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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에우리피데스와 죽은 비극의 탄생
12장 악명 높은 기계장치의 신을 오용하는 에우리피데스 13장 에우리피데스의 동지, 소크라테스 14장 반디오니소스적 경향의 창시자, 소크라테스 15장 이론적 인간으로서 소크라테스 |
Friedrich Nietzsche, Friedrich Wilhelm Nietzsche,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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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예술과 적대적이다
3권은 현상적으로 보면 고대 아테네 비극의 죽음, 에우리피데스적인 ‘비극’과 소크라테스적인 ‘비극’의 탄생을 다룬다. 니체에 따르면 에우리피데스와 소크라테스는 비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부정한다. 그들은 비극의 중요한 요소인 서정시와 민요를 무시하고, 합창가무단의 역할을 축소하고, 디오니소스의 분신으로서 비극의 주인공들을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인간으로 만든다고 니체는 보았다. 니체는 3권 전체에서 소크라테스 및 소크라테스주의와 목숨을 건 전쟁을 시작한다. 11장은 고대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와 그의 비극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위대한 영웅들을 속물적인 인간으로 변신시킨 에우리피데스는 ‘고통 뒤의 행복’이라는 그리스적 명랑성을 ‘어려운 것을 회피하고 위대한 것을 무시하는’ 그리스적 명랑성으로 전환시켰다고 니체는 질타한다. 12장은 에우리피데스가 겉으로는 시인이지만 속으로는 당시 유명했던 소크라테스였다고 주장한다. 니체는 에우리피데스와 소크라테스가 힘을 합쳐 당시 유행하던 비극의 성격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한다. 13장은 니체는 소크라테스를 에우리피데스의 철학적 투사로, 에우리피데스를 소크라테스의 문학적 전사로 규정한다. ‘모르는 것을 안다’는 소크라테스적인 앎은 예술세계에 전례 없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예술을 마침내 만들어 낸다. 니체는 이런 소크라테스가 기존의 모든 그리스적인 가치를 철저하게 파괴한 무시무시한 ‘악마’라고 단정한다. 14장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시를 짓는 소크라테스와 그 결과를 다룬다.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시를 짓는 소크라테스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15장은 시, 우화시를 짓는 소크라테스가 도대체 누구인가를 다룬다. 소크라테스의 영향력은 해질녘 그림자처럼 갈수록 커진다는 것, 아테네인들만이 아니라 인류의 대부분은 소크라테스 앞에서 주눅이 든다. 왜 그런가를 니체는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 중 하나 강력해지는 국가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며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하던 시기에, 왜 그리스인들은 ‘비극’에 열광했을까? 20대 고문헌학자 니체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전투의 한복판에서 이런 고민을 펼칩니다. 이 보불 전쟁에서 프로이센은 프랑스를 굴복시켰고, 점령지 파리에서 독일제국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니체는 다시 독일이 강력해지는 시기에 왜, 바그너의 음악극과 같은 뛰어난 예술이 탄생하는가에 주목합니다. 비극은 무엇인가, 음악정신은 무엇인가? 왜, 약한 국가가 강력해질 때 비극(음악)은 대유행하고, 비극(음악)이 죽었을 때 강력했던 국가는 몰락하는가? 국가의 성쇠와 음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투에서 돌아온 니체는 곧바로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의 탄생』(줄여서 『비극의 탄생』)을 집필합니다. 이 책은 28살 니체가 당대 현실과 나눈 대화이자 이후 니체 사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신을 죽였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철학적으로 살해했으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부정했던, 그리고 현대 철학과 사상의 뿌리가 되었던 니체의 사상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합니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 서정시와 음악(민요) 그리고 춤과 웃음을 각인해 넣었습니다. 니체는 디오니소스 예술인 음악과 춤이 인류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며, 음악과 춤 안에 바로 형이상학적 실체가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형이상학의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고대 비극에서 형이상학적 철학을 분쇄할 힘을 발견합니다. 음악과 춤, 예술이 불러오는 공감이 하늘에 떠 있는 초월자나 이데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데아와 신 중심의 형이상학을 깨부수고 새로운 형이상학이 나타납니다. 니체는 인간이 매일 겪는 지독한 고통의 치료제로 음악과 춤을 제안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여기서 이 책을 읽을 이유 중 하나를 찾아봅니다. ‘강력해지는 국가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 K-pop으로 퍼지는 한류의 철학적 기원을 묻는 질문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 “니체의 사상을 몸으로 만난 건 역설적으로 니체를 거부한 이십 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물 소리가 울리고, 마당극이 벌어진 운동장 한복판에서 청년 니체를 만난 셈이다. 대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마당극을 보면서 다함께 웃고 울고 노래 부르고, 풍물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너나없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술 한 잔과 풍물 소리에 모두 하나가 되는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막연한 질문이었고, 오랫동안 잊어버렸다. 『비극의 탄생』은 이십 대 초반의 설익은 경험적 질문에 대해 오십 대 중반에 학문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니체는 디오니소스 예술인 음악과 춤이 인류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며, 음악과 춤 안에 바로 형이상학적 실체가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형이상학의 실천이라고 천재적인 답변을 한다. 니체는 한 손에 음악과 춤의 ‘망치’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웃음의 ‘다이너마이트’를 들고서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 곧 철학, 사상, 종교, 학문, 형이상학, 교양, 교육 등의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파괴한다. 그는 음악과 춤에 인간의 고통을 극복할 해방적 힘이 있다고 밝힌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편집자의 말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번역하고 주석을 달고 해설해서 『비극의 탄생-시민을 위한 예술을 말하다』로 새롭게 탄생시킨, 이남석 박사는 집필 완료 후 지금껏 『비극의 탄생』 공부 소모임을 59차례나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제 총 25개 장 중 9번째 장을 통과 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는 이 책이 난공불락 텍스트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신화와 비극 작품, 문학, 음악, 철학, 역사적 사건, 니체 당대의 현실 그리고 니체 자신만의 용어와 사유가 책의 도처에서 출몰하기 때문이고, 또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한 권의 번역서로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남석 박사는 오래된 정공법을 택합니다. ‘니체가 쓴 용어, 구절, 문장마다 주석하고 해설하자!’ 고전을 읽어 온 동서고금의 독서가들이 해 온 방식입니다. 총 5권, 25개 장, 145개 절마다 원서에 없던 제목을 달았습니다. 또 각 절을 쪼개어 ‘원문’을 맛보고, 주요 용어와 구절과 문장에 담은 니체의 사유를 그 자체로 이해해 보고, 앞뒤 맥락을 쫓았습니다. 역사적, 철학적, 문학적, 음악적 의미를 골라내서 이전 시기의 그것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니체 사상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살피고 현대 사상과 철학에 기여한 바를 되짚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나온 ‘해설’은 그야말로 빛이 납니다. 해설자의 수고로운 설명은 ‘다시 보기’를 통해 종합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초고를 받고 나서부터 2년 반 만에 간신히 1900쪽의 편집을 교정하고 색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정 바꾸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거듭했는지 셀 수 없었습니다. 교정과 편집은 항상 예상을 초월했습니다. ‘찾아보기’에 보면 ‘디오니소스’ 낱말 하나의 세부 항목이 81개 나옵니다. 세트 전체 본문을 다시 훑어야 하는 무한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이 역시 이남석 박사에게는 또 다른 인내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한 연구자의 기나긴 수고와 인내가 드디어 많은 사람들의 앎과 사유를 지극히 넓혀 줄 보물로 영글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 보물이 니체의 밤하늘에 별처럼 빛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