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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됐어요]
- 두 남자의 따뜻한 침묵 - 복권에 당첨된 날 -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 병신같이 - 알려지지 않은 MVP - 주관적 절기 - 나는 우유도 잘 먹고 사도신경도 외울 줄 안다 - 24시 코인 빨래방 - 하헌재 때문인지 하헌재 덕분인지 - 우리에게 쓰레기 데이를 허하라 - 은행 아가씨 1 - 연민이라는 이름의 편견 - 새해 소망 [굳이 꿈꾸지 않아도] - 뒤통수도 예쁜 그대 - 국물보다 뜨거운 무엇 - 육등급 - 출생의 비밀 - 가수가 판검사를 어떻게 이겨 - 오픈 마이크, 오픈 마인드 - 즐거운 재택근무 - 그랜드 민구 페스티벌 - 갈림길 - 커피와 소주 - 누구는 흥부고 누구는 박이라니! - 나아갈 용기, 그만둘 용기 - 성현이형 관찰 일기 [그런 거 없더라] -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 돈 1 - 망한 앨범 제작기 - 돌아와 - 은행 아가씨 2 - 재능기부, 재능갈취, 재능구걸 - 흑역사, 위대한 탄생 - 감자탕을 발라주던 네가 있었다 -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라 - 돈 2 -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 wo xiang gen ni chinchin - 혼자 살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당신의 시] - 곰국이 생각나는 밤에 - 새 양말을 신었어야 했다 - 라면왕 비긴즈 - 휴대폰 공습 - 싸구려 와인 맛있게 마시는 방법 - 니는 누고?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 기억 속의 고향 - 그렇게 하나씩 잊혀져 간다 - 오늘도 청첩장을 받았다 - 그곳이 사라진 그곳에는 - 산사람을 위한 제사상 - 차마 안아줄 수조차 없었다 - 내겐 과분했던 사람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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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대학원 회식 자리. 지도교수이신 유성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민구는 글은 리얼리즘인데, 사람은 휴머니스트지.” 애정 어린 눈길로 나의 주변을 이 책에 베꼈다. 하늘로 이 책을 보내 내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어머니께 알리고 싶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평일 오후, 단둘이 집에 있는 부자의 모습은 얼마나 애처로운가. 좌절을 경험한 사업가 아버지와 성공이 멀기만 한 딴따라 아들은 서로가 그저 민망하다. 그것은 바로 한 해 전 우리 집의 풍경이었다. 우리 집 식구는 다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노인 회장이었던 할머니, 휴학하고 회사에 다니던 여동생, 하던 사업이 잘되지 않아 정리하고 집에서 쉬시던 아버지, 음악을 한다고는 해도 별다른 일정이 없던 나, 그리고 나이 든 강아지 삼돌이. 동생이 출근하고 할머니가 놀러 나가시면 삼돌이를 제외한 두 남자의 민망한 시간이 시작된다. 늦은 아침을 차려 먹고 아버지는 야구 하이라이트를 보신다. 나도 야구 하이라이트를 좋아하지만,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영화를 보거나 기타를 친다. 집 전화가 울리면 아버지와 나는 서로 눈치를 보고, 결국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도 나도 서로가 이 시간에 집에 있을 나이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이십 대가 절반 이상 지나간 나는 물론이고 아직 오십 대인 아버지도 한창 일을 하고 있어야 할 나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중략) 시간이 흘러 나는 새 앨범을 내게 되었다. 타이틀 곡은 우리 부자의 힘든 시간을 담은 노래 〈타임머신〉. 덕분에 나는 평일 오후를 더는 집에서 보내지 않았다. 불안정하지만 나를 불러주는 무대도 빈번하게 생겼다. 독립도 했다. 아버지는 이제 거실에서 웅크리고 주무시지 않는다. 〈타임머신〉이 담긴 앨범을 아버지께 드렸지만 직접 틀어 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어떤 감상도 아버지께 듣지 못했다. 다만 CD를 드린 다음 날 아침상에 아버지가 직접 끓인 된장찌개와 정성스레 구워낸 고등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나는 그것을 내 노래에 대한 아버지의 답으로 여기고 있다. ― 「두 남자의 따뜻한 침묵」 중에서 어차피 다 사람이 정한 거다. 아침도, 계절도. 스무 살엔 대학에 가야 하고 스물한두 살엔 군대에 가야지. 스물여섯 스물일곱에는 취업을 하고 장가갈 준비를 해야지. 이것도 결코 진리가 아니다. 나에게는 중국 주나라 화북지방 절기만큼이나 머나먼 이야기였으니……. 커피를 시켰을 때 가을이 왔다. 입추가 와야 가을이 오는 게 아니라, 커피를 시켜야 가을이 온다는 말이다 ― 「주관적 절기」 중에서 사춘기 남자애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주체하기 어려운 불길 같은 것을 품고 있다. (중략) 책상에 앉아 있어도 불안하고,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세상이 싫고. 어떤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나를 미치게 했다. 그런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리의 불길을 음악으로 표출될 수 있었던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추운 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컨테이너 임시 건물에서 손등이 갈라터지는지도 모르고 연습할 정도로 우리는 열정적이었다. 다른 일탈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아니, 필요하지 않았다는 게 더 옳겠다. 갑자기 엄마 품에서 벗어나 위험한 그 어떤 곳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던 연습실에 머물 수 있었던 것,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안도할만한 일이 아닌가. 무대에 서는 자신감은 일상생활로 이어져 왕따로 지냈던 중학교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친구가 많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장례식에 친구들이 200명이나 찾아오고 대학에 들어가 학생회장이 되고, 음악을 하며 멋진 동료들을 만나고,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밴드를 하지 않았더라도 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하헌재 때문인지 하헌재 덕분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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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큰 꿈이 있어야 하나?
