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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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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오물이 된 플랫폼에서 탈출은 가능한가
소셜미디어, 쇼핑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플랫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플랫폼에서 쓰는 돈도 늘어난다. 편리해진 듯하지만 찜찜하다. 찜찜함의 실체를 명쾌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한 수작.
2026.07.21. 손민규 사회정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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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_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역병
‘절대 염탐은 없다’고 말했던 페이스북
아마존의 검색어 교란과 가격 장난질
정말로 혁명적이었던 아이폰
트위터의 문은 완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2부 _ 망한 인터넷의 병리학
대엔시트기의 도래

3부 _ 그리고 그 역학
경쟁의 종말
경쟁이 죽으면 규제도 죽는다
“앱으로 하니까”
알고리즘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우버
안구를 관찰당하는 배송 기사들
하루에도 수천 번씩 가격이 바뀌는 시장
‘기기 수리 금지’, 자력 구제의 종말
테크 노동자들의 빼앗긴 꿈
임금 방어 - 알고리즘끼리 싸움 붙이기
구글 파업, 테크 연대, 테크 노동조합
지대 추구와 테크노봉건주의

4부 _ 좋은 인터넷은 가능하다
반독점 돌아왔어요
트럼프 집권기의 반독점
규제 기관은 왜 그렇게나 힘이 없을까
‘개인정보 보호법’이라는 같은 우산 아래 뭉치기
유럽연합의 빅테크 전투
플랫폼을 ‘덜 중요하게’ 만들기
자력 구제와 중간 기술자의 힘
아이메시지 추격전
내 핸드폰을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기
노동을 다시 세우기
나쁜 소식이 있고 좋은 소식이 있는데요

나가는 글 _ 엔시티피케이션은 그냥 자본주의일 뿐일까
후기 _ 우리는 ‘플랫폼 붕괴’를 끝장낼 수 있다
감사의 말

저자 소개 2

코리 닥터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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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y Doctorrow

SF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디지털 권리 활동가이다. 디지털 인권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왔고, 테크노라티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그’인 ‘보잉 보잉(Boing Boing)’의 공동 편집자였으며, 현재는 기술, 정치, 사회 분야를 다루는 블로그 ‘플루럴리스틱(Pluralistic)’에 글을 쓰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저작물의 자유로운 사용,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투명성 등에 관한 칼럼과 에세이를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기고했다. 논픽션, SF, 에세이집, 청소년소설
SF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디지털 권리 활동가이다.
디지털 인권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왔고, 테크노라티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그’인 ‘보잉 보잉(Boing Boing)’의 공동 편집자였으며, 현재는 기술, 정치, 사회 분야를 다루는 블로그 ‘플루럴리스틱(Pluralistic)’에 글을 쓰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저작물의 자유로운 사용,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투명성 등에 관한 칼럼과 에세이를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기고했다. 논픽션, SF, 에세이집, 청소년소설, 그래픽노블,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30권이 넘는 책을 썼다. 한국에는 『리틀 브라더』 『게이머 걸』 『홈랜드』 등의 책이 소개되었다.
캐나다SF판타지협회(Canadian Science Fiction and Fantasy Association)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영국 SF 문학상인 아서 C. 클라크상을 받았다. 미디어생태학협회(Media Ecology Association)가 공공의 지식 활동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닐 포스트먼상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노스캐롤라니아대학, 코넬대학, 영국 오픈유니버시티 등에서 객원 교수 및 연구직을 맡고 있다.
플랫폼의 열화 현상을 명명하는 단어 ‘엔시티피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단어는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2020년대 디지털 문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고, 미국방언학회(American Dialect Society) ‘2023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으며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도 등재되었다. 이 책으로 2026년 로커스 어워드에서 최고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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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와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공부하고 제품 개발 MD로 근무했다. 이야기를 만지며 살고 싶어 번역 세계에 뛰어들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바이닐』 『에이스』 『무법의 바다』 『여자만의 책장』 『사물의 표면 아래』 『아케이드 게임 타이포그래피』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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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50g | 145*218*30mm
ISBN13
9788965968375

