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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운동화
할머니의 옷장 오늘도 넌 나를 보고 웃네 주머니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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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발을 볼 때마다 가을과 갔던 바다가 떠올라서 그때부터는 이 신발만 신는다. 고양이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좋은 신발과 좋은 친구는 어떤 험한 길도 함께 간다. 세상에 이 브랜드의 이 신발을 신은 사람은 많을 테지만, 나에게는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신발이다.
--- p.51 “야야, 그래 거창한 기 움써도 잘 살아진다니. 뭐이가 꼭 안 돼도 다 잘 살아져. 그니까 그런 걱정 말아. 아직도 너무 어리고 살아갈 날이 너무 길다.” --- p.84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옷장에서 나오지 못하는 엄마를 치유해 주고 싶다. 울음소리를 잃어버린 고양이를 치유해 주고 싶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는 이모들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p.87 나는 옷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나 봐, 난 취미가 옷 사는 것밖에 없어,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든, 그리고 외로움도 감춰 줘, 옷을 사고 나면 전혀 외롭지 않아, 예쁜 옷을 입으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그러자 예린은 옷이 예쁜 게 아니라 네가 예쁜 거야, 라고 했다. --- p.133 옷은 끝없이 들어왔다. 검은 비닐을 가득 채운 옷들, 가격표가 달린 새옷, 아주 작은 옷, 아주 큰 옷, 한 짝만 있는 신발, 색깔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옷, 누군가의 몸을 가지고 있던 것들은 몸을 잃으면 금세 초라하게 쪼그라들어 형체를 잃는다. 우리는 비슷한 모습으로 뭉쳐져 또다시 어딘가로 실려 갔다. --- p.167 |
늘 비싼 옷들을 척척 갖다 주면서 모델처럼 자신을 활용해 온 엄마에게 실망해 무작정 바다를 찾아 떠난 오담. 돌아가신 할머니의 옷장에서 갖가지 사연이 담긴 옷들을 발견하고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슬픔에 잠긴 엄마를 위로하고는 싶은 예린. 스타일 좋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보이지만 친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자신을 억압하다가 결국 비뚤어져 버린 유정. 그리고 갑자기 의식을 갖게 된 쥐색 코트 한 벌. 이들은 저마다 마주한 자기만의 옷장에서 끝끝내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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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기후위기, 쉐어런팅, 쇼핑중독, 텅 빈 마음과 꽉 찬 옷장 …
옷을 둘러싼 세상과 그 세상이 만들어 낸 옷들이 독자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민영화, 친일 행위, 핵발전소, 개를 먹는 문화와 편견 같은 묵직한 소재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던 작가 강다민의 첫 청소년 문학! 이번에는 패스트패션과 기후위기다. 글에는 패스트패션이나 기후위기 같은 단어가 직접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우리의 옷 소비 문화와 오늘날 패션 산업 그리고 그 속에 묻힌 공허함과 결핍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강다민 작가는 패스트패션과 기후위기라는 문제의식에 깊게 공감하지만, 당연한 말을 강요하는 글이 되지 않게 하려고 무척이나 고심한 끝에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평범하고 싶은 고등학생 예린, 오담, 유정 세 사람 각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고, 특별한 코트 한 벌이 주인공인 토막 이야기가 글을 끝맺는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쉐어런팅(부모가 자녀 동의 없이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 쇼핑중독, 사별과 그리움, 외모 비관, 부모에 대한 원망 같은 갈등과 감정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옷을 둘러싼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불어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세 사람과 옷 한 벌이 각각 주인공인 네 가지 이야기 당신에겐 평생 간직하고픈 특별한 옷이 있습니까? 아니, 당신의 옷장 속 옷들은 당신을 특별하게 생각할까요? 첫째 이야기, 하얀 운동화 엄마는 오담을 SNS 모델처럼 활용했다. SNS에서 내가 만든 적도 없던 내 계정을 발견한 오담은 엄마를 의심하고는 친구 가을과 가출 여행을 떠난다. 늘 슬리퍼를 신고 다니던 가을의 사정을 듣는 일부터 결백을 주장하는 엄마의 뜻밖의 사과 그리고 특별한 미술 시간 친구를 사귀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오담은 언제나 당연하게 주어지던 비싼 신발들이 아닌 진짜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운동화를 찾게 된다. 그것이 곧 누구도 아닌 나로 사는 일임을 깨달으며. 둘째 이야기, 할머니의 옷장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예린네 집으로 오게 된 할머니의 옷장은 박물관 같았다. 엄마와 두 이모가 어릴 때부터 입고 자란 세월이 옷장 속 수십 벌 옷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옷으로밖에 찾을 수 없는 할머니의 흔적을 보며 엄마는 할머니의 옷장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할머니가 남긴 늙은 고양이와 함께. 그러자 예린은 슬픔에 잠긴 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는 방식으로. 셋째 이야기, 오늘도 넌 나를 보고 있네 유정은 학원에 가더라도 교복이 아닌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가는 아이였다. 옷도 잘 입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잘사는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아이지만, 마음엔 늘 친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상처 입은 아이였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다가 쇼핑중독에 빠진 유정은 결국 도둑질까지 하게 되는데…. 마지막 이야기, 주머니의 말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의식을 갖게 된 옷은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왜 다른 옷들과 달리 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도 자기처럼 의식 있는 옷을 가끔 만났다. 세탁소에 갔을 때, 처음 중고 매장에 버려졌을 때, 다음 주인의 집에서, 그리고 수북하게 쌓인 수많은 옷더미 사이에서. 그의 의식은 끝도 없이 옷을 버리고 새로 사는 인간들을 미워하기보다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다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