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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比奈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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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분, 아이입니다. 여기 아기가 있습니다.”
주치의의 말을 듣고도 전혀 짚이는 데가 없었다. “네? 임신인가요?” 한숨 같은 목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임신이라뇨, 애초에 저희 아이는 남자아이인데요. 쓰와코는 한 걸음 다가가 정면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듣고 보니 등뼈 끝에는 둥근 두개골 같은 게 있었고 등뼈 중간에 얇은 성냥 같은 게 여러 개 달려 있는 모양새가 접힌 팔다리처럼 보이는 것도 같았다. “벌써 손주가 생긴 건가요?” 마치 부정을 저지른 듯한 기분이 들어서, 쓰와코는 남편에게 뭐라고 설명할지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러자 의사는 힘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손주가 아니라 형제입니다.” --- pp.20-21 아버지가 큰아버지 몸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큰아버지의 동맥과 정맥을 통해 직접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큰아버지에게 아버지는 틀림없이 하나의 내장이었고, 아버지에게 큰아버지는 세상 그 자체였다. 그 감각이 분명 언제까지고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중에도 아버지를 걱정하는 큰아버지의 기질도, 무슨 일이 일어나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 믿는 아버지의 기질도 분명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 pp.38-39 우리는 모든 것이 붙어 있었다. 얼굴도, 각자 다른 얼굴 반쪽이 중심선으로부터 조금씩 어긋나 있다. 결합쌍둥이라고 해도, 머리, 가슴, 배까지 모든 것이 딱 붙어서 태어났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한 사람으로 보인다. 지금도 처음 만나는 사람은 우리 얼굴을 보고 기다란 왼쪽 얼굴과 둥그런 오른쪽 얼굴이 서로 붙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합쌍둥이가 아니라 특이한 외모를 가진 ‘장애인’이라 생각한다. --- p.43 남자 친구는 한 번도 사귄 적이 없다. 하지만 대학생 때 딱 한 번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내가 관심이 갔을 뿐 안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취한 기세를 몰아 했던 키스는 나에겐 행복한 기억이 되었지만 안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얼마 후에 두 기억은 뒤섞였고 지금은 떠올리면 마블링 형태의 감정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둘이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행위를 하면 둘 중 한 명은 강간을 당하는 셈이니 성관계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 p.61 견디기 힘들었던 건 환자들의 반응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봐온 간호사들과는 달리 환자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아” 하고 숨을 들이마시거나 표정을 굳혔다. 웬만큼 둔감하지 않은 이상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우리에게 어떠한 위화감을 느낀다. 가로세로 폭이 비슷한 아기 같은 몸통, 일그러진 얼굴, 수시로 바뀌는 두 가지 목소리, 이따금 따로 움직이는 좌우 눈동자. 그런 우리가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간호사들이 다정했던 것도 앞으로 함께 일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67 전부터 가끔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것이 너무 얇아서 겁이 났다. 몸 안에서 우리 둘을 나누는 어떠한 얇은 막. 피와 내장, 감각이며 기억도 그 막을 쉽게 넘어 오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공유되어 개인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진저리가 날 만큼 그런 일을 겪으며, 그 막이 너무나도 얇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를 가르는 이 얇은 막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의식이 융합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 두 마리 도롱뇽이 머릿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슌이 목감기로 뻗었을 때나 먼저 잠들어서 홀로 깨어 있을 때, 흑백 도롱뇽은 늘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빙빙 돌기 시작한다. 혼자 있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pp.11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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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 하나에 췌장 두 개, 비정상적으로 큰 자궁,
그리고…… 몸을 좌우로 가르는 은밀한 경계선 의사 출신 작가의 파격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2024년 최고의 화제작 스물아홉 살 ‘안’과 ‘슌’은 한 몸을 공유하는 결합쌍둥이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에 부딪히며 살아온 이들에게 어느 날 큰아버지 가쓰히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자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형제였다.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뱃속에서 태어난 태아 내 태아였기 때문이다. 분리 수술 후에도 어딘가 서로 이어진 듯했던 두 사람. “우리도 곧 죽는 건가?” 큰아버지의 죽음은 태어나 한 번도 온전한 ‘나’를 경험해본 적 없는, 겹치는 삶과 겹쳐지지 않는 자아를 가진 쌍둥이의 내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마음 한구석에 잠재해온 소멸의 공포와 정체성의 혼란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깨닫지 못할 뿐, 모두들 붙어 있고 모두들 뒤엉켜 있다 ‘정상’에서 이탈한 몸들이 그려내는 가장 보통의 인생 『도롱뇽의 49재』는 유례없는 형태의 결합쌍둥이와 태아 내 태아라는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룬다. 자매라는 이름의 타자와 한 몸을 공유한 ‘안’과 ‘슌’, 분리 후에도 내내 서로 이어진 듯했던 큰아버지 ‘가쓰히코’와 아버지 ‘와카히코’. 아사히나 아키는 언뜻 평범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과 죽음, 자아, 운명 같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질문에 접근하고, 나아가 꼬리를 물듯 순환하고 보완하는 ‘음양어’, 흑백의 도롱뇽처럼 우리 인간도 보이지 않을 뿐 서로 뒤엉키며 결속되어 살아간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큰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49재를 기다리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을 향해 ‘나는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묻는 두 자매의 목소리는 우리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정상’에서 이탈한 몸들을 통해 인간과 인생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도롱뇽의 49재』. 여기에 의사 출신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의학적 지식과 세밀한 묘사, 독자들도 한 번쯤 접해봤을 실제 결합쌍둥이들의 이야기가 뒤섞여 정말 이러한 사례가 현실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착각할 만큼 소설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200쪽이 채 안 되는 매우 짧은 이야기임에도, 탁월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사유가 돋보이는, 그야말로 아쿠타가와의 이름에 걸맞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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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심사에서 가장 추천한 작품이다. 독자로 하여금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아마도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 가와카미 히로미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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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상상력과 최전선의 전문 지식, 이것만으로도 하늘이 준 큰 선물이라 할 텐데, 아사히나 아키는 그에 더해 무서울 정도의 소설적 기법까지 갖추었다. - 요시다 슈이치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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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나 아키는 이제 신인문학상 3관왕을 달성하고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가 되었다. 나는 불변의 질문을 SF에서 문학으로 되돌리려는 시도,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연결하는 신의 기술을 이번 작품에서 보았다.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평범한 작가가 도달할 수 없는 비상적 감각과 따뜻한 희망이 있다.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모를 그의, 이미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는 궤적을 나는 목이 빠져라 좇고 있다. - 이치카와 사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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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디자인된 소설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호함이 흘러넘친다. 분명한 것은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의 규칙적 리듬뿐. 의학은 때로 다양한 윤리와 충돌하는데, 이 작품도 그러하다. 불가침의 윤리와 금기를 넘어서라도 쓰고 싶은, 써야만 하는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소설이다. 아슬아슬한 지점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이자 소설가로서 저자가 그려낸 기도의 궤적이 아닐까. -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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