책 속으로

· 판매자는 아마존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모든 판매처에서도, 심지어는 직매처에서도 필수로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이런 제도는 최혜국 대우(most-favored-nation status)라고 불리며, 아마존을 상대로 한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소송에서 핵심이 되는 사안이다. 아마존이 판매자가 버는 1달러마다 45~51센트를 세금으로 떼면, 또 판매자가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채널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여러분은 어디서 물건을 사든 아마존 세금을 내게 된다. 아마존에서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결과는 최적의 검색 결과보다 평균 29퍼센트 비싸다. 화면 최상단에 뜨는 네 개 링크 중 무엇을 클릭해도 검색 내용에 가장 잘 맞는 링크에서보다 평균적으로 돈을 25퍼센트 더 쓰게 된다. 가장 잘 맞는 결과는 아마존 검색 결과에서 평균 열일곱 칸 아래에 있다.
--- pp.43-44

· 우리는 좀비 플랫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확인 사살을 마치고 대강 얕게 판 무덤에 처박혀야 했던 때를 한참 지나서까지 질질 끌며 남아 있는 플랫폼들. 이 좀비를 움직이는 힘은 절박함이다. 플랫폼 소유주의 절박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플랫폼 이용자와 사업자 고객의 절박함이다.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고 서로를 잃지 않고는 이곳을 떠날 방법을 모르는 이들.
--- p.77

· 아득한 옛적부터 어도비는 자사 제품에 의지하는 디자이너들이 작업물을 인쇄할 때 색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도록 팬톤에 연간 라이선스 비용을 두둑이 지급했다. 그랬던 것이 2022년부로 끝났다. 그해에 어도비는 돌연 고객을 대신한 라이선스 비용 지불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이제부터는 고객이 월 21달러 요금을 직접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충분히 나쁜 상황이었는데, 이것도 서막에 불과했다. (…) 추가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서 자기가 만든 이미지를 열면 팬톤 색상은 전부 검정 픽셀로 나올 것이었다.
--- pp.135-136

· 일반적으로 상표권을 주장하려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오인하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코카콜라에 펩시 로고를 붙여 속이고 팔았다면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애플 리퍼 부품을 그대로 애플 리퍼 부품으로 판매하는 건 기만적인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부품이 못 쓰는 휴대폰에서 추출하는 과정 중 손상되었을 수 있으므로 구매자가 애플 로고를 결함 있는 제품과 부당하게 관련짓게 될 수 있다며, 손상이라는 모호한 상표권 이론에 따른 주장을 펼친다. (…) 테크업계는 자기들이 누리는 상업적 특혜를 남들에게 강제하는 일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수단으로 제품에 지식재산권을 두를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는 데서 세계를 선도한다. 애플 iOS 기기용으로 독자적인 서드파티 앱스토어 시디아(Cydia)를 만든 제이 프리먼의 말을 빌리자면, 이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중대 모욕죄”다.
--- pp.197-198

· 우버도 수요 독점 기업이다. 초기 투자자들의 돈 310억 달러를 택시 운행비 보조에 지출한 이 회사는 이제 도시의 교통을 지배한다. 우버가 보조금으로 수백억 달러를 뿌리자(12년 동안 1달러를 벌 때마다 41센트를 잃었다) 대중교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되는 신기한 물건 같은 것이며 저렴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영원히 곁에 있으리라는 믿음이 많은 도시에 뿌리를 내렸고, 그렇게 교통 부문에서 투자가 철수되는 잃어버린 10년이 촉발되었다. 그러는 사이 경쟁사인 택시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 이제 우버는 미국과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시내 교통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 독점력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는 동시에 수요 독점력으로 운전자 임금을 끌어내렸다.
--- pp.264-265

· 기후 비상사태, 집단 학살, 불평등, 부패, 민주주의 퇴보, 권위주의, 그리고 우리 동지와 형제자매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인종차별, 동성애혐오, 여성혐오, 트랜스혐오 공격에 비하면 인터넷 문제는 곁다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터넷 문제가 이런 다른 싸움보다 한참 덜 중요할지언정 이런 투쟁과의 관련성은 어마어마하게 높다. 인터넷은 이런 싸움이 벌어질 바탕이 되는 지형이다. 임박한 절멸로부터 우리 종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사람들을 조직하는 데 사용할 의사소통 매체다. 이 다른 싸움들이 인터넷보다 더 중요하기는 하지만, 자유롭고 공정하고 개방된 인터넷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승산이 없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한때 누렸던 좋았던 옛 인터넷과 아주 비슷하지만 결함은 바로잡은, 우리 일반인 친구들이 파티에 끼기에는 너무 어려웠던 ‘기술적 세부 사항’을 해결한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p.437

출판사 리뷰

정보 대신 광고를, 연결 대신 착취를
우리 손안의 혁신은 어쩌다 이렇게 ‘똥’이 됐을까

썩어가는 플랫폼과
망가진 인터넷을 구할 논쟁적 저작!

