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Ⅰ. 현명한 도시 Ⅱ. 첫 번째 접촉 Ⅲ. 유도 Ⅳ. 의혹 Ⅴ. 미궁 Ⅵ.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추천의 말 옮긴이의 말 |
井上 眞僞
이노우에 마기의 다른 상품
이연승의 다른 상품
|
“형!”
어두운 동굴을 향해 외친다. --- 「첫 문장」 중에서 ―우리 하루오는 겁이 참 많다니까. 오늘도 동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자 형은 어이가 없는 것처럼 말했다. ―언제쯤 안 무섭겠어? 그러다 동굴에 한 번도 못 들어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겠다. ―조만간 들어갈게. 조만간. ―조만간이 대체 언제야? 뭐 됐어. 원래 인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니까. --- p.11 지금도 그때 꿈을 꾼다. 만약 내가 조금만 용기를 내서 형 에게 갔더라면. 어둠의 공포에 굴하지 않고 적어도 동굴 입 구 부근에서 형을 기다렸다면.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내 귀에는 분명 형의 목소리가 닿았을 것이다. 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않았다면. --- p.13 “‘저 역시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할 수 있다’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또 어떤 ‘할 수 있는 것’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기대하고 있죠. 또 이곳은 인간의 가능성을 넓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찬 곳입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것 이 이곳에서는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는, 그런 마법이 도시 전체에 걸려 있는 겁니다. ‘불가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 이 도시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상, 나카가와 히로미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p.51 잠시 후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으로 깨달았다. 여진이다. 강 하지는 않아도 확실히 체감되는 지진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사에키 씨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나카가와 씨가, 구조자가 물에 빠졌습니다!” --- p.121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언제 누가 도와줄지 모를 지하 깊은 어둠 속에 연락 수단도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것은 악몽과 같은 상황이 틀림없다. 완전한 고립. 형이 느꼈을 절망감. 어린 시절 내게 그야말로 ‘공포의 상징’이었던 것. 그러나 나카가와 씨에게는 그것이 일상이다. 그런 상태가 그녀에게는 ‘보통’인 것이다. --- p.163 불가능하다고 믿은 내 소심함이 형을 죽게 만들었다. 그날의 후회는 평생 저주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죄책감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직 하나, 형의 유지를 이어받는 것뿐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 형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 구호를 계속 외치는 것만이 내가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형이라면 포기하지 않았을 일을 내가 포기할 수 없다. 그렇지? 형. --- p.198 절대, 절대로 이런 곳에서 끝낼 수 없다. 불가능하지 않다. 아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 나는 이 정도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움직여라, SVR-Ⅲ.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 p.225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진실. 그렇다. 사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은 ‘불가능’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 앞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불가능 위에 또 다른 불가능을 덮어씌우며 못 본 척했을 뿐이다. --- p.243 ―다카기, 잘 들어. 형은 내 팔을 툭 두드리고 말했다. ―‘불가능’이라는 건 말이지. 일종의 신호야. ‘이 이상 더하면 위험하다’라는 의미의, 뇌와 몸이 보내는 신호. 물론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 그 신호가 정말 맞는지 아닌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 너무 신중하게 행동한 나머지 실수를 저지르거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나머지 무모한 짓을 벌일 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불가능한지, 아닌지’의 선을 스스로 긋는 거야. 너만의 감각으로, 너만의 의지로 선을 긋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야. 왜냐하면 그 선은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니 네가 그때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한 건 그 자체로 옳은 일이야. --- p.254~255 |
|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
나날이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는 현대 사회에서 여러 참신한 소재를 활용한 미스터리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노우에 마기의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듯 최신 드론 기술을 작품 안으로 도입하지만 이노우에 마기는 이를 능가하는 여러 묘미를 작품 속에 곳곳이 배치한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다카기 하루오는 어릴 적 안타까운 사고로 친형을 잃는다. 다카기는 사고와 관련한 트라우마를 가진 채, 성인이 되어 인명 구조 드론을 제작하는 벤처 기업에 입사한다. 그곳에서 일하며 형의 유지를 잇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기는 업무차 최첨단 스마트 시티이자 장애인 친화 도시인 ‘WANOKUNI’를 방문하게 된다. ‘WANOKUNI’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야심 차게 추진한 ‘지하 도시 프로젝트’로, 지상에는 최소한의 주거 시설만 두고 그 외의 모든 기반 시설과 드론 물류 유통망은 지하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도시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으로 곧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었다. 드론 제작 회사 직원인 다카기는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 드론 박람회를 준비한다. 그때, 예기치 못한 대형 지진이 이 도시를 강타한다. 순식간에 도시는 혼란으로 마비되고 다카기에 긴급한 요청이 들어온다. 바로 최신식 드론으로 지하에 갇힌 조난자를 구조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난자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었다. 어두운 지하에서 홀로 고립된 조난자를 드론 한 대로 안전 구역까지 유도해야 하는 과제를 다카기는 포기하지 않고 수행한다. 제한 시간은 여섯 시간. 조난자를 둘러싼 수상한 의혹과 여러 난관이 다카기 앞에 펼쳐지는데, 이를 다카기는 어떻게 해결하고 소화해낼 것인가. 최첨단 도시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라는 디스토피아 같은 상황 속에서 작품은 인간 본연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흔히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을 악한 것, 이기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재난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돌변한 인간의 악한 본능이 아니라 이타주의다.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적 시선을 이노우에 마기는 미스터리로 표현한 것이다. “재난은 지옥을 관통해 도달하는 낙원이다.” 운명은 드론을 조종하는 청년의 손끝에 달렸다. 절망의 늪에 내려온, 한 가닥 희망의 실의 정체는? 이노우에 마기는 2014년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로 제5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메피스토상은 ‘재미있으며 무엇이든 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개성 있고 참신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1작가 1스타일’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메피스토상 출신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실험 정신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이노우에 마기의 『아리아드네의 목소리』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노우에 마기는 이외에도 사상 최초로 본격 미스터리와 기호 논리학의 융합을 시도한 데뷔작도 인상적이었지만, ‘‘기적’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세상 모든 가능성과 트릭을 부정하는 탐정’을 작품에 등장시켜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전복을 시도한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탐정이 너무 빨라』 등,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렇게 작가는 2016년 데뷔 2년 만에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르며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AI, 유전자 공학, VR 등 첨단 기술과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미스터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미스터리 분야에서 파격적인 소재만이 작품의 작품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본질은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있다.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 즉 오락적인 요소, 독특한 배경 설정이 주는 매력에 휴머니즘적 시선이 더해지면서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결코 윽박지르거나 설교하듯 자신의 관점을 작품 곳곳에 심어두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작품의 기승전결, 즉 스토리텔링으로 모든 것을 완성한다. 다시 말해 휴머니즘적 시선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탁월한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적 요소에 그러한 시선을 거부감 없이 더한 것,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아리아드네의 목소리』가 탁월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추천사를 통해 『환상통』, 『성소년』의 작가 이희주는 『아리아드네의 목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을 때, 구하는 자와 구원받는 자의 자리가 중첩될 때 그 순간 우리는 화면 속 붉은 점이 아닌 인간이 된다.” 현대 사회 속에서 타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를 직접 읽고 추운 겨울, 따뜻한 전율과 재미를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