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아르노 네바슈의 다른 상품
안의진의 다른 상품
|
보람찬 하루치의 노동, 그리고 인생을 즐기는 일에 대하여
세상은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구나! 『가스파르의 하루』는 도시의 환경미화원이 하는 일을 상세히 그려 보여주는 그림책이지만 단순히 청소에 관한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청소 업무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일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소재일 것이다. 청소 차량들은 어떤 게 있는지, 쓰레기 수거 트럭은 어떤 일을 하는지, 쓰레기는 트럭에 실려서 어디로 가는지, 쓰레기들이 어떻게 분리되고 처리되는지 이해하는 일은 힘세고 부지런한 청소부들의 존재를 깨닫고 모든 노동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게 한다. 그래서 가스파르의 하루가 진행되는 동안 페이지 사이사이에는 청소에 관련된 각종 정보뿐 아니라 밤에 일하는 직업들이나 육체노동이 필요한 직업들도 소개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밤의 도시에 사는 동물들까지 소개하고 있는 걸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세심하게 살피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가스파르는 한 사람의 성실한 청소 노동자로서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며 매일매일의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 하루치의 노동과 인생을 즐기는 일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고생스럽게 여기기보다 고요한 새벽 시간을 즐기면 되고, 갓 나온 빵을 한 조각 사서 걷거나 쓰레기를 수거하다 재활용 재료들을 발견하는 일 등은 가스파르의 하루하루를 작은 기쁨으로 가득 채워준다. 매일 아침 행복한 얼굴로 학교에 가는 아이는 아마도 가스파르에게 세상이 잘 굴러가고 있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꼈을 테고. 그래서 가스파르는 청소부의 이점을 살려 약간 삐끗한 세상을 바로잡기로 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망가진 킥보드를 발견하고는 재활용 바퀴를 이용해 수리하는 것이다. 『가스파르의 하루』에서 작가 아르노 네바슈는 특유의 감각적인 그림을 활용해 고단한 청소부의 하루를 빛나게 그려 보인다. 보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단순한 면과 질감을 유연하게 표현한 그림은 가스파르의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흥미롭게 만들어주며 간결한 문장과 반복적인 이야기 구성도 그림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맨 앞과 맨 뒤에는 똑같은 장면을 배치되어 있는데 숨은 그림 찾기처럼 다른 곳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작가 자신의 전작 그래픽노블 『이것이 새입니까』의 주인공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에 이르면, 은근한 유머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우유와 내가 누리는 깨끗한 거리가 낯모르는 사람의 성실한 노동 덕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직접 손과 발을 쓰는 필수 노동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장난감 청소차를 갖고 노는 어린아이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과 수고에 대해 생각하는 어른까지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