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의 말
1부 나 들어가는 글 1. 무성애에 도달하다 2. 성적 끌림이 없다는 것 3. 욕정이 보편적이라는 믿음 2부 교차 4.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널 해방할게 5. 인종의 편견 아래 6.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3부 타인 7. 로맨스를 다시 생각하기 8. 거절하기에 적절한 이유 9.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10. 애나의 이야기 11. 우리는 어디로 가고, 어디에 있었나?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
Angela Chen
박희원의 다른 상품
|
사람에게 성적 욕망이 얼마나 있어야 하냐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너무 적다는 건 어느 정도일까? 너무 적으면 건강하지 않은 건가? 이 질문에 대한 누군가의 대답 혹은 당연하게 여겨질 답은 젠더 정체성과 인종, 장애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의 정치적 견해에, 우리의 인격에, 우리 관계의 가망성에 대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욕망의 정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뭘 ‘의미해야’ 할까?
---「18쪽 1. 무성애에 도달하다」중에서 남들에게는 사춘기 때 켜진 스위치가 내게는 끝까지 딸깍이지 않았다. 이 시기에 대다수는 자위를 시작하고, 야한 꿈을 꾸거나 성적 환상을 품고, 머리카락 냄새나 드러난 어깨 같은 육체성과 접촉을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일부에게는 이런 발달이 약간 늦게 나타난다. 다른 사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모든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키가 자라고 감수성이 예민해졌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며 여러 몸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32쪽 1. 무성애에 도달하다」중에서 한 번 더 말하는데, 섹스는 정치적이다. 쾌락을 즐길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엇이 관습을 위반한다고 여겨지는지, 그리고 섹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건 정치적이다. 섹스와 페미니즘과 해방의 의미는 빈곤 여성과 유색인 여성, 장애 여성, 신앙이 있는 여성에게 모두 다르다. ---「105~106쪽 4.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널 해방할게」중에서 성적 감정 없이 로맨틱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직관적으로 이해되며, 로맨틱 지향을 성적 지향과 구분해 정의할 때 헷갈린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생각이 꼬이는 순간은 상대와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유의미한 척도가 아니라면 상대에게 로맨틱한 사랑을 느낀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누군가가 질문할 때다. 플라토닉한 관계인 단짝 친구를 사랑하는 거랑 이게 뭐가 다른데? 섹스를 빼면, 이 두 종류의 사랑 사이에 선을 긋는 사람들은 속으로 어떤 차이를 느끼는 거야? 섹슈얼리티 없는 로맨틱한 사랑이 뭐지? ---「185~186쪽 7. 로맨스를 다시 생각하기」중에서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유독 심했다거나, 아니면 상대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파트너라거나 할 때 파트너에게 거절의 말을 하는 건 괜찮다. 그만하면 적절한 이유다.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 거다. 모든 인간에게 최소한의 성적 욕구가 있고 지금 잘못된 게 없다면 아름답고 행복 가득한 날 아름답고 행복 가득한 파트너에게 싫다는 말을 하는 건 당신이 이기적이고 상대를 일부러 불만스럽게 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당신은 그런 인간이 되기 싫고 파트너도 사랑한다. 그래서 좋다고 한다. ---「230~231쪽 8. 거절하기에 적절한 이유」중에서 모두가 ‘어느 때에는’ 섹스를 원한다는 메시지 때문에 사람들은 ‘어느 때에는’ 승낙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때에는 승낙해야 한다면 파트너에게 하는 편이 낫다. 사랑하고 있다면 섹스는 좋은 거라고 하니까. 이렇게 해서 강요는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섹스를 할 거라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섹스를 자꾸 거부하고 싶지 않아서 파트너를 보는 일이 겁나는 일이 된다. ---「233~234쪽 8. 거절하기에 적절한 이유」중에서 사회는 섹스가 뭔지,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섹스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섹스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좋은 성생활이 무엇인지 가르친다. 섹스의 각본과 따라야 할 규칙을 내놓는다. 흔히 섹스가 원초적 행위라는 내러티브를 들이미는 섹스 조언서도 우리를 사회화한다. 관계의 건강함에 섹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좋고 나쁜 섹스의 종류는 어떤 건지 설파한다. 그러면서 재미있게도, 섹스가 불변의 충동이라는 본인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259~260쪽 9.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중에서 |
|
“나는 나한테 리비도가 없는 줄도 몰랐다.”
열네 살에 인터넷에서 무성애라는 말을 처음 접한 첸은 무성애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여기고 넘겨버렸다. ‘성적 끌림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섹스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10년 뒤 첸은 무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끝나버린 연애에 대해 친구와 대화하다가 자신이 친구가 말하는 ‘성적 끌림’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첸은 무성애의 여러 세계를 깊이 탐구하며 그 세계의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했고, 무성애자 100여 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친구들에게 ‘핫하다’ 같은 말은 제인이 묘사한 유형의 육체적 끌림을 가리켰다. 내게 ‘핫하다’는 빼어난 골격에 감탄하는 표현이었다. 친구들의 성적 접촉은 보통 리비도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나한테 리비도가 없는 줄도 몰랐다. _24쪽 첸이 만난 무성애자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혼란을 겪고 억압을 받아왔다. 흑인들은 성욕이 많을 것이라고 여겨지기에 흑인 무성애자의 존재는 지워지고, 아시아인 여성은 성욕이 없다고 간주되기에 아시아인 여성 무성애자는 무성애 정체화가 인종적 편견을 강화하지 않을지 우려한다. 장애인 커뮤니티는 장애인에게 성욕이 없다는 편견과 싸우고 무성애 커뮤니티는 무성애는 병이라는 편견과 싸우기 때문에, 장애인 무성애자의 존재는 양쪽 모두에게서 배척당한다. 첸은 이 책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무성애자를 향한 억압을 다각도에서 살펴본다. 섹스와 사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사회에는 성적 욕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며, 낭만적인 사랑의 뿌리에는 성(性)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저자가 ‘강제적 섹슈얼리티’라고 부르는 이런 사회 규범은 무성애자뿐만 아니라 유성애자에게도 억압으로 작용한다. 정서적 친밀감과 흥분 같은 여러 감정들을 혼동해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낮은 성욕은 병이라는 생각에 성욕 증진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섹스는 좋은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은 성관계에 대한 진정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가로막고,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성애는 섹스와 사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강제적 섹슈얼리티를 해체한다. 헌터는 결혼 후 섹스가 좋아지지 않아 계속 혼란에 빠져 있던 중 무성애를 알게 되어 평안을 찾고 아내와 함께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리와 테일러는 연인과 다르고 일반적인 친구보다는 깊은 퀴어플라토닉 파트너라는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며 연인과 친구 사이의 우열과 경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무성애 커뮤니티는 동의 문제를 허락과 거절로 단순히 보지 않고, 열성적인 동의, 못할 건 없다는 동의, 내키지 않는 동의, 강압에 의한 동의로 세분화해서 구분함으로써 진정한 동의를 추구한다. 이처럼 무성애 해방 운동은 성과 로맨스를 둘러싼 규범을 거부하고 새롭게 고찰함으로써 무성애자가 아닌 이들까지 자유를 찾도록 한다. 『에이스』는 무성애를 둘러싼 오해와 억압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의 성 규범에 대해 고민하는 책이다. 첸은 무성애를 알고 나서 자신의 삶과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성애자의 이야기는 무성애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상호 이해로 통하는 하나의 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