- 아마존 37주 연속 1위, 전 세계 13개국 판권 판매
- 미국방언학회 선정 2023 올해의 단어
- 「파이낸셜 타임스」 2025 올해의 책
- 2026 로커스 어워드 ‘최고의 논픽션상’

2026년 6월, 배달 플랫폼 1, 2위를 다투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진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음식 가격과 최소 배달 금액, 할인 혜택을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하라(최혜 대우), 특히 배민은 가게 배달보다 ‘배민 배달’을 우선으로 하라며 입점 업체를 압박했다는 이유였다. 두 플랫폼은 입점 업체·소비자와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 방안이 입점 업체의 피해를 구제하고 시장의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두 업체의 ‘동의 의결’(합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업체는 곧 정식 심의를 받을 예정이고, 부과될 과징금은 수백억에서 수천억 대로 추정된다. 두 배달 플랫폼이 업체에 요구한 ‘최혜국 대우’는 아마존이 입점 업체에 요구하는 불공정 거래의 한 방식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아마존이 불법적으로 업계 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으며, 사건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플랫폼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플랫폼은 연결을 구실 삼아 지대 장사를 한다. 사람을, 기회를 찾아 플랫폼을 찾아온 이들을 가두고 이익을 거둬간다. 요리도 배달도 하지 않으면서 수수료를 떼어가고, 검색어에 맞는 결과 대신 광고 범벅인 페이지를 내밀고, 광고를 ‘덜’ 보려면 구독을 하라고 강요하면서. 여기서 코리 닥터로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엔시티피케이션’이라고. 대체 플랫폼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고 우리는 이 쓰레기화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당신 손안의 경험을 정의할 단 하나의 단어

플랫폼 부패, 쓰레기화, 개똥화.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은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에게 점점 나쁘게 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SF 작가이자 디지털 권리 활동가인 저자 코리 닥터로가 ‘똥’을 의미하는 비속어 shit에 접두사 en-(…이 되게 하다), 접미사 -ify(…화하다), 명사형 접미사 -tion을 결합해 만든 단어이다. 디지털 인권 개념을 창안한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유럽 지역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각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술 자결권과 반독점법(antitrust law)의 중요성을 알려온 저자가 플랫폼의 열화 현상을 ‘엔시티피케이션’으로 처음 명명했고, 이 단어는 현상에 공감한 대중과 언론의 폭발적 지지를 받으며 2020년대 디지털 문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름은 단순한 꼬리표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다. 코리 닥터로의 이 논쟁적인 명명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용자가 막연하게 체감하고 있던 문제를 적확하고 신랄하고 유쾌하게 설명해냈다. 그리고 이름이 생긴 순간 불만스러운 경험은 선명한 문제의식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테크업계의 은어로 퍼지기 시작한 단어 ‘엔시티피케이션’은 차차 언론·학계·기업 CEO들까지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로 평가하며 디지털 열화 현상의 분석 틀로서 사용하고 있다.

당신에게서 사람을, 경험을, 가치를 빼앗아가는 플랫폼

엔시티피케이션은 4단계로 진행된다.

1. 일단 플랫폼이 당신(사용자)에게 잘한다.
2. 그러다 사업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당신을 괴롭힌다.
3. 그러고는 사업자 고객을 괴롭혀 가치를 몽땅 자기들 몫으로 거둬들인다.
4. 결국 플랫폼은 거대한 똥 더미가 된다.

사람을, 최고의 검색 결과를, 당신이 놓치고 있는 재미와 가치와 경험을 전해주겠다며 플랫폼은 사용자를 끌어모은다. 소비자를 찾아온 광고주와 콘텐츠 발행자도 플랫폼에 모여들고, 결국 사람들은 서로를 인질 삼아 플랫폼에 갇힌다(로크인, lock-in). 이제 플랫폼은 사용자와 사업자 고객, 광고주 모두에게서 잉여 가치를 챙긴다. 산뜻하고 가뿐하게 서비스만 이용하면 되었던 사용자 경험은 더 이상 없다. 코리 닥터로는 페이스북, 아마존, 아이폰, 트위터의 사례를 들어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역병을, 이제는 테크업계뿐 아니라 전체 산업에 불고 있는 서비스 열화의 망령을 단계별로 낱낱이 분석한다.

