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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프랑스어라고?
모르고 쓰는 우리말 속 프랑스어
박재연
이응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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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멋있는 프랑스어

로브 Robe · 긴 역사가 깃든 깃털
란제리 Lingerie · 빨래통 속 욕망
비데 Bidet · 조랑말의 여행
마네킹 Mannequin · 경계에 선 자
망토 Manteau · 순식간의 변신술
바리깡 Bariquand · 어느 성씨의 여행
베레 Béret · 빌려 쓴 얼굴
무스 Mousse · 거품 같은 욕망

2장 맛있는 프랑스어

레스토랑 Restaurant · 회복을 파는 가게
셰프 Chef · 달라진 우두머리
뷔페 Buffet · 가구와 만찬 사이
카페 Café · 권력이 두려워한 공간
바게트 Baguette · 뜻깊은 막대기
마카롱 Macaron · 작고 둥근 과자가 굴러온 길
마요네즈 Mayonnaise · 섞이지 않는 것을 섞기
샤토 Château · 와인병에 펼쳐진 야영지

3장 머무는 프랑스어

메종 Maison · 모두 모인 집
살롱 Salon · 큰 방의 부활
부티크 Boutique 창고에서 태어난 형제
파사드 Façade · 도시와 시대의 얼굴
카바레 Cabaret · 가장자리 작은 방
아틀리에 Atelier · 대팻밥의 가치
펜션 Pension · 연금인 듯 연금 아닌 연금
아브뉴 Avenue · 곧고 뚜렷한 길

4장 그리는 프랑스어

오브제 Objet · 그저 존재하던 존재
오마주 Hommage · 무릎을 꿇던 자리
데셍 Dessin · 연기를 붙잡는 욕망
크레용 Crayon · 규칙 없이 긋기
클리셰 Cliché · 낡은 판에 덧쓰기
몽타주 Montage · 재현과 실현 사이
콜라주 Collage ·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

5장 설레는 프랑스어

랑데부 Rendez-vous · 낭만 가득한 명령
데자뷔 Déjà vu · 기억에 없는 기억
뉘앙스 Nuance · 알 듯 모를 듯한 말
바캉스 Vacances ·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실루엣 Silhouette · 내부를 채우는 시선
부케 Bouquet · 숲의 한 조각
아마추어 Amateur · 사랑 사랑 사랑
미장센 Mise en Scène · 매일 아침 독무대
아듀 Adieu · 마지막 그 한마디

저자 소개 1

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부교수로 강단에 서며, 외국어고 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 프랑스어를 만났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 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예술사와 박물관학을 전공하는 동안 프랑스어 는 삶의 단단한 축이 되었다. 미라보다리 옆에서 11년을 지내며 학업과 연애, 육아를 병행했다. (패 신저 파리》, 《빛의 아틀리에》 등 예술과 역사를 다룬 교양서와 그 림책, 그래픽 노블 등 다수의 프랑스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모 던빠리》와 《두 번째 미술사》 등을 썼다. 언어와 이미지를 매개로 인간의 사고가 변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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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27*188*20mm
ISBN13
9791198057860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유독 흥미로운 대목은 프랑스를 떠나 한국으로 건너온 ‘언어의 여정’이다. 같은 단어가 바다를 건너며 전혀 다른 맥락을 획득하는 과정은, 언어가 국경을 넘으며 무엇을 잃고 또 얻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험과도 같다.
--- 「여는 글 ‘우리는 매일 프랑스로 떠난다」 중에서

1883년 프랑스에서 들여온 바리캉은 2년 뒤 오사카의 한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근대 기술은 그렇게 제국의 통로를 거쳐 한국으로 흘러들었다. 공교롭게도 이 도구가 훗날 맡게 될 역할을 미리 예고하는 듯한 이동 경로다.
--- 「1장 멋있는 프랑스어 · 바리캉 ‘어느 성(姓)씨의 여행」 중에서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동시에 뜻하는 프랑스어 카페Café는 프랑스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전설에 따르면 커피는 염소가 나무 열매를 먹고 흥분해 날뛰는 모습을 본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발견했다. 이 열매가 아라비아반도로 전해져 아랍어 카흐와로, 다시 오스만튀르크의 영토 확장과 함께 카흐베로 불리다가, 17세기 유럽으로 건너와 프랑스어 카페로 자리 잡았다. 에티오피아의 산에서 파리의 거리까지 커피콩의 여정은 길기도 길다.
--- 「2장 맛있는 프랑스어 · 카페 ‘권력이 두려워한 공간」 중에서

마요네즈의 본질은 유화, 곧 본래 섞이지 않는 두 가지를 하나로 아우르는 ‘화해’다. 모든 화해가 그러하듯 섞이지 않는 재료로 마요네즈를 만드는 일에도 공이 많이 든다. 마요네즈는 프랑스와 스페인, 두 나라가 서로 원조를 주장하며 다툰 음식이다. 도무지 어우러지지 않는 두 재료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 그렇게 전쟁의 산물은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
--- 「2장 맛있는 프랑스어 · 마요네즈 ‘ 전장에서 태어난 화해」 중에서

