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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수면
2장 우산 아래서 3장 사랑의 샘물 4장 풀 사이드의 개 5장 고요한 호반의 6장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
寺地はる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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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꿰매는 고요한 시간을 좋아한다. 이따금 내 마음이 누군가 엉망으로 휘젓고 구둣발로 돌아다닌 방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천천히 바느질을 하다 보면 조금씩 방이 정돈되어 간다. 억지로 끌려 나온 분노나 슬픔은 서랍이나 선반과 같이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가고, 지저분한 바닥은 깨끗하게 닦인다.
즐거운 일이 있었을 때 하는 바느질은 그 방에 새로운 문이나 창문을 만들어준다. 창문을 활짝 열면 빛이 들어온다. 상쾌한 바람이 분다. 문 너머에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다. --- pp.25~26 “다듬어지는 게 싫은 돌도 있거든. 이 돌은 매끈매끈 반짝반짝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 돌에게는 돌의 생각이 있다. 진지한 얼굴로 농담 같은 소리를 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돌이 뭘 생각하는지 알아?” “그건 아니지만 항상 알고 싶어. 게다가 꼭 반짝반짝해야 예쁜 건 아니잖아. 울퉁불퉁 거친 돌의 아름다움이란 것도 있으니까. 그런 점은 존중해 줘야지.” --- p.52 교과서를 깜빡 잊었을 때 편하게 빌릴 상대가 없으면 불안하다. 혼자서 도시락을 먹는 건 쓸쓸한 일이다. 하지만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척하기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척하기는 훨씬 더 쓸쓸한 일이다. --- p.53 “할머니에게 귀엽다는 건 뭐야?” 그러게. 할머니는 뺨에 손을 대고 한참 생각했다. “기운이 나는 것. 기운 나게 해주는 것. ……귀여운 게 싫다, 미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누구나 똑같은 ‘귀여움’을 추구할 필요는 없으니까.” --- pp.96~97 “아버지 가족은 구로다 씨잖아.” “응?” 목소리가 갈라져서 점점 더 뺨이 달아올랐지만 기요스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매일 함께 밥을 먹고, 걱정도 해주고, 일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것저것 함께할 계획이고…… 그런 걸 가족이라고 하지 않을까.” 저 사람들도 그렇잖아, 하고 고다 씨와 종업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들도 구로다 씨 가족이잖아.” --- p.242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는다. 항상 움직인다. 그렇기에 청정하고 맑다. 한 번도 더럽혀진 적 없는 것은 ‘청정함’이 아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 정체하지 않는 것을 청정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많이 울고 상처 입을 테고, 억울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이길 소망한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다오.” --- p.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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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고등학생인 기요스미는 바느질을 좋아하는 탓에 학교에서 겉돈다. 한편, 누나 미오는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귀엽거나 화려한 옷이 거북하고, 기요스미는 그런 누나를 위해 직접 웨딩 드레스를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평범한’ 아들을 원하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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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단단한 다정함으로 전하는 가장 뜨거운 격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요스미는, 남자인데 바느질이 취미라 학교에서 겉돌면서도 자기소개를 할 때 수예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꿋꿋한 성격이다. 한편, 눈에 띄는 옷을 싫어하는 미오는 결혼을 앞두고 기성 웨딩드레스가 너무 귀엽거나 화려한 것밖에 없어 힘들어한다. 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기요스미는 자기가 웨딩드레스를 지어주겠다고 선언하지만, 사쓰코는 “그만둬. 네가 드레스를 만들 수나 있겠어?”라며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기요스미는 반대에도 개의치 않고 할머니 ‘후미에’의 도움을 받아 웨딩드레스를 만들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정말 프릴 하나, 리본 하나 달기 싫어하는 미오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고민하게 된다. 한편, 사쓰코는 이혼한 전남편이 성공하지 못한 디자이너인 탓에 기요스미가 바느질을 하는 것이 더욱 달갑지 않다. “걸출한 센스나 재능”이 없는,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아이가 실패하거나 상처받지 않고 “적당히 괜찮은 수준”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기만을 원할 뿐이다. 그게 어려운 바람이냐며 한탄하는 사쓰코를 향해 후미에는 “실패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사쓰코는 ‘실패’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일 강수확률이 50퍼센트라고 치자. 너는 기요가 걱정되니 우산을 챙겨 가라고 하겠지. 그다음부터는 그 애 문제야. 무시하고 비에 젖거나 감기에 걸려도 그건 그 애 인생이야. 앞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비에 젖는 것도 제법 기분 좋을지 몰라. 네 말을 듣고 우산을 챙겨 갔어도 날이 맑을 가능성도 있고. 그 애한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비에 젖을 자유가 있어.” (146쪽) 남자답게, 여성스럽게, 부모니까 그런 말들에 망설여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 데라치 하루나는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소감에서 “이 소설은 세간에 가득한 편견, 이러면 안 된다고 모두가 생각해 온 것에 하나하나씩 의문을 던져보려고 쓴 것입니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렇기에《물을 수놓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편견’에 의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남자답지 않게 바느질을 좋아하는 기요스미, 여자인데 귀여운 것을 싫어하는 미오, 애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머니 사쓰코,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한 젠, 가정도 꾸리지 않고 젠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친구 구로다, 적극적인 성격을 누르고 순종적인 아내로 살아온 할머니 후미에. 그들은 의무감과 애정 사이에서 각기 가족 구성원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 ‘당연한 책임감’ 때문에 인물들의 마음속에 깃든 편견은 때로 외부가 아닌,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하고는 한다. 우리 역시 ‘보통’의 삶을 위해 저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무게를 감당하느라 작중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거나, 원하는 것이 있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입장과 가치관을 지닌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망설임을 품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또한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직시할 용기를 내도록 격려한다. 《물을 수놓다》의 모든 글귀마다 깃든 그 청정하고 맑은 응원이, 읽는 이의 마음에 물결처럼 가닿기를 바란다. 그것은 분명 편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진짜 나’를 지탱할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