· 애플이 고객을 잘 대우한 건 고객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좋은 대우는 자기들의 담장 두른 정원으로 고객을 꾀어들이기 위해서였고, 이후 그 정원은 감옥으로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애플이 앱 스토어를 채워준 회사에 최초 판매에 대한 일회성 수수료만 부과한 건 그들이 ‘착한’ 기업이어서가 아니었다. 앱 벤더를 앱 스토어로 들이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동되었다. 앱이 많아지니 사용자도 많아졌다. 사용자가 많아지니 앱도 많아졌다. 그렇게 해서 애플에는 나중에 거래 조건을 바꿀 힘이 생겼다. 과연 애플은 조건을 바꿨다. 인앱 혹은 앱 스토어에서 오간 돈의 처리 수수료는 배로 뛰어 30퍼센트가 되었고, 애플은 앱으로 돈이 벌릴 때마다 그 수수료를 영원히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55쪽, 「정말로 혁명적이었던 아이폰」)

엔시트화된 플랫폼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정보는 광고에 밀려 검색 페이지 뒤쪽에 배치되고, ‘맞춤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상품의 가격은 알고리즘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또한 소유 개념은 사라지고 모든 서비스는 소프트웨어화되어 제조사의 통제 아래 들어간다. 플랫폼을 떠나면 음악, 영화, 전자책 등 내가 구매한 콘텐츠 역시 증발된다. 핸드폰을 샀지만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내 뜻대로 수리도 불가능하다. 어도비는 팬톤 컬러를 쓰고 싶다면 구독료를 내라며 디자이너들에게서 색을 빼앗아갔고, 테슬라를 몰며 자율 주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구독료를 내야 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기기는 ‘벽돌’이 된다.

‘수리할 수 있는 권리’와 테크 노동자의 힘이 사라진 자리

예전에는 동네마다 전파상, 컴퓨터 수리 전문가가 있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어쩐지 복잡해 보이는 전자기기를 고치기 위해서는 이런 실력 있는 기술자가 꼭 필요했다. 지역마다 견고하게 자리 잡은 수리 생태계는 일반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장벽을 낮춰줬다. 사람들은 기기를 더 쉽게, 편리하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고, 기술과 자원은 순환했다. 기기를 사면 당연히 소유자의 것이었고, 그것의 운용도 소유자의 몫이었다.

코리 닥터로는 플랫폼이 ‘똥’이 되어버린 원인의 하나로 소비자가 콘텐츠와 디지털 기기의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고 이것을 뜻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자결권’이 사라진 문제를 이야기한다. 미국에서는 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반독점법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었고, 빅테크 카르텔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제1201조(DMCA 제1201조)를 그들을 지키는 도구로 삼았다. DMCA 제1201조는 ‘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디지털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HP 프린터 카트리지를 생각해보자. 기기 내부에서 꿀렁거리는 잉크는 당연히 저작물이 아니므로, 카트리지를 별도 잉크로 리필하는 것과 DMCA 제1201조 사이에는 교집합이 없다. 그런데 프린터 카트리지는 단순히 잉크를 채운 플라스틱 통이 아니다. 카트리지에는 칩도 내장되어 있고 이 칩에서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저작물이다. HP가 여러분이 카트리지를 리필하거나 호환되는 다른 제품을 사는 대신 갤런당 1만 달러씩 하는 HP 정품 잉크를 새로 샀는지 확인한답시고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 사이에서 인증 삼바를 추는 프로그램-저작물-을 칩에 넣었으면, 그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건 저작물(칩에 있는 프로그램)에 접근을 제한하는 “접근 통제 조치(방금 말한 칩에 있는 그 프로그램)를 우회”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것은 DMCA 제1201조에 따라 불법이며, 이 프로그램을 우회할 도구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형사 범죄다. 말 그대로 중범죄라는 말이다. (189쪽, 「‘기기 수리 금지’, 자력 구제의 종말」)

닥터로는 경영자의 오만을 저지하던 신실한 테크 노동자의 힘이 약화된 것을 엔시티피케이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한다. “악이 되지 말자”던 구글의 사명을 따라 ‘구글러’들은 모두를 위한 유용한 기술, 최고의 검색 엔진을 만들어내며 혁신을 거듭했고 수익만을 우선하는 경영진의 착취와 비위에도 강경하게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2023년 경영진은 구글러 1만 2000명을, 2024년에 수천 명을 더 해고했다. 경영진은 완벽한 재량권을 쥐었다. 코로나-19 이후로 구글뿐 아니라 테크 부문 전반에서 테크 노동자 26만 명이, 2024년 상반기에 10만 명이 더 해고되었다. 테크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연대할 수 있는 힘을 잃고 있다.

