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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예술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면 『헨리는 예술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삼지만 흔한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리드줄에 묶여 다닌다고 해서 헨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헨리는 비록 인간 보호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는 반려동물이지만 고유한 정신세계와 예술적 감식안을 지니고 있다. 헨리의 작품은 헨리가 자유롭고 개성 있는 유일무이한 예술가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헨리에게 조각 활동은 매일매일의 산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즐거움이며 자긍심이다. 좋은 예술이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즐거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지 않던가. 그게 비록 강아지 똥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헨리의 조각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한 팬들은 강아지 똥을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헨리의 예술을 사랑한 것일까? 헨리의 작품을 사랑한 나머지 곤충 호텔에 떡하니 전시회까지 마련한 곤충들에게 묻는다면 분명한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곤충들에게 헨리의 작품은 조각 예술이자 강아지 똥이고, 일용할 양식이자 아름답고 향기로운 무언가일 테니까. 곤충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아름다움은 별개가 아니고, 헨리에게 있어서도 야외 배변이 곧 예술 행위였으니 말이다. 헨리의 보호자는 책을 즐겨 읽는 교양인이지만 헨리의 작품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아마도 너무 많이 문명화되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곤충 팬들이 나타나기 전에 헨리의 작품에 호응을 보여준 유일한 관람객도 다름아닌 유아차에 탄 아기였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는 관람객만이 헨리 예술의 진가를 알아본 셈이다. 『헨리는 예술가』는 산책을 하러 나간 강아지가 사실은 예술을 하고 있다는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인데 일러스트 역시 경쾌하다. 화려한 기교나 특별한 재료를 동원하기보다 그림 그 자체에 집중하여, 과슈의 질감과 붓자국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은 귀여운 헨리의 표정을 풍부하게 그려내고, 다양한 모양의 조각 작품도 과감하고 힘차게 표현해낸다. 예술은 어렵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걸 알아보려면 열린 마음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고도로 발달하면 인간은 더 이상 예술을 하지 않게 될까? 천만에! 예술은 결과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보고 즐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충만한 기분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아, 물론 강아지와 곤충들도. 강아지와 똥에 관심이 많은 아기들부터 AI 시대의 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들까지 두루두루 즐길 만한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