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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작품 해설 : 이 친구, 크눌프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오! 헤르만 헤세의 삶과 작품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연보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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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단지 관찰자 이상을 바라지 않는 이 친구. 그것을 과욕이라고 해야 할지 겸허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 로트푸스는 알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기반을 닦아 나간 사람이 사실 여러 면에서 그보다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결코 그와 같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손을 가질 수 없고, 가볍고 산뜻한 걸음으로 걸어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 pp.37-38 「이른 봄」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영혼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의 영혼과 혼동될 수 없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걸어갈 수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또한 서로 가까이 앉을 수 있지. 그러나 두 영혼은 꽃과 같아서 각각 자신의 장소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일세. 만약 서로 가까이 가려면 자신의 뿌리를 벗어나야 하겠지만, 바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꽃들이 자기의 향기나 씨에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보낼 수는 있으나, 씨를 적당한 곳에 가게 하는 것은 꽃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바람이 하는 일이지. 바람은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니 말일세.” - -- p.92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중에서 이 공인 수첩에 증명된 삶은 사실 크눌프 자신이 스스로 꾸며낸 것으로, 마치 이런 생활을 한 것처럼 보이려고 수백 가지의 기술을 동원해서 위태롭게 허구의 삶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 사람들은 마치 화목한 가정집에서 귀여운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듯 그를 너그럽고 참을성 있게 받아 주었다. 마치 고양이가 부지런하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 틈에서 아무 걱정 없이 우아하게, 하는 일 없이도 신사처럼 당당하게 행동하듯 그도 그렇게 지냈다. --- pp.19-20 「이른 봄」 중에서 가정이나 결혼의 행복에 대해 제법 과시하던 피혁공 로트푸스의 말을 좀 경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자기의 행복이나 미덕에 대해 자랑하며 크게 떠들어보았자 대개는 사실과 다르더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양복 수선 가게 주인이 한때 가졌던 신앙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의 어리석은 일을 보고 웃거나 동정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각자 자기 스스로 가는 길은 참견하지 말고 그대로 둬야 하는 것이다. --- p.60 「이른 봄」 중에서 “나는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볼 때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네. 캄캄한 밤에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가는 푸른색과 초록색의 불꽃들이 가장 아름다워질 무렵에 그만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금세 꺼져 버리는 광경 말이야.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기쁘면서도 동시에 불안을 느끼는 거야. 기쁨과 불안은 서로 붙어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되기보다는 순간적일수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야. 안 그런가?” (…) 나는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몰랐다. 나는 인간관계에는 어떤 상황에서든 고통이 숨어 있음을 미처 체험하지 못한 때였다. 또한 사람들이 서로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맺어도 그 사이에는 언제나 심연이 열려 있어서 오직 애정만이, 그것도 시시각각으로 비상 가교를 통해서만 그 사이를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때였다. --- p.81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중에서 “심사숙고해 보았자 아무 가치도 없는 일이야.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니까. 사실은 전혀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자기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가지.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도 그럴 거야. 결국 사람은 각자 오직 자신을 위해서 자기의 세계를 갖는 것이지 다른 사람과 그것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네.” --- p.83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중에서 “내가 말하는 것은,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발견하면, 나도 또한 그것을 따라가겠다는 것이네.” “그래, 그렇다고 하지! 그러나 사실 자네는 매일 한 가지 지혜를 발견했더라도 이튿날이면 그걸 내버리고 결코 다시 지혜로 여기지 않았잖은가?” --- p.96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중에서 “왜 저는 그 모든 것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진실한 인간이 되지 못했을까요? 그럴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요.” (…) “탄식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모든 것이 제대로 올바르게 되어갔으며, 아무것도 달리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을 그대는 정말로 깨닫지 못하는가? 그래, 그대는 지금쯤 어엿한 신사가 되거나 공장의 주인이 되어, 처자식을 거느리고 저녁에는 여유롭게 주간지를 읽는 처지가 되고 싶은가? 그런 신분이 되었다 해도 자네는 곧장 다시 뛰쳐나와 숲속에서 여우들과 함께 자거나 새덫을 놓거나 도마뱀을 길들이고 있을 것이 아닌가? 보라! 나는 그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필요했다. 나의 이름으로 그대는 방랑하였고,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매번 다시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 불러일으켰다. 나의 이름으로 그대는 어리석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바로 나 자신이 그대 안에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고 사랑받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아들이요, 나의 형제이며, 나의 분신이다. 그대가 맛보고 경험한 모든 것은 모두, 바로 그대 안에서 내가 그대와 함께했다.” --- pp.155-156 「종」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