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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
정확한 인식을 담은 문장 이 책의 1부는 ‘사랑의 논리’라는 주제로, ‘정확한’이라는 형용사를 ‘사랑’ 앞에 세워두게 되면 어떠한 깊이에 도달하게 되는지 [러스트 앤 본] [로렌스 애니웨이/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라노; 연애조작단/러브픽션/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 [케빈에 대하여] [아무르]를 통해 이야기한다. 2부는 ‘욕망의 병리’라는 주제로, 김기덕과 홍상수 영화에서 드러나는 욕망의 문제, 불안과 우울의 정서로 드러나는 종말의 서사를 [피에타] [다른나라에서] [뫼비우스] [우리 선희] [멜랑콜리아] [테이크 셸터]를 통해 이야기한다. 3부는 ‘윤리와 사회’라는 주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둘러싼 논의들을 이야기하는데 대상 영화는 순서대로 [더 헌트] [시]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늑대소년] [설국열차]다. 4부는 ‘성장과 의미’라는 주제로, 살인과도 같은 성장의 의미와 희망 없이도 살아나가야 하는 삶의 의미를 [스토커] [머드]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노예12년]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그리고 5부 ‘부록’에서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에서야 밝혀진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성경 속 배신자 유다의 서사와 겹쳐 읽고, 영화를 보며 “순수한 쾌감으로 행복해한” 관객으로서의 이야기를 영화 [사랑니]를 통해 풀어놓는다. 둔한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뿐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대여섯 번 보고 나서 열 줄로 이루어진 단락 열네 개를 쓰고 나면 한 달이 갔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로 보이겠지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책머리에’에서 저자 신형철은 정확하게 쓰는 비평가가 되기를 원한다.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이 그의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이다. 정확한 인식을 담은 정확한 문장은 결국 아름다움을 획득하고야 만다. 정확한 글이 곧 미문인 것이다. 해석자의 꿈, 더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한 노력 신형철은 지난해 한 매체에 발표한 글에서, 어떤 비평가가 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칭찬하는 비평가”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하여’, [한겨레21], 948호) “칭찬할 수밖에 없는 텍스트에 대해서만 쓰겠다는 뜻”을 밝히며 어째서 “정확한 칭찬”인지에 대해서도 짧게 썼는데 어쩌면 이 책 한 권이 그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맨 앞자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 ‘정확하다’라는 말의 미덕은 [씨네21] 김혜리 편집위원의 추천사에서 또한 잘 드러나 있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저자에게 정확하게 사랑하기/받기 위한 노력으로 정확한 단어를 고르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일은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제목이 태어났다. 신형철의 영화 서사론은 곧 그만의 섬세한 눈으로 포착한 인간에 대한 탐사다. 그 두렵고도 매혹적인 심해를 밀도 있는 글을 통해 누구라도 잘 들을 수 있게끔 펼쳐놓는다. 그 글은 끝내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좀 더 잘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214쪽에서 그 질문/실험의 결과를 담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끝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를 독자에게 남겨놓을 것이다. |
내가 관계한 [스토커]와 [설국열차]를 다룬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비평가가 되어 그 영화들을 보고 글을 썼다면―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능력의 최대치에 도달했다면―똑 이렇게 썼겠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이 표현해놓은 대목과 맞닥뜨릴 때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탁월한’ ‘놀라운’ ‘충격적인’ ‘심오한’ 따위의, 들으면 기분 우쭐해지는 형용사에 신형철은 인색하다. 그래도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 감독조차 자기 영화를 이렇게 잘 알기는 힘들다, 알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벙어리가 말문이 열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게 과장이라면 적어도 아름다운 발음과 억양과 최적의 속도로 말할 수 있게 된 말더듬이의 심정이라고는 해도 되겠지. 그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형철의 비결은 내 보기에 도식화다. 개념을 가지런히 놓고, 단계를 나누고, 비교해서 차이와 유사성을 지적하는 작업 말이다. ‘도식화’의 본뜻이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짓’이니만큼, 그는 정말 그림 보여주듯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 그림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는 게 다른 여느 도식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이렇게 우아한 도식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논리의 수립이나 정식화 같은 것을 예술 창조와 작품 해석의 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뜻밖에 많은데 그런 사람 만나 백날 떠들어봐야 내 입만 아프고 이제 이 책 한 권 툭 던져주면 되겠다. 우리나라 영화 비평사에 새 페이지가 열렸다고, ‘충격적으로 탁월하고 놀라우리만큼 심오한’ 책이 나왔다고, 신형철은 좀 우쭐할 자격이 있다고, 이렇게 적은 다음 나는 기꺼운 맘으로 마침표를 내려놓는다. - 박찬욱 (영화감독) |
지난 몇 해 동안 영화 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 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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