나는 대단한 꿈을 꾸지 않겠다 지금 나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있나? 혹여 사회가 정해 둔, 타인의 욕망 같은 것에 휘둘려 가고 있지는 않나? 스무 살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그는 자각하게 된다. ‘커다란 꿈이나 야망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짜 꿈, 가짜 야망을 지어내서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자꾸만 큰 꿈을 가져야 한다는 어른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잖아.’ 하고. 거짓 꿈을 깨면서 그는 자기가 진정 바라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자신을 치밀하게 관찰해 나갔다. 이 책은 ‘앞으로’ 가 아니라 ‘지금’의 바람을 실현해가는 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일기를 짧게 쓰기 위해 동시를 짓다가 시인이 된 것 하며 고등학교 때 여고 축제에 가기 위해 밴드를 했다가 지금까지 음악을 하는 것. 이처럼 사소한 순간을 무시하지 않아서 이룰 수 있었던 그의 꿈.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도 끄집어 냈다. 글을 쓰면서 그 시절의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컸음을 실감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아팠지만 알려야만 할 일이겠기에 묵묵히 써 내려갔다. 초등학교 때 우유를 먹지 않았다고 뺨을 때린 선생님, 미션스쿨인 고등학교에서 사도신경 외우기를 거부하고 엉덩이를 맞고서 다 외워야 했던. 그리고 자신의 중학교 생활 전반을 처절하게 망가뜨린 왕따의 경험. 그의 아픔을 구원해 준 음악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돌이겨보게 한다. 사소하지만 때로는 무거운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각자의 현실적인 꿈에 대하여, 그 꿈을 찾게 하는 계기를 줄 것이다. 21세기 이 청년의 자화상 20대 청년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삶, 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기 불안한 시대라고 한다. 불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힐링과 상담이 유행처럼 나돈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을 지나치게 걱정한다. 그는 이러한 사회의 시선을 불편하다며 툭 던진다. “나는 괜찮다는데 아프지 않다는데 왜 자꾸 위로하려 들지? 잘 지내고 있다는데 왜 자꾸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지? 이상하다. 나 진짜로 잘 지내고 있는데.“ 하며. 그리고 그는 저마다의 얼굴이 다르듯 사는 모습도 제각각인 주변의 삶을 베꼈다. “아무리 대학생이라도 학생이 귀를 뚫거나 머리가 노란색이면 안 돼. 스물한 살에는 군대에 가야 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해. 스물대여섯에는 번듯한 직장을 구해야지. 음악은 젊을 때나 잠깐 해야지. 서른쯤에는 장가를 가야 해.” 어느 시점에는 사다리의 어느 지점에 있어야 한다는 사회가 정해 놓은 이런 규정에 그는 ‘왜 그래야 하는지’ 조곤조곤 따져 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판에 박힌 절차보다는 지금의 삶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멀스멀 다가오는 독립의 시기에 마누라를 얻고 애새끼들 키우고 살려면 지훈이처럼 새로 도배한 전셋집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지갑에 단 돈 만 오천 원도 없는 우리가 일억 오천을 벌어야 한다는 것 그래 바로 그 지점이다 그 어떤 연고도 없는 동네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에 다녀야 하는 문제 상하이로 홍콩으로 목적 없는 유학을 떠나야 하는 문제 좆같다 좆같다 하면서 직장에 다니며 잦은 출장으로 여자한테 차이고도 또 내일 인천공항 발 중국행 티켓을 끊어야 하는 문제 나와 내 친구들의 그 모든 문제의 진원지가 바로 그 일억 오천짜리 전셋집인 것이다 ―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중에서 p.168-169. 그는 살면서 경험한 일들로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별거 아닌 사소한 일들을 모아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진솔하다며 공감하고, 시대정신이 스며있다며 박수를 보낸다. 그는 이 책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주변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사는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듯하다. 또 그것이 우리에겐 위안이 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평범한 하루는 시적인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더라 강백수의 산문 『서툰 말』에는 평범한 하루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잡아내고 사소한 것들에서 의미를 건져내 스스로 삶의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그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그의 노래 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적인 순간들을 놓치지 말자”는, “재미있게 살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