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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비를 그리는 자 제2장 여우의 앙화 제3장 키츠네츠키 제4장 복멸관악 제5장 유곽의 이매망량 제6장 제단 제7장 귀우 제8장 뒤틀린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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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로 솟은 서릿발의 행렬이 사라지는 곳엔 입춘을 맞이한 이나바의 오색 절경이 펼쳐지는 지대가 드리운다. 그러나 입춘을 맞이하였다고는 하여도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칼바람은 여전히 날이 선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 첫 문장 땅 위로 솟은 서릿발의 행렬이 사라지는 곳엔 입춘을 맞이한 이나바(因幡)의 오색 절경이 펼쳐지는 지대가 드리운다. 그러나 입춘을 맞이하였다고는 하여도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칼바람은 여전히 날이 선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 p.10 빗소리는 어딘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땅바닥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꿉꿉한 냄새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얹힌 물비린내도, 칠야처럼 해가 완전히 기운 듯 하늘에 펼쳐지는 먹빛과 하늘이 거대 먹구름에 잡아먹힌 듯 펼쳐지는 잿빛도, 우산에 머리가 가려져 모두가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느껴지는 것도, 음습한 날씨에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듯이 보이는 건물들도, 이 모든 게 내겐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 p.60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로 거대한 여자가 서 있다. 온 세상이 불타오르는걸, 구경이라도 하듯 여자의 눈은 노랗고 빨갛게 타올랐다. 그 무서운 눈으로 히메코를 내려다본다. 비로 둔갑한 살의는 내 피부 위로 떨어져 온몸으로 스며든다. 감각적으로 돋아나는 두려움에 젖어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기억의 창고 속에 가만히 서 있던 내 등 뒤로 누군가의 부르짖음이 들려 온다. --- p.74 결국 ‘그 산괴가 히메코를 데려간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그 결론에 도달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민속학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히메코의 죽음을 그 한 문장으로 단정시켰기 때문인 것 같다. --- pp.93~94 이상한 아이. 언제부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는지, 나로서는 도통 알아차릴 수가 없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는 마을에서도 나는 이상한 아이다. --- p.158 한번은 미치오가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어둠 속에서 눈을 부라렸는데 누나가 빠른 속도로 기어다니는 기괴한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이 이후로도 계속해서 미치오를 괴롭히자 결국 미치오를 우리 부부의 방에서 재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당시 아내는 딸아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약간의 신경쇠약을 앓게 되었다. --- p.231 노란 제등의 빛이 소녀의 동공에 반사된 탓에 소녀의 눈이 아름다운 노란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어쩐지 고혹적인 풍경입니다. 꿈속의 한 장면으로 등장했더라면 깨어나고 한참 뒤에도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풍경. --- p.328 “이 집 말이에요…….” 미아키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사고 물건 같아요. 꼭 분위기가 그래요.” 사고 물건……. 화재, 자살, 살인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건물을 의미한다. 꼭 건물이 아니더라도 교통수단이나 물건 등에 사고 물건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지만, 보통은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들 ‘사연이 있는’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 p.354 그 순간, 어디선가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꼭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방울 소리 같은 것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산속 깊은 곳에서 이상야릇한 손짓으로 방울이 묶인 새끼줄을 흔들고 있는 산괴가 떠올랐다. --- p.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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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한 포크 호러의 귀재가 그린
미스터리와 공포, 그리고 민속신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오컬트 스토리 한국의 젊은 소설가가 선보인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오컬트 미스터리 장편소설 『귀우』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한국 작가의 작품은 일본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 작품이 대단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귀우』는 일본 고유의 민속 신앙과 도시 괴담을 교묘하게 엮어 독자를 깊은 공포와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특히 괴이 전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구조는 일본 호러 문학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 해 신선함을 줍니다. 이는 일본의 민속학적 소재를 다룬 작품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작가만의 독창성을 보여줍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깊이 있어 캐릭터의 불안과 공포가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내면 독백은 미쓰다 신조의 영향을 받은 듯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해 냅니다. 또한 시간선을 교묘하게 뒤섞는 복잡한 서사 구조는 관록 있는 미스터리 소설가들의 기법을 떠올리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는 미스터리에 빠져들게 만들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음산하고 기이한 분위기는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세계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평범한 일상에 스며드는 초자연적 공포의 묘사는 섬뜩하고 강렬합니다. 특히, 시골이라는 공간과 폐쇄적인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 포크 호러를 제대로 그려내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상당히 뛰어나며, 한국 작가가 이토록 일본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점이 특히 놀랍습니다. 작품 속 일본 지명과 풍습, 종교적 요소들의 묘사가 매우 정확하고 자연스러워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는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역량과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일문학 전공자로서의 전문성이 빛을 발한 결과로, 단순한 모방이 아닌 깊은 이해와 재해석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오컬트 미스터리 장편소설 『귀우』는 한국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일본 오컬트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문학적 사건이라 할 만합니다. 또한 아시아 호러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