· 기업이 기어코 엔시트화한 제품에서 엔시티피케이션을 끊어내고자 스타트업, 땜장이 개발자, 해커, 동호인이 나서 플러그인과 수정 소프트웨어, 애프터마켓 부품을 내놓았지만 기업에 포획된 규제 기관들이 동원되어 이들을 박살 낸 후에도 테크 노동자들은 전선을 지켰다. 하지만 오늘날, 업계를 초토화한 해고 이후로 테크 노동자들이 지켜왔던 전선은 무너지고 말았다. 테크업계 사장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좋아 죽는다.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했던 일론 머스크에게 계약 이행을 강제해달라는 소송이 진행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 기록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머스크가 친구 ‘투자자’ 제이슨 칼라카니스와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은 허물없는 대화에서 칼라카니스는 트위터 직원들을 자르고 그걸 빌미 삼아 남은 직원들이 더 오랜 시간 근무하며 머스크의 경영 전략을 고분고분 따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했다. “주 2일 사무실 출근 의무화=20퍼센트 자진 퇴사. 그날이 왔다… 칼 갈아라, 얘들아.” (213쪽, 「테크 노동자들의 빼앗긴 꿈」)

가두고 빨아먹는 ‘좀비 플랫폼’ 대신
모두의 디지털 공유지를 되찾을 새로운 제안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리 닥터로는 말한다. “좋은 인터넷은 가능하다”. 유럽연합에서는 미국 중심의 테크 카르텔을 끊어내려는 반독점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으며 엔시티피케이션에 질린 여러 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빅테크 기업의 앱스토어 독점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도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법무부가 독점 규제에 한동안 속도를 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시금 거대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또한 테크업계가 규제되지 않은 상업적 감시를 전방위적으로 펼친 탓에, 테크업계를 공동의 적으로 두고 ‘개인정보 보호법’의 강화를 목표로 하는 여러 시민단체의 연합이 하나의 ‘생태’를 이루며 힘을 키워가고 있다. 내 기기를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이야기하는 기술 자결권 운동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저자는 플랫폼을 우리 삶에서 ‘덜 중요하게’ 만드는 것, 플랫폼의 힘을 빼는 것을 이야기한다. 플랫폼은 그들이 끌어모아 가둔 사용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다른 플랫폼에 옮길 수 있게 하면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고, 플랫폼은 사용자를 다시 붙잡아두기 위해 좋은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경쟁과 규제가 있는 시장의 힘이 플랫폼의 자정을 이끌 것이라는 이야기다.

· 새롭고 좋은 인터넷은 엔시터넷의 사용 편의성, 실용적인 기본 설정, 단순화한 추상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좋았던 옛 인터넷의 기술 자결권을 결합한 인터넷이다. 애플은 여러분이 iOS 플랫폼의 ‘우아함’을 수소 같은 불안정한 기체로 보기를, 그래서 유럽연합이 ‘내 앱은 내가 직접 선택하겠음’ 체크 칸을 강제로 추가하면 그 칸 때문에 우아함이 모조리 사라져버릴 거라 생각하기를 바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애플의 기본값이 좋다면 애플 고객은 그걸 선택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애플 고객이 기본값을 무시하고 애플의 소프트웨어 스토어를 떠나겠다고 선택할 수 있으면 애플에는 스토어를 최대한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할 확실한 동기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자기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여러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자기들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크 거인들은 여러분이 자기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만 쓰는 대가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판을 까는 것이다. 새롭고 좋은 인터넷은 존재할 수 있다. 그 이상으로, 이 인터넷은 반드시 필요하다. (300쪽)

인터넷의 희망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단지 붙잡혀 있을 뿐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교란해 노동자를 임금 착취에서 구하는 투율 앱, 아이폰의 보안을 뚫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핸드폰 간 암호화된 메시지 전송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십 대 청소년 제임스 길의 이야기는 우리가 소수 빅테크의 장악에서 벗어나 인터넷이 정말로 편리하고 실용적이고 재미있던 모두의 열린 공유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인터넷의 황금기, ‘혁신’이라 불리던 서비스들을 이용하면서 우리 모두는 기술이 그려낼 진보의 미래를 기분 좋게 꿈꿨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플랫폼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쾌감에 시달린다. ‘엔시티피케이션’은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현상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제가 선명해지면 해결의 가능성도 보인다. 플랫폼에 갇힌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누릴 권리를 되찾고자 한다면, 낡아빠지고 열화된 플랫폼이 그 자신을 채찍질할 유인이 생길 것이다. 혹은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온 혁신의 역사가 보여주었듯, 현실을 바꿀 더 좋은 플랫폼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플랫폼이 제공해온 연결의 경험을 기억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추천평

