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의 독자들에게
프렐류드 1교시 화성 1장 최초의 레슨 2장 화성: 첫 번째 수업 3장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4장 화성: 두 번째 수업 5장 피아노로 정하다 6장 화성: 세 번째 수업 2교시 선율 7장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 8장 선율: 첫 번째 수업 9장 꼭 피아노 선생이 아니어도 10장 선율: 두 번째 수업 11장 넷째 손가락에 닥친 위기 12장 선율: 세 번째 수업 3교시 리듬 13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 이루어진다” 14장 리듬: 첫 번째 수업 15장 콩쿠르와 마스터클래스 16장 리듬: 두 번째 수업 17장 종착점에 다다르다 18장 리듬: 세 번째 수업 19장 그래서 줄리아드에 가고 싶다고 코다(이행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부록 플레이리스트 해설 |
Jeremy Denk
장호연의 다른 상품
|
릴리언 선생은 압박감을 느끼며 연주하는 나를 돕고자 자신이 개발한 ‘기억의 정류장’이라는 쉽고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선생은 나보고 음악의 여러 핵심 지점에 숫자를 매기도록 했다. 그러면 나는 거기서부터 외워서 연주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레슨 시간에 선생이 숫자를 부르면 나는 그 지점으로 넘어갔다. “다섯!” 하면 나는 페이지 절반 아래의 주제로 넘어갔다. “셋!” 하면 아까 연주 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특정한 기분에 몰입할 수 없었다. 음악이 망가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땀을 흘리고 청중석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고 릴리언 선생이 나에게 기회를 준 순간을 후회하는 동안, 적어도 나는 무대에서 가슴 졸이며 이어질 대목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마음 놓고 건너뛸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듬거리다가 연주를 중단할 일은 없었다.
--- p.45~46 세상의 모든 피아노 교사들이 별모양 스티커를 붙인다면, 빌은 내 연습노트에 손으로 직접 별을 그려서 칭찬의 뉘앙스를 전했다. 어떨 때는 별에 후광이나 왕관을 씌워 자랑스러운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가끔은 별이 곁눈질하는 모습으로 성에 차지 않음을 나타냈고,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별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실망감을 금할 수 없을 때는 민달팽이, 애벌레, 독이 있는 지네를 그렸다. 가장 화려한 별이 등장한 것은 우리의 첫 번째 이정표가 된 사건인 1981년 피아노교사협회 오디션 때였다. --- p.79 빌과 마지막 레슨을 하러 갔다. 그는 우리가 거둔 성과에 흐뭇해했고,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50년 전에 태어났어야 했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피아니스트들이 별로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은 틀림없이 이름을 떨쳤을 거야. 지금이야 음을 칠 줄 아는 피아니스트가 백만 명이고, 생계를 꾸려가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며칠 전에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에게서 편지가 왔더구나. 일자리를 알아봐줄 수 있느냐면서.” 젠장, 당신마저 이러기에요?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떠날 때였다. --- p.165 “일단 해봐.” 그가 말했다. 몇 번 실패하고 나서 마침내 스포르찬도와 스타카토와 페달 표기를 모두 지켰다. 세상에나! 심술궂은 3인방은 낭만주의의 정수였다. 위의 음에는 다급함이 더 실리고, 아래의 음은 마치 헤어진 연인의 손길이 여전히 느껴지듯 미련이 남아 머뭇거린다. 그냥 하나의 음표가 아니라 불안한 기억을 들추는 것, 또 다른 층위의 경험이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레그를 바라보았다. (…) “그렇게 터무니없지는 않지?” 그레그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그는 위대한 경이에 눈을 뜨게 하면서도 화를 돋우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해? 넌 그러니까 신동이잖아? 악보 읽는 법은 알고 있어야지.” 그러고 나서 어조를 누그러뜨려 그날의 교훈을 전했다. “너의 연주를 들으면서 내가 악보로 받아 적을 수 있어야 해. 나는 모든 표기를 귀로 듣고 싶다고”. --- p.278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서글프게도 청중석에서 기침 소리가 터졌다. 이에 화답하듯 무대 위에서 조용하게 조정하고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마침내 슈타커가 첼로를 잡고 슬쩍 옆을 보았다. 셰복이 팔을 아래로 내려 그가 조율하도록 A를 연주했다. 청중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앉은 사람이 몸을 기울이고 내게 물었다. “넌 피아니스트니까 알겠군. 그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알고 싶었다. 그 A는 내가 들어본 가장 유혹적인 소리였다. 중심이 잡힌, 군더더기 없는 소리. 셰복의 마술이었다. 