사과가
한 알의 토마토가
생겨난다고 한다
―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

자신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다른 대상이 존재하는 상상력은 결국 대상과 하나가 되는 세계를 마련한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지우고 대상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간다. 시는 사랑의 꿈을 현실로 불러내고, 시는 급기야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시인의 언어는 그칠 줄 모르고 어딘가로 부단히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현실, 시가 창조해낸 또 다른 과잉의 현실은 오히려 삶의 진실을 더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진 시인의 초현실적인 시의 언어는 생동하고 있다. 진정한 삶이 그 순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시인은 유튜브 채널 [이어진의 문학의 향기]를 통해 동시대의 여러 다양한 시들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추천평

이어진 시인은 초현실주의자들의 비전을 이어받는다고 하겠다. 이어진 시인이 펼쳐 보이는 과잉현실은 어떤 세계인가. 시집 제목에 따르면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다. 동명의 시가 보여 주는 세계는 정말 엉뚱하다. 책을 읽고 있는 화자는 “책 속에 내가 잠들어 있”게 되고, 책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에 존재하게 된다(화자가 읽던 책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일까?). 책 속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전도된다. - 이성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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