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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강렬한 에밀리가 온다.
방 안 깊숙한 곳의 괴물과 맞서 싸우다. 어린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 놀기도 하고, 사소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애정을 쏟기도 한다. 어디로 가든 애착인형을 손에 꼭 쥐고 다닌다거나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거나 어른들이 보기에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을 잔뜩 주워온다거나 하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겪어본 적 있었을 약간의 강박적 행동은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과 동시에 아이들의 긴장과 불안을 해소해주는 좋은 창구가 된다. 그러니 그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대응책이란 그저 아이가 세운 규칙과 집착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에밀리와 괴물이빨』의 주인공 에밀리는 무엇이든 모으고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한 살 때는 바구니와 가방, 냄비를 온갖 잡동사니로 채우기도 하고 세 살 때는 벽에 도화지를 붙여놓고 자신이 상상한 환상적인 사물과 동물을 가득 그려 넣기도 한다. 다섯 살이 되어 에밀리는 매일 온갖 물건을 방 안에 들어놓는다. 조약돌, 조개껍질은 물론 꽁초, 바닷모래, 살아 있는 새와 죽은 새까지. 어른이 보기에는 전혀 가치가 없어 보이고 심지어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물건들을 가득 쌓아두고는 방 안에 틀어박힌다. 그런 에밀리에게 방은 자신이 세운 왕국이며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여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외부 존재인 가족들을 방 안에 들이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아이가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가족들은 에밀리를 걱정하며 자꾸 방 밖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에밀리에게 가족의 목소리는 마냥 잔소리처럼 들린다. 그리하여 더 깊이 자신의 안락한 방으로 깊게 숨어들던 에밀리는 그곳에서 환상적인 존재, 괴물을 만난다. 괴물은 빨간 머리에 나무 뿔을 달고 있다. 단숨에 에밀리를 삼켜버릴 정도로 크지만 지금은 배탈이 나서 그럴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때 에밀리는 용감하게도 괴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배탈을 없애주겠다고. 그 대신에 자신이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마음의 불안과 강박에 대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단단한 내면의 힘을 북돋는 그림책. 『에밀리와 괴물이빨』의 그림작가 엠마뉴엘 우다는 한국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프랑스 작가이다. 그림책 『아픈 괴물』로 볼로냐 라가치 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우다는 독특하고 풍요로운 색감과 그림체, 강인한 여성성을 주제로 한 스토리로 주목을 받아왔다. 에밀리 역시 당찬 여자아이로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개척하는 인물이다. 방 안을 잡동사니로 가득 채운 것도, 방 안에 틀어박혔던 것도 에밀리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괴물을 만나도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괴물의 뱃속에 박혀 있던 이빨을 자신의 이에 끼워 넣고 괴물을 깨물어 무찌르는 모습은 주체적인 여자아이로서 내면의 역경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괴물이란 무엇일까. 잡동사니를 가득 쌓아둔 방으로부터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만 나오는 존재, 괴물은 에밀리가 지닌 강박의 발단이기도 한 내면의 불안과 긴장감이다. 또는 집착과 걱정이 형상화되어 나타난 은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이든 간에 내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그 괴물을 무찔러야 함은 틀림없다. 그 때문에 에밀리는 괴물의 뱃속에 스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탈의 원인인 괴물의 이빨을 뽑아 낸 후 잠에 빠져 든다. 어떠한 간섭도 없는 조용한 밀실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에밀리는 드디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괴물이라는 불안의 원인을 직면하고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그리하여 마치 유치가 빠지고 성치가 자라나듯, 에밀리는 괴물의 이빨을 자신의 이에 끼우면서 더 강인해진다. ‘괴물이빨’은 에밀리의 단단한 무기이자 내면의 힘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