오직 그만이 가진 재능이었다. 그나저나 실용적인 목적으로 내는 서두의 음을 굳이 그렇게 아름답게 연주할 필요가 있었을까? --- p.404 앨리스 털리 홀에서 예정된 나의 데뷔 무대는 4월이었다. 2월과 3월에 바흐의 E단조 파르티타 음반 수십 종을 들었다. 시프, 굴드, 투렉 등 내로라하는 바흐 전문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대다수가 지루하다고 판단했다. 지루한 세상을 내가 고쳐야 했다. 마지막 악장을 8분음표로 연주할지, 아니면 미친 셋잇단음표로 가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스테신은 내가 재즈처럼 연주하기를 원했다. 그는 거친 바흐를 사랑했다. (…) 언젠가 레슨이 끝나고 마티니(그가 애용한 음료)를 마시며 그가 말했다. “결국에는 자네 방식대로 바흐를 연주하는 법을 찾게 될 거네. 지금은 아니지만.” --- p.480 |
|
뛰어난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 피아니스트는 (마음만 먹는다면) 셀 수는 있겠지만 상당히 많다. 그들 중에서도 자신의 글을 통해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 피아니스트를 꼽자면 (두 손 두 발 이상이 필요할 만큼) 그 수가 적지 않다. 어쩌면 신께서 그들에게 피아노 재능을 주시면서 글쓰기 재능까지 덤으로 준 게 아닐까. 우리가 이 명단에 추가해야 할 또 한 명의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있다. 미국에서는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제러미 덴크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기에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그는 2018년에 한국을 방문해 독주 콘서트를 열기도 했으며, 2019년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한 듀오 콘서트로도 한국 관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2024년 4월, 그의 또 다른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첫 책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던 여섯 살 꼬마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이 책의 원제 “Every Good Boy Does Fine”은 높은음자리표의 오선지에 해당하는 음이름(EGBDF)을 가지고 문장을 만드는 놀이에서 따온 제목이다. 음악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암기법이다. 이 특별한 제목은 제러미 덴크의 책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바닥에 닿지 않는 발로 음향판을 차던 여섯 살 귀여운 꼬마가 테크닉과 표현과 감정을 고민하며 음악과 인생을 이해하는 성숙한 삼십대 청년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가장 솔직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기 전까지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우리는 알 수 없었던 무대 아래의 시간들이 상세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지루하고 고된 연습 시간, 이해할 수 없는 레슨들, 피할 수 없었던 콩쿠르 준비 과정, 전율이 일었던 영감의 순간들,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 큰 성공과 큰 실패가 쉴 틈 없이 이어지며 더욱 단단해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음악 교사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듯 그 길에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 세상 수많은 피아노 교사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기록 첫 레슨은 동네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 함께 시작한다. 손은 수평으로 하고 손가락은 둥글게 구부리고 손목은 낮게 둔다. 등을 똑바로 펴고 한 번에 하나의 손가락 마디만 들어 올린다. 계이름을 배우고 박자를 배우고 운지법을 익힌다. 지루함의 새 지평을 연 도흐나니 음계 연습, 모차르트의 A장조 협주곡 K.488을 연습하며 음악의 구조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자꾸 빨라지는 박자를 제어하는 메트로놈과의 사투 등 이런 대목들을 읽고 있으면 피아노 앞에 앉아 고뇌하는 어린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을 어른들이 나서 그의 학비를 지원하는 장면에서 뛰어난 인재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배움의 과정이 펼쳐진다. 오벌린 대학의 조지프 슈워츠, 인디애나 대학의 죄르지 셰복, 줄리아드 스쿨의 허버트 스텐신을 사사한 덴크는 그들과의 개인 레슨이나 스튜디오 수업뿐만 아니라 레온 플라이셔, 야노스 슈타커 등과 함께 한 마스터클래스 등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전문적인 피아노 레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우연히 잘 치게 되었을 때 그 방법을 곡의 나머지 부분에 어떻게 적용할까? 곡에 방향감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별도의 두 음과 이음줄로 이어진 두 음이 가진 의미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어떻게 해야 슬픔이, 무거움이, 달콤함이 느껴지도록 연주할 수 있을까? 