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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저자 친필사인본(선착순 한정수량)
강혜빈
&(앤드)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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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 산문집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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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_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첫 번째 편지 × 아이 엠 그라운드
두 번째 편지 × 부드럽고 환한 레몬 마들렌
세 번째 편지 × 설탕에 푹 절여진 토마토
네 번째 편지 × 당신 옆의 무화과
다섯 번째 편지 × 딱딱한 복숭아
여섯 번째 편지 × 참외주스가 있는 테이블
일곱 번째 편지 × 연체된 마음

2부_ 선잠을 자는 별들

여덟 번째 편지 × 100개의 사랑
아홉 번째 편지 × 파란 등뼈 조각
열 번째 편지 × 잔망과 무튼
열한 번째 편지 × 페퍼민트의 사라지는 방식
열두 번째 편지 × 비니의 기쁨
열세 번째 편지 × 잔과 꿈

3부_ 실패수집가

열네 번째 편지 × 실패수집가-단잠
열다섯 번째 편지 × 팔레트, 늪, 사랑-지구 반대 편에서
열여섯 번째 편지 × 실패수집가-원샷
열일곱 번째 편지 × 마사코와 비누
열여덟 번째 편지 × 등헤엄
열아홉 번째 편지 × 노이즈 캔슬링
스무 번째 편지 × *23#

지난 계절에서 온 답장 × 미래의 파인애플 화분을 기다리며

저자 소개 1

시인. 사진가 ‘파란피paranpee’. 뉴노멀이 될 양손잡이. 빛과 컬러를 중심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발명하고 있다.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미래는 허밍을 한다』, 『밤의 팔레트』 외 다양한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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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32g | 120*200*14mm
ISBN13
9791166837890

책 속으로

당신에게,
편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됩니다.
오래전부터 오늘을 기다린 사람처럼, 서둘러 보내고 싶어 마음이 간질간질했어요.

저는 당신에게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요? 다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편지이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를 이루고 있는 것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제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당신이 계신 곳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편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pp.8-9

요즘은 부쩍, 누군가와 함께 산책을 하고 싶습니다. 천천하게, 걸음을 맞추어 가면서요. 당신은 산책을 좋아하나요? 감색 노을이 지면서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질 때,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콧속으로 스며들 때, ‘함께’라는 느낌을 정확히 알고 있는 채로. 걸으며, 걸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저의 수신인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게요.
--- p.21

오늘, 당신에게 비밀 하나 알려 줄게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열린 옷장에서 와르르 쏟아지는 원피스 더미 같은, 그런 비밀 말이지요. 내킨다면 당신도 한 개만 알려 줄래요? 사탕 하나씩 나눠 먹으면 좋잖아요. 달잖아요, 비밀은. 때론 ‘설탕에 푹 절여진 토마토’처럼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단단했던 마음도 녹아내릴 것만 같죠. 마음의 표면에 혀끝만 대 봐도 침이 줄줄 흘러요.

지금은 좀 낫습니다만.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고백하기로 합니다. 친구에게, 친구의 친구에게, 가족에게, 선생에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 p.93

강은 매일 꿈을 꿨다. 별로 놀라울 것도 없었지만, 꿈을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종종 신기하게 여겼다. 평행 세계처럼 존재하는 그곳의 일상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한 달 전에 갔던 건물을 또 가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레몬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과 함께 날아다니기도 했다. 그는 누구일까.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쩐지 또 만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p.149

나의 별명 중 하나는 ‘럭키 빈’이에요. 어릴 적부터 운이 좋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요.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그보다는 말에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비관적인 상황을 뒤집는 건 한마디 작은 말들이었거든요. 제주에서는 날씨의 신마저 도왔어요. 이럴 때는 “역시 럭키 빈이야.”라고 한마디 해 주면 돼요. 그 말은 내뱉음으로써 이 세계에 이입되고 성립되는 거죠.
--- pp.190-191

우리 죽지 말고 잘 살아요.
더 귀여워진 당신을 기대하며.

지루한 미래에서 꼭 만나요.

총총.

--- p.201

출판사 리뷰

지난 계절에서 온 답장 × 미래의 파인애플 화분을 기다리며

이것은 오래도록 사물을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사물에 숨겨진 다른 색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하나의 사물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을 지루하다 말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남들은 보지 못한 색을 찾아내곤 합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그렇게 찾아낸 사물의,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숨겨진 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혜빈은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바라본 것에 대해 오래도록 말을 고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를 알지 못하지만 그의 문장에 깊은 신뢰를 느낍니다. 깊은 밤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주춤거리는 입으로 말을 고르는 사람. 시작된 말에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몇 번이고 자신의 말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러고는 보다 적확한 말을 찾아, 다시 걸음을 옮기는 사람. 당신의 문장을 읽을 때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밤과 팔레트라는 두 단어를 덧붙였을 때에도, 미래는 허밍을 한다고 말했을 때에도. 당신의 문장에서 조금쯤 잊고 있던 사실을 새삼스레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의 밤이 단지 어두운 것만이 아니라 여러 감정들로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귀에 들리는 이명과 낯선 소음의 뭉치들이 사실은 미래의 소리라는 걸, 당신으로 인해 기억해 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까만 어둠 속에서 파란빛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밤은 단지 까만빛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모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_임지훈(글), 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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