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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1장 오로라 2장 병리학 3장 들판의 여자 4장 가넷 서식지 5장 빛 6장 발살렌 7장 달 8장 세인트 킬다를 찾은 세 번의 방문 9장 라 쿠에바 10장 줄노랑얼룩가지나방 11장 로나에 대하여 12장 쇠바다제비 13장 바다의 여행자 14장 바람 캐슬린 제이미에 대하여 |
Kathleen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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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가 보는 광경이다. 우리가 듣는 것은 침묵이다. 서서히 우리는 최고로 비범한 침묵에 들어선다. 환하게 빛나는 침묵이다. 산이 내뿜고 얼음과 하늘이 내뿜는 침묵, 아주 먼 곳에서 흘러 나와 우리의 몸을 강력하게 짓누르는 무기질의 침묵. 깊고 오싹하여 내 마음은 여기에 비하면 거위처럼 요란해 보인다. 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쳐다본다. 일부는 먼 바다와 땅을 바라본다. 일부는 마치 교회에 온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 p.13 폴리가 내 곁에 와서는 두텁게 껴입은 내 옷 위로 손가락을 힘차게 찔러댄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속삭인다. “움직이지 않고도 모습이 바뀌네요.” 맞는 말이다. 문득 움직이지 않으면서 바뀌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다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그렇다.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도 아마 그럴 것이다. --- p.22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는 사람들로 붐볐다. 잠깐 고장 나서 멈춰 서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하일랜드 황야를 달리는 금속 상자 안에서 서로 가깝게 붙어서도 즐거워했다. 그러나 마지막 늑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 p.34 우리는 낮 동안 작업했고 긴긴 여름밤은 우리의 것이었다. 해가 지고 선선해지면 바깥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다음 날 아침 작업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편안하게 지냈다. 스무 명가량이 농가의 바닥에 누워서 자다가 아침이면 열 맞춰 현장으로 나갔다. 그런 생활이 참 좋았다. 얼마 전 치른 시험은 벌써 내 기억에서 지워졌다. 석기시대가 비서 대학보다 내게 더 가까웠다. --- p.64 천둥이 몰아치는 가운데 석관을 개봉하는 것은 짜릿하고 일탈적인 흥분을 안겨주었다. 시를 쓰는 것도 요란하지 않다 뿐이지 비슷했다. 단어의 무게와 힘, 소리의 유희, 진정한 뭔가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느낌, 항상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예컨대 자아나 의식 같은 것을 참되게 표현하는 인공품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짜릿했다. --- p.78 우리는 풍경 속에 위치하고 시간 속에 놓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는 있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운 좋게도 그것을 배웠다. --- p.83 안네는 긴수염고래의 등뼈에서 점차 가늘어지는 마지막 몇 야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등골뼈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색깔은 더 진해져서 마지막 등골뼈는 당밀처럼 갈색이었고 끈적거려 보였다. “그리고 여기, 이 갈색 보이죠? 기름이에요. 아직도 기름이 나와요. 오물이 기름에 딱 들러붙어서…….” “아직도 나온다고요?” 가엾어라,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건만. --- p.117 마음을 정했다. 마흔 살 생일이 되면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세인트 킬다에 가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말이다. 헤브리디스 제도 서쪽으로 수평선 넘어 멀리 떠나는 거다. 아이들은 남편이 봐주겠지. --- p.148 나는 극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나방의 눈과 지의류를 보고 황야를 이루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과정들과 사건들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자그마한 생명체, 꽃, 박테리아, 활짝 벌리고, 자라고, 나뉘고, 살금살금 움직인다. 이 모든 것을 보려면 밖에 나가서 몸을 숙이고 눈을 맞닿기만 하면 된다. --- p.194 그래서 나는 새의 유해를 비록 잠깐이겠지만 여기 이 방에, 나만의 동면 장소에 두기로 했다. 폴리에틸렌 봉지에 깃털 다발과 자그마한 두개골이 들어 있다. 까맣게 쪼그라든 물갈퀴발 위에 은색 고리를 매단 채. 내가 그것을 옆에 두는 까닭은 친밀감 때문이기도 하고, 퀴퀴한 사향 냄새가 그 여름의 먼 섬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전한 존경심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작은 몸으로 평생 대서양을 스물네 차례 오고간 데 대한 존경심. 떠돌이가 최소한 스물네 차례 바다 위를 비틀비틀 돌아다녔다면 대단한 일이다. --- p.237 스트롬네스에 있는 것은 회색에 낡았다. 선반에 놓인 고막을 보고 있으면 궁금증이 인다. 그것은 살았을 때 무엇을 들었을까? 얼마나 멀리까지 들었을까? 