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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No.1 세종문화회관
Case No.2 용산구 동자동 스텔라드롭 Case No.3 종로구 견지동 스텔라드롭 Case No.4 남산도서관 Case No.5 종로구 초동 카페 Case No.6 종로구 인의동 스텔라드롭 Case No.7 국립극장 Case No.8 상왕십리 꼬마빌딩 Case No.9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Case No.10 계림호텔 Case No.11&12 성동구 한강변 Case No.13 응봉동 IMG기획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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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의 진원지는 여자화장실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듯 밖으로 나오는 여성들 뒤로,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만 질러 대는 여성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화장실 바닥에 놓인 파란색 작은 케이스에 꽂혀 있었다. 케이스에서는 피로 보이는 붉은 액체와 드라이아이스가 만나 괴기스러운 거품을 더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상한 복숭아 같은 둥근 덩어리에 검붉은 색이 도는 물체가 보였다. 낯설고 기묘한 광경이었다. 물체는 남성 신체의 일부로 정자와 테스토스테론을 합성하고 분비하는 고환이었다. 한 쌍의 알을 둘러싸고 있는 주름진 피부. 그 특유의 모양은 신체에서 분리되어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어떤 것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p.9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던져진 빛이 화장실 내부를 샅샅이 훑으며 반응을 보이는 지점들을 빠짐없이 찾아 나갔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반응을 보이는 지점마다 증거물 번호 마커를 놓거나 테이프를 붙여 가며 사진을 찍었다. 검은 심연 속에서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는 마치 불꽃놀이처럼 화려해 보였다. 과수팀장은 두세 번의 반복 점검 과정을 통해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혈흔을 감지하는 블루스타 시약을 살포했다. 고환 주변 여러 곳이 푸른 형광색으로 반짝였다. 빠짐없이 사진을 찍고 혈흔을 채취한 뒤 불을 켰다. 화장실 바닥에는 노란색 마커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벽과 유리, 문과 창틀에는 숫자가 적힌 테이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각 마커들 사이로 마치 토끼 굴을 파고드는 구렁이 머리같이 카메라 경통이 밀고 들어왔다. --- p.26 ACAT은 2019년 국회에서 소위 ‘패스트트랙 폭력사태’까지 겪으면서 개정된 형사소송법 덕에 경찰이 검찰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강력사건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특별히 설치된 부서다.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직해서 현장 형사, 지금의 CSI 과학수사대인 감식 요원을 거쳐 독학으로 대한민국 경찰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된 마일영 경정이 팀장을 맡고, 범죄 수사 심리학의 권위자인 전 경찰대학 교수 진현수 박사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을 꾸린 경찰 역사상 최초의 이상강력범죄 수사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다. --- p.76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찰이 조금 전 카스트라토 사건 두 번째 피해자의 자택에서 압수수색 도중 지하실에서 피해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결박 상태에 의식은 없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발견 즉시 119 구급대에 의해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카스트라토 사건 두 번째 피해자 30대 주 모 씨가 경찰에 의해 자택 지하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의식은 없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잠시 후 현장 연결되는 대로 더 자세한 현장 상황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교수님, 피해자가 살아 있는 채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럼 연쇄 살인은 아닌 거죠?” --- p.113 ACAT GIS 분석 담당 윤의주 박사는 세 번째 사건이 보인 변화에 주목했다. 첫 사건 피해자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변수로 남지만 두 번째부터 네 번째 사건 모두 피해자의 주거지 인근에서 습격이 이루어졌다. 즉, 1차 현장은 피해자의 주거지 인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사건은 신체 부위 절단 행위도 주거지에서 이루어졌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사건은 어딘가로 이동했다. 즉, 2차 현장은 피해자마다 달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명확한 상징적 의미를 담은 절단된 신체 일부 유기 장소인 3차 현장은 모두 서울 시내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 내 여자화장실이었다. --- p.222 프로파일링은 ‘누구’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피해자의 특성과 범행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행동 증거 등을 종합 분석해서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 ‘왜’, ‘어떻게’ 범행을 한 것인지를 추정해 내는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용의자가 특정되고, 그 용의자의 특성이 프로파일러에게 제공되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프로파일러도 인간이기 때문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정답’일 수도 있는 용의자의 특성에 맞게 증거와 정황, 현장 및 행동 분석 내용을 짜맞추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의 프로파일러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방식보다는 복수의 프로파일러가 함께 근무하면서 상호 검증하는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 p.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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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원고를 처음 보냈을 때 출판사 대표는 제목이나 내용이 너무 흉하고 세지 않냐며 걱정했다. 소설가로서 세상에 내놓는 첫 작품인데 좀 더 일반 독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작품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무척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해 왔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있던 ‘글은 안에서 차올라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내 가슴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늘 내 안에 있었고 더 이상 품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제 밖으로 나와야 했다.
경기도 부천경찰서 형사로 근무하던 1991년 연말, 막 대입 시험이 끝난 고3 여학생이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 사건을 수사했다.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해 피의자 신문을 하기 전 경찰서를 찾아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와 모친에게 당부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합의나 고소 취하를 하시면 안 된다고. 당시는 성폭행이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기 때문이다. 분노에 떨며 당연히 절대로 합의나 고소 취하는 없다고 다짐했던 모녀. 그런데 피의자 신문을 받던 범인이 피식피식 웃으며 성의 없이 조사에 임하는 모습이 뭔가 불길한 느낌을 줬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피해자의 모친이 경찰서를 찾아와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고소취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부유하고 영향력이 큰 지역 유지였던 피의자의 부친이 피해자 가족을 전방위로 압박해서 결국 합의를 받아 냈다는 것이었다. 웃으며 경찰서를 떠나는 강간범을 쫓아가 두들겨 패 주고 싶었다. 그 사건 이후에도 이런저런 압력과 청탁, 부조리가 난무하던 1990년대 초. 경찰 수사 현장에서 분노와 자괴감에 휩싸여 품속에 사직서를 넣고 다니면서 공상을 했다. 낮에는 경찰, 밤에는 법망을 피하는 악인들과 부패한 유력자들을 벌하는 현대판 일지매가 되는 공상. 현실로 옮기지 못한 그 공상은 씨앗으로 30년 동안 묵혀 있다가 소설로 발아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