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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인 더 라이트
한 눈이 반했습니다 얼리지 않아 견인지역 베이비 캐리어 비닐, 하우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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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벌룬 드레스에 잎사귀 패턴 망사가 풍성한, 비즈 장식이 달린 면사포와 손가락 마디만 한 부케 를 든 웨딩 데이(Wedding Day). 미희는 인형을 고정 하는 스탠드째 조심히 꺼냈다. 미희는 웨딩드레스 안으로 인형 다리를 그러쥐었는데, 인형 전체가 화 려한 부케 같았다.
--- p.22 이심은 눈앞의 전경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던 이심은 비로소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를 깨달았다. 봉합한 오른쪽 눈이 열리 고, 왼쪽 눈이 닫혀 있었다. --- p.73 거의 다 됐는데, 실을 뜯어내고 이심에게 진실 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대상을 향한 이심의 마음이 내게 남아있다는 걸…. 이심은 꿈에서처럼 말도 안 된다는 말을 거듭했다. 상반된 양쪽 얼굴이 방금 꾼 꿈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였다. --- p.75 너희는 전화기야, 너희는 자동 응답기야. 자신 은 물론 남들에게 해온 말을 주워 담기 위해 핸드폰에 불이 나도록 전화를 돌렸지만, 번호가 바뀌어 전 화조차 안 되거나 박 팀장의 이름을 듣고 무작정 끊어버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 p.102 다희와 석현은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헤어졌다. 3월의 어느 새벽, 연애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안정 을 느꼈던 다희는 이별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불안 을 얻었다. 석현은 이제 다정하지 않은 타인이고, 언제든 다희의 치부를 떠벌리고 다닐 수 있었다. --- p.108 그렇게 누워 있으면 럭키가 느꼈을 수치심과 절망감, 무력감이 답신처럼 전송되는 것 같았고 결 국은 저까지 목을 맬 것 같아서 집에 있던 넥타이와 벨트는 모두 갖다 버렸습니다. 하지만 목만 매지 않 을 뿐 뭘 먹지도 마시지도, 씻지도 않았으니 머지않 아 럭키를 따라 죽을 게 틀림없었죠. --- p.135 정부는 국내외의 인재를 끌어모아 AI와 안드로이드 개발에 조 단위의 자본을 투자했고 근 10년 이내에 눈속임용 시민, ‘인위민’을 개발해 사회에 분포시켰다. 한국이 기술 개발에 국고를 탕진하고 결국 망할 것이라던 주변국의 예상과 달리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인위민은 그저 그런 가짜가 아니었다 --- p.155 건전지를 꼈어. 생리를 안 해. 위시, 나 임신했나봐. 베스가 분만원으로 떠난 뒤 위시는 베스가 떠들어댄 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위시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민만의 개념에 얽매어 관련 자료를 모두 서치해 학습했다. --- p.176 아빠는 멀칭 비닐 너머로 하늘을 내다보며 가 슴을 부풀려 호흡하고, 두 팔과 다리를 비닐 밖으로 힘껏 내밀었다. 아빠의 가느다란 몸통만이 비닐 아 래 숨은 모양이 되었다. 안은 아빠의 숨소리를 양분 처럼 삼켜내며 마찬가지로 숨을 쉬었다. 호흡이 떨 리며 하얀 숨이 불안정하게, 더 오랜 잔상을 남겼 다. 안은 엄마가, 외호가 떠나던 날을, 인애마저 그 녀를 떠나던 날을 떠올렸다. --- p.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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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의 예향, 전남 목포시가 ‘2023 목포문학박람회’의 대표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청년신진작가 출판오디션 [소설 부문] 수상작입니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가상의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래 혹은 현재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당장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출산율과 인구 문제부터, 미래를 배경으로 미의식의 가치관이 뒤바뀌며 성행하는 외눈 시술 이야기, 팬데믹의 여파로 고립된 사람들의 상처 입은 내면, 개인의 콤플렉스 그리고 가정 문제까지 각각의 작품이 다루고 있는 영역의 스펙트럼이 넓고 눈부시다. 첫 번째로 실린 단편소설 「솔로 인 더 라이트」는 인형을 매개로, 삶의 정체 구간을 벗어날 힘을 얻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다. 표제작인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한눈에 반하다’라는 표현에서 착안한 이야기로 대상(對象)과의 단절에 비롯되는 혼란과 후회에 대한 소설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온전한 하나에서 절반이 되는 일은 어렵다고 말한다. 「견인지역」은 작가가 회사 앞 견인지역 표지판을 보고 떠 올린 이야기로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Each & All’의 가사처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를 지키려 할 때 사람은 몇 배로 더 강해진다’는 주제를 형상화한 소설이다. 「베이비 캐리어」는 가까운 미래, ‘인위민’이라 분류되는 인공지능 로봇이 여성이자 아내의 자리를 욕망하는 이야기로 결혼과 출산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또한 이 밖에도 흰 음모로 인해 사람 사귐에 문제를 겪는 여성을 등장시켜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얼리지 않아」와 가장의 역할에서 달아난 아빠와 그 아빠를 찾아 집으로 돌아온 딸의 재회가 감동적으로 그려지는 「비닐, 하우스」가 수록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