고래는 우리처럼 외부로 돌출된 귀가 없어서 턱뼈로 듣는다. 그러니까 전국 각지에 세워져 있는 턱뼈로 생전에 바다의 음파를 포착했다. 그들은 이 턱으로, 이 고막으로 무엇을 들었을까? 바로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 p.253 우리가 날았던 바다가 한때는 땅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었을 때, 나무들로 들어찬 숲이었는데 해수면이 상승하여 바다가 덮어버린 것이다. 바람과 바다. 그것 말고는 모두 임시적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날갯짓 한 번이면 사라진다. --- p.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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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풍경 속에 위치하고 시간 속에 놓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는 있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운 좋게도 그것을 배웠다.“ (본문에서) 존 버거가 극찬한 스코틀랜드의 마카르(국가 시인), 캐슬린 제이미 그녀가 자연을 예찬하는 열네 가지 아름다운 시선들 책 소개를 하기에 앞서, 캐슬린 제이미의 화려한 경력을 늘어놓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지 고민했다. 그녀는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몇 권의 굵직한 시집과 에세이를 펴내 여러 상을 받았고, 2021년에 이르러서는 스코틀랜드 마카르(Makar,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정한 국가 시인)로 임명되었다. 그녀를 대표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자연, 여행, 고고학, 여성, 시각 예술. 캐슬린 제이미는 이 키워드들 사이를 자유롭게 비행하고, 그 심오하고도 자유로운 여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구현해내는 데 탁월하다. 그녀의 언어는 간결하고 단정하다. 더하기보단 빼는 방식으로 글을 직조하는데, 오히려 그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이 독자에게 풍성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 『시선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이런 식이다. 그녀는 병원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의 세계, 보존 작업 중인 고래 턱뼈의 구멍, 스코틀랜드 섬 위에 뜬 위성, 빙산이 흩뿌려진 바다 위를 환히 비추는 북극광, 절벽들 사이를 휘도는 범고래, 떠들썩한 가넷 서식지, 동굴 깊은 곳에 숨겨진 그림을 묘사하며, 그것들을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빙하 사이에서 침묵을 듣고, 그 침묵을 “산이 내뿜고 얼음과 하늘이 내뿜는 침묵, 아주 먼 곳에서 흘러 나와 우리의 몸을 강력하게 짓누르는 무기질의 침묵”(13쪽)이라 부른다.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옛 물건들을 발굴하면서는 그 행위를 시 쓰는 행위와 나란히 병치시키고, “시를 쓰는 것도 요란하지 않다 뿐이지 비슷했다. 단어의 무게와 힘, 소리의 유희, 진정한 뭔가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느낌, 항상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예컨대 자아나 의식 같은 것을 참되게 표현하는 인공품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짜릿했다”(78쪽)라고 묘사한다.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존 버거는 캐슬린 제이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에세이 형식을 마술처럼 주무르는 마법사.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언어로 여러분을 사로잡는다.” 마술을 관람한 적 있는지. 분명 그 자리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거나 여러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우리를 곧장 신비의 영역으로 이끄는 마술. 그녀가 우리 앞에 정갈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들을 따라 읽다보면 한 사람의 경험이 독자에게 어떤 마술을 일으키는지 목격하게 된다. 그녀의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찾는 게 훨씬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태주 시인의 저 유명한 시구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풀꽃」)들이 있다. 어쩌면 세상만물이 그럴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변이되고 뒤틀리고 오염된 인체의 장기 세포 속에도 아름다움은 깃들어 있다. 제이미는 그 미미한 조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이 본 것을 졸졸 흐르는 깨끗한 냇물에 씻어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좀 보라고. 이런 것들이, 우리 주위에 무척이나 많다고. 자명하게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여겨야 마땅한 것, 아름다움에서 탈각된 것들을 해부하는 당대 최고의 자연 에세이 “작가의 숨결이 담긴 풍경과 소리가 영원토록 여러분과 함께할 책.” - 「선데이 텔레그래프」 그렇다고 캐슬린 제이미가 단순히 자연을 예찬하는 데서 자족하는 시인은 아니다. 