아틀리에의 어원은 라틴어 아스텔라(나무 조각·대팻밥)다. 14세기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원래 목수의 작업장을 가리켰다. 나무를 자르고 깎으면서 생기는 대팻밥 더미가 쌓인 곳이 아틀리에였다. 창조 작업을 하는 공간의 이름이 창조의 부산물에서 온 셈이다.
--- 「3장 머무는 프랑스어 · 아틀리에 ‘대팻밥의 가치」 중에서

중세 봉건 제도에서 오마주는 신하가 영주 앞에 무릎을 꿇고 ‘나는 당신의 사람Homme!’이라고 선언하는 의식이었다. 영주는 그 대가로 신하를 보호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권위를 인정하는 행위가 바로 오마주의 출발점이다. 영주에게 무릎 꿇던 몸짓이 지금은 예술가를 향한 존경의 언어가 되었다.
--- 「4장 그리는 프랑스어 · 오마주‘무릎을 꿇던 자리」 중에서

작가에게 클리셰는 양날의 칼이다. 피할수록 오히려 클리셰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의도된 회피’ 자체가 새로운 클리셰가 되고 만다. 현명한 작가는 클리셰를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끌어안는다. 이미 낡은 판인 줄 알면서 그 판을 다시 찍고, 그 위에 자신만의 비기를 겹쳐 쓴다.
--- 「4장 그리는 프랑스어 · 클리셰‘낡은 판에 덧쓰기」 중에서

뉘앙스는 맥락의 산물이다. 뉘앙스가 살아나려면 맥락이 필요하다. 같은 말도 상황과 관계, 표정에 따라 달라진다. 괜찮다는 말이 안심의 표현인지, 체념이나 거절인지는 맥락 안에서 어림해야 한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맥락을 잘라낸다. 발언의 일부를 발췌하거나 편집하고, 그 발언을 맥락에서 분리해 유포한다. 그 순간 뉘앙스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다. 말꼬리 잡기, 근거 없는 비판, 특정 발언을 단순화해 공격하기 등은 바로 뉘앙스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대에 뉘앙스를 살피자고 제안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 「5장 그리는 프랑스어 · 뉘앙스‘알 듯 모를 듯한 말」 중에서

프랑스어 아마퇴르Amateur는 라틴어 아마레(사랑하다)에서 온 말이다. 돈보다는 ‘사랑 때문에 하는 사람’, 그것이 아마추어의 시작이다. 프랑스에서는 아마추어를 ‘예술이나 와인 애호가처럼 무언가에 깊이 빠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한마디로 아마추어는 서툰 사람이 아니라 ‘열정 가득한 사람’이다.

--- 「5장 그리는 프랑스어 · 뉘앙스‘사랑 사랑 사랑」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낯설고 친근한 외래어 이야기

로브와 란제리, 바게트와 마요네즈, 카페와 레스토랑, 살롱과 아틀리에, 데생과 클리셰, 아마추어와 랑데부 등 우리가 평소 애용하는 의상과 음식, 그리고 공간의 언어, 때때로 즐기는 예술과 사랑의 언어 모두 프랑스어다. 마치 우리말처럼 즐겨 쓰지만 그 말이 이 땅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에는 그간 무심하기도 하였다.

물가에서 수영복 위에 가볍게 걸치는 로브는 애초에 ‘적에게 뺏은 옷가지’, 비데의 원뜻은 ‘조랑말’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프랑스에서 ‘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기에 국가 원수를 칭할 때도 쓰는 셰프가 한국에서는 그저 요리사만을 지칭한다는 사실도.

우리말처럼 프랑스어는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곧장 온 말도, 근대화의 경로를 따라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도 있다. 그러한 말은 전쟁과 혁명과 산업화를 거치며 원뜻에서 강화되거나 변형되기도, 혹은 온전히 제 뜻 그대로를 지키기도 하였다. 하여 이 책은 시공간을 관통한 ‘언어의 여정’을 찬찬히 뒤따르는 이야기 모음이기도 하다.

치열하고 세세한 언어 관찰기

언어에는 그곳의 문화뿐 아니라 역사까지 고스란히 밴다. 우리말처럼 쓰는 프랑스어에는 치열한 삶의 흔적과 일상의 내밀한 풍경이 비친다.

언어와 이미지를 매개로 인간의 사고가 변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이 책을 프랑스어 주변을 기웃거린 기록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상 〈이게 프랑스어라고?〉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주 무대로 복식사, 미식사, 건축사, 미술사를 아우르는 문화사가 총망라되었다.
저자의 개인 경험은 서사의 일환으로 살짝 언급할 뿐, 책의 대부분은 저자의 치열한 탐구와 세세한 분석의 결과물로 가득하다. 멋진 언어로만 알려진 프랑스어의 진면목, 한국에서 받아들인 그 언어의 일면까지 두루 살펴 언어의 역동성과 가변성을 제대로 포착한다.

요컨대 이 책은 평소 즐겨 쓰는 프랑스어 단어로 독자를 불러들여, 그간 안다고 여긴 언어의 세부와 내력을 내밀하게 살피는 현미경 앞에 앉히고야 만다. 끝내 그 단어뿐 아니라 언어라는 문명의 수레바퀴가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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