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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새입니까? 5
옮긴이의 말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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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짓눌러 노래도 나오지 않고, 다른 이야기들은 전하기도 어렵소. 1913년 아모리 전시의 성공에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이 수입되는 외국 작품들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고 위협했었잖소. 이번에는 망설임없이 진행시킬 모양이오. 뉴욕 세관이 배에서 작품을 내리는 즉시 세금을 물렸어. 내 새가 새장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놨다지!”
--- p.36 “핵심은 대비야, 콩스탕탱. 풍경을 깨뜨리는 저 광고판들을 보게나. 건축물을 가로지르는 전기계량기들은 또 어떻고. 곡선, 강력하고 격렬한 기관차의 완벽한 원통형 몸체 같은 것 말이야. 바로 여기에 아름다움이 있다네. 이 두 세계의 대립 속에.” “그래, 산업은 보기 드문 아름다움을 가진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같군. 뒤샹과 함께 항공 박람회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그 기계, 웅장했던 프로펠러를 기억하나? 예술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장인이나 산업인들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 대부분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지. 오직 그들의 무모함만이 그들을 구할 테니까.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훌륭한 일을 하고 있지.” --- p.17 “어떻게 이 경이로운 작품이 유일무이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 평범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 p.24 “황동으로 된 막대도 충분히 예술품이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그게 노동자든 예술가든?” “노동자는 윤을 낼 수는 있겠지만 이것을 구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차이죠. 노동자는 예술가와 같은 방식으로 예술 작품을 상상하지 않으니까요.” “노동자가 작품을 창조하고 상상할 수 있다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네, 바로 그거예요!” --- p.51 “자네 의자들은 의자처럼 보여. 앉으라고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만약 앉기 위해서 금속을 구부려야 한다면, 자네는 기꺼이 그렇게 하지. 그게 자네의 재능이야.” “재능은 무슨, 그저 작업일 뿐입니다.” “미국 세관은 내 새들이 실제 새들과 닮았기를 바라. 즈네들이 좋아하는 그 싸구려 비프스테이크처럼 말이지. 무지하기 그지없어. 새가 그런 형태를 가진 이유는 날아오르기 때문이지, ‘새’라고 이름 붙였기 때문이 아니라고!” --- p.87 “마지막으로, 이것은 새가 아닙니까?” “사실, 작품 제목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요. 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행의 감각입니다. 제목에 집착하기보다는 작품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브랑쿠시 씨가 ‘비행의 정신’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 p.90 “작품의 실재적 가치는 작가의 모방 솜씨와 완전히 별개의 것입니다. 회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상의 재현과 자연의 모방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화가들은 드디어 자유로워졌다고! 이런 논쟁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 당신네 미국인들은 브랑쿠시를 가두려고 하는 것뿐이야!” --- p.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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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예술 작품이고 무엇이 예술 작품이 아닌가
현대 예술에 던져진 심오한 질문들 『이것이 새입니까?-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은 재판의 쟁점과 진행 상황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여기서 제기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여러 증인들의 발언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의견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재판관이 숙고하는 과정을 보면 한편의 법정 드라마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그래픽노블이 다루는 이야기는 단순한 판결 이상의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위대한 조각가 로댕 밑에서 주조 모형을 만들던 젊은 예술가가 미래에 가졌던 불안과 의구심으로부터 시작해 원숙한 조각가로서 추상조각을 선보이기까지 브랑쿠시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보이는 데는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해나가던 20세기 초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당시는 예술과 수공업, 대량 생산품, 기술과 기계 장치의 경계가 유연하게 흔들리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브랑쿠시의 재판을 따라가는 일은 현대미술의 탄생과 성립을 목격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는 20세기 초 활약했던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브랑쿠시의 스승 로댕뿐 아니라 다다이즘의 대표 주자 마르셀 뒤샹이 브랑쿠시의 친구 겸 재판의 적극적인 참관자로 등장하며, 현대 추상화의 길을 열었던 페르낭 레제가 예술적 동료이자 술친구로서 파리에 거주하는 브랑쿠시의 대화 상대가 되어 준다. 이밖에도 미국 조각가 제이콥 엡스타인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나서는가 하면, 실용주의 디자인의 선구자 장 푸르베,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 세계적인 사진가 만 레이, 〈짐노페디〉의 작곡가 에릭 사티, 다재다능한 작가 장 콕토, 부유한 미술 수집가 페기 구겐하임 등 예술사의 쟁쟁한 인물들이 중요하거나 사소한 인물로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다. 말하자면, 『이것이 새입니까?-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적 인사들인 것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브랑쿠시의 재판이 예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가 날아오르는 순간의 정수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브랑쿠시의 말은 〈공간 속의 새〉가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예술적 과정의 결과물임을 보여주는 진술이었다. 브랑쿠시는 예술가라면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작가 아르노 네바슈는 페이지마다 특징적인 색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포착함으로써 브랑쿠시의 예술관을 21세기 방식으로, 혹은 그래픽노블의 방식으로 펼쳐낸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새로운 장르인 그래픽노블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무릇 예술이란 항상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그 정의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것이니 말이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재판이 열리는 뉴욕과 브랑쿠시가 미친 듯이 작업에 몰두하는 파리를 오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실화가 가진 에너지를 품고 있는 동시에 질문과 해답으로 이어진 현대 예술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미술사와 전시기획 전공자인 옮긴이 박재연의 해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감각적이고 지적인 그래픽노블로 오래오래 들여다보기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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