음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처럼, 겨우 발을 떼는 것처럼 들리게 할 수 있을까? 피아노와 함께한 매 순간 그들 모두가 나의 스승이었다 피아노를 친다고 해서 피아노 교사에게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에서는 피아노 레슨과 더불어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다채로운 일상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고등학교 때 활동했던 교내 오케스트라 지휘자, 음악회를 통해 만난 지역 오케스트라, 여러 음악 페스티벌에서 만난 음악가들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서도 저자는 순간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대학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성악 등 친구들의 반주를 해주러 간 레슨에서 여러 분야의 교수들을 통해 배운 것들 또한 많았다. 현대음악앙상블의 지휘자 래리 레츨레프에게서는 악보에 적힌 모든 표기의 정확성과 엄격함을 배웠다면, 첼로 교수 노먼 피셔에게서는 악보에 쓰여 있지 않은 인간의 온기와 악상의 동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바이올린 교수 그레그 풀커슨에게는 음악을 흐르는 강처럼 묘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레퍼토리를 익히고, 경쟁을 배우고, 콩쿠르 무대에서 자신감과 자괴감을 오가며 피아니스트로서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은 인간적인 감동을 준다. 음악은 음악으로만 배우지 않는다. 동료 음악가들의 말 한 마디, 눈짓, 표정, 포옹 한 번, 살짝 짓는 웃음, 잠깐의 일탈, 유유히 흐르는 강, 밤하늘의 별…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에게 깨달음을 주고 영감을 주었다. 덴크의 음악 수업과 플레이리스트 해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덴크가 풀어낸 음악 수업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클래식 작품 해설이다. 음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화성, 리듬, 선율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되는 그의 음악 수업은 복잡한 음악 개념을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한 비유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선율에는 뭐랄까, 물건 같은 측면이 있다. 혼자서 흥얼거리고 소유한다.”) 또한 곳곳이 유머와 재치로 번득이며, 클래식 음악과 인간 정신의 보편적 측면들을 시적으로 연결시키는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은 문학적인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들까지 만족시켜줄 것이다. 부록으로 실은 플레이리스트 해설 속 곡 설명과 추천 음반은 덴크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과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르투르 슈나벨, 이그나츠 프리드만, 알프레트 브렌델, 알프레드 코르토 등의 추천 연주는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
|
가장 뛰어나고 통찰력 있는 클래식 음악가 중 한 명인 제러미 덴크가 쓴 음악 에세이는 매우 독특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음악 담론의 본질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숭고한 예술을 숙련시켜가는 길고 험난한 여정에 관해 지극히 개인적인,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고백을 들려준다. 영감을 주고, 분노하고, 요구하고, 흠모하고, 한탄하는 덴크의 스승들에 대한 묘사는 바흐의 푸가처럼 정교하고, 모든 이의 입맛을 사로잡는 소박한 음식처럼 맛깔스럽다. - John Adams (존 애덤스, 작곡가)
|
|
이 책은 음악, 특히 그의 인생을 수놓았던 음악 교사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 책에는 솔직함, 과거 멘토들의 지혜,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이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아낌없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미덕이 있다면 바로 연습을 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 콘래드 타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
|
첫 문단을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음악을 언어로 옮기는 일의 무익함을 표현하면서 누군가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건축에 관한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러미 덴크는 우리에게 건축에 관한 춤을 추는 것 역시 멋진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펄프헤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