그녀는 자연의 어제, 오늘, 내일을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해부하고 거기에서 인간이 개입한 흔적을 예리하게 끄집어내 경종을 울릴 줄 안다. 또한 무한한 자연 앞에서 인간과 그 삶이 얼마나 작고 희미한 것인지 역설한다. “우리가 날았던 바다가 한때는 땅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었을 때, 나무들로 들어찬 숲이었는데 해수면이 상승하여 바다가 덮어버린 것이다. 바람과 바다. 그것 말고는 모두 임시적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날갯짓 한 번이면 사라진다.”(262쪽) 날갯짓 한 번이면 사라지는 것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언뜻 인간의 나약함을 염세하는 태도로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이어 고백한다. “우리는 풍경 속에 위치하고 시간 속에 놓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는 있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운 좋게도 그것을 배웠다.”(83쪽) 그리하여 캐슬린 제이미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나아가는 능동적인 인간을 꿈꾼다.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도 야생 새의 서식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지혜를 얻으려는 마음, 고래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어서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내달리는 마음, 땡볕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흙을 파고 또 파면서 인간의 본질을 발굴하려는 마음……. 그 마음을 읽어 내려가면 잔잔하게 시작하다가도 어느새 절정에 치달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버리는, 한 편의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감상한 기분이 든다. 이제 그 멜로디를 독자에게 건넨다. 빛소굴 세계산문선, 세리프(serif) 세리프는 글자 획의 시작이나 끝부분에 있는 작은 돌기를 말합니다. 빛소굴 세리프는 작가 고유의 언어와 감성, 통찰을 아름답고 개성 있게 구현한 시적 산문을 소개합니다. 세리프의 산문들은 때로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은 채 비선형으로 뻗치기도 하고, 뜻밖의 소재를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일상에 균열을 내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변주되는 언어의 향연, 이 아름다운 돌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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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형식을 마술처럼 주무르는 마법사. 결코 이국적이지 않고 현실적인 필치로 설명하기 힘든 것을 독자들 귀에 전한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언어로 여러분을 사로잡는다. - 존 버거 (미술평론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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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책을 내려놓고 나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거나 이렇게 사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솜씨가 몸서리치게 부러웠다. - 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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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제이미의 『시선들』은 정확함과 유머와 사랑으로 자연의 세계를 해부한다. 여기 실린 에세이들은 우리로 하여금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도록 자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으로 세상을 대하도록 만든다. - 2014년 오리온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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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산문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 결코 탐닉에 빠지지 않는다. 작가의 숨결이 담긴 풍경과 소리가 영원토록 여러분과 함께할 책이다. 순수하면서도 천재성이 빛나는 글로, 이런 글을 읽는 것은 행운이다. - 선데이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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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저술가가 쓴 매혹적인 글들 ……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우리를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는 절묘한 묘사가 곳곳에 가득하다. …… 하지만 글의 진정한 힘은 갈수록 세밀해지는 그녀의 시선과 자연에 대한 그녀의 정직한 반응에서 나온다. - 선데이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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