강렬하고, 독하며, 완전히 매혹적이다. 『엔시티피케이션』은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것이며, 어쩌면 세상 자체를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 - 팀 하포드 (경제학자, 『경제학 콘서트』 저자)
코리 닥터로는 우리의 디지털 공유지가 어떻게 착취와 감시의 황무지로 변했는지를 탁월하게 진단한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공헌은 탈출로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인터넷의 약속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붙잡혀 있을 뿐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한 번 그것을 만들어냈고, 더 나은 방식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 - 오드리 탕 (타이완 초대 디지털 장관, 프로그래머)
빅테크는 당신의 데이터를 약탈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훔치는 것만도 아니다. 그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을 하며, 당신도 그것을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엔시티피케이션』을 읽기 전까지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짚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그것을 이해하게 되고, 더 중요하게는 저항할 가능성도 얻게 된다. -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부 장관, 경제학자, 『테크노퓨달리즘』 저자)
인터넷과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착취의 구조를 설명하는 책. 코리 닥터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전 지구적 규모로 인간을 궁핍하게 만드는지 묘사할 언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 에드워드 스노든 (컴퓨터기술자)
인터넷이 젊고 살아 있고, 활기차고 개방적이며 자유롭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코리 닥터로는 그 시절을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도 보고 있다. 훌륭한 책이다. - 제임스 글릭 (과학 작가, 『카오스』 저자)
나는 지난 20년 동안 독점 권력과 주주 권력이 어떻게 우리 세계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는지 설명하려 애썼다. 그런데 코리 닥터로는 그 과정을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하나의 찬란한 단어로 압축해냈고, 동시에 엄청난 새로운 분석까지 제시했다. 빠르고, 격렬하고, 완벽하다. 그는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 배리 린 (경제사상가, 저널리스트, 반독점 운동가)
코리 닥터로는 특유의 명료함과 에너지로, 테크 독점 기업들이 사용자를 무시하고 학대하며 끝까지 빨아먹는 방법을 어떻게 혁신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거침없이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 제이선 새도스키 (기술경제학 연구자)
코리 닥터로는 왜 우리의 온라인 경험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다. - 로히트 초프라 (전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 소비자권익옹호가)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기술이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은 착각이 아니다. 『엔시티피케이션』에서 코리 닥터로는 우리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재치 있고, 날카로우며, 절실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의 디지털 삶을 망가뜨린 세력으로부터 그것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 몰리 화이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술 저널리스트)
나는 언제나 그의 글을 좋아했지만, 『엔시티피케이션』은 기술 산업이 우리 모두를 어떻게 배신했는지를 영리하고 유쾌하며 통렬하게 비판한 책일 뿐 아니라, 우리가 그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우는 대담하고 낙관적인 계획 그 자체이기도 하다. - 존 호그먼 (작가, 배우)
코리 닥터로는 진정한 테크 영웅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가는지를 탁월하게 요약해내며, 원래 인터넷이 지녔던 정신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도 제안한다. 모두를 위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다. - 크레이그 뉴마크 (세계 최대 광고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 창업자)
코리 닥터로는 아이디어를 기억에 남게 만드는 법을 확실히 안다. 이보다 더 명료하고, 더 야심차며, 더 잘 쓰인 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그의 공로에 감사해야 한다. - 「파이낸셜 타임스」
코리 닥터로는 ‘대(大)엔시티피케이션 시대’를 화두로 삼아, 실리콘밸리에서 풍겨 나오는 온갖 악취를 그만의 대가다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광범위하며 논쟁적인 역작을 내놓았다. - 「하퍼스 매거진」
코리 닥터로 특유의 냉소적인 문체로 밀어붙이는, 날카롭고 효율적인 책. - 「뉴요커」
기술과 정책의 심각한 문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책.
— 「라이브러리 저널」 - 「라이브러리 저널」
박식하면서도 경쾌하다. 코리 닥터로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압축해 명료하게 전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빅테크의 독니를 뽑고 모두의 삶을 개선하려는 설득력 있는 저작. - 「커커스 리뷰」
우리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인터넷의 현 상태를 예리하게 비판하면서도 은근한 낙관으로 바라본 책.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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