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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며 - 애인 5
I 그렇게 지금을 건너기로 마치 어젯밤 내린 비처럼 14 자두나무가 있던 마당 19 아프리칸 바이올렛 그리고 붉은 제라늄 24 엄마, 숨 쉬어 31 새벽 네 시 41 25-49-55 47 추억이 불꽃처럼 빛나요 55 네가 생각났어 61 그해 오월 장미 68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70 Ⅱ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질 때에도 의기양양, 양양 터널 극복기 80 계에란, 계란이 왔어요 91 갈치를 보고 홍어를 깨닫는다 96 미상환 부채 일금 오천만 원 100 사막 선인장, 내 아버지 108 걷고, 걷고, 걸어서 115 꽃은 언제나 꽃의 일을 하지 122 주고받으 새우 133 버스 정류장에서, 어디로 갈까 138 오늘 애인은 벌꿀이다 142 어른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함께 145 Ⅲ 어쩌면 한 마리 날치처럼 어떤 사랑 고백 154 화양연화, 화양연화 161 오늘은 내 차례야 170 늙은 어미의 등에 손을 얹고 174 날아라, 날치! 180 한번 어린이는 영원한 어린이 183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포도” 186 엄마는 남자를 몰라 189 딩동,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197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그늘막 204 한 사람의 배후 208 시무나무 211 나가며 - 두 통의 편지 216 추천의 말 · 이승하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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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길든 짧든
행복했든 아팠든 내가 사랑했든 미워했든 애인이 되어주었던, 되고자 했던 또는 진행형인 내 주변의 애인들 덕분에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 p.5 단지 친구의 ‘잊히지 않는다.’라는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그 말에 이미 사라졌던 나의 어떤 시간이 되돌아서 달려왔다. 나의 스무 살 연애의 시간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내게 다시 왔다.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쿵 부딪히게 되면서 심장 언저리가 아팠다. --- p.17 빛나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이고 흐른다. 맴돌다 흘러간다. 그리고 수증기처럼 흩어졌다가 어느 순간 다시 모여 방울방울 다시 떨어진다. 마치 어젯밤 내린 비처럼. --- p.18 웃음 뒤에 하지 못한 말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시절을 살던 마당 한쪽에 자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고 초여름이 되면 푸른 자두가 열렸다. 나무는 깔깔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그녀와 나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 나무는 스무 해가 지난 지금도 작고 동그란 마당을 지키고 있다. --- p.23 당신을 내게 기대게 했던 일들이나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주었던 일들은 기실 내가 나를 세우고 사랑한 일이었다.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먹이고 사랑이 된 당신을 내가 먹었다. --- p.69 올해 오월도 붉은 장미가 왈칵왈칵 쏟아진다. --- p.69 네가 오는 밤 골목에 다정함을 켜둘게 얼룩이 묻어 길이 지워진 지도를 들고 나를 찾아올 때 귤차 한 잔 준비하고 푹신한 소파를 비워둘게 너는 거기 앉아서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아 나는 작은 등 하나 켜놓고 가만히 네 옆에 있을게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 p.76 당신도 나도 힘들 때는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져요 그럴 때는 힘들다고 말하세요 무섭다고 울어도 돼요 분명 어른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손 내밀어 줄 테니까요 같이 도망가 주겠다고 --- p.145 애인아, 나 그때 사람들을 만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아슬아슬한 시간을 그렇게 건너가고 싶었어. 그런데 내게 ‘시간을 내주는 사람’이 없었지. 내게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었지. 내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짙어지고 어둠으로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었어. --- p.171 갑자기 왜 이러냐고요? 지금, 여기 살아 있으니까요. 살아가야 하니까요. 자, 지금부터 나는 금빛 날치랍니다.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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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그렇게 건너기로
달팽이가 되어 스스로 굴을 만들어 숨었고,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를 막았다. 자신의 눈물로 나 자신을 절이던 시간. 그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던 걸까. 최희정이라는 이름으로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졌지만, 세상은 너무나 환하고 시끄럽고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아서 두렵기만 했다. 이제는 다시 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다시 달팽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질 때에도 그때, 붙잡아 준 사람들이 있었다. 애인처럼 같이 여행을 가자며 손을 끌어준 친구가 있었고, 애인처럼 꽃을 꺾어주던 엄마가 있었고, 애인처럼 밥을 차려주던 언니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작은 선물로 기쁨을 주던 애인 같은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글이 있었다. 글을 쓰라고 격려해 준 사람이 있었고 글을 읽고 공감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그들이야말로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진 나를 안아주고 다정함을 건네준 ‘나의 애인들’이었다. 매일매일 쓴 글 또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해준 ‘나의 애인’이었다. 어쩌면 한 마리 날치처럼 그때 거기에서 지금 여기까지 손을 잡아주고 무사히 긴 어둠 속을 빠져나오게 해준 사람들과 나눈 사랑이, 그 사랑이 지금 이 책을 펼쳐 든 독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길 바라며 작가 최희정은 말한다. “오늘 나의 애인은 내 이야기를 읽어줄 당신”이라고. 그렇게 서로의 애인이 되어 날치처럼 날아보자고 한다. 지금 우린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야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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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최희정의 글을 읽었을 때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는 시를 생각했다. 깊은 슬픔이 사람의 마음을 결승하는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른 꽃 같은 은유를 우리는 ‘희정체’라 불렀다. 어둠 속 새의 울음은 터널 밖의 노래가 되었다. 그녀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글이 그녀에게 오면 산문도 노래가 된다. 희정체의 노래가 멀리멀리 퍼져나가기를. - 김미옥 (문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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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집에 실려 있는 편편의 글을 읽으면서 독자는 가슴을 잔잔히 울리는 감동의 파고를 느낄 것이다. 착한 사람이 끝내 승리하는 이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믿고 사랑해야지만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 이승하 (시인ㆍ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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