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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말 :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에게 가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정경량 교수
- 헤르만 헤세, 가을 - 옮긴이의 말 : 헤르만 헤세의 삶과 작품/ 두행숙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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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낳은 20세기의 대문호이며 시인이자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독일 작가이기도 하다. 또 그는 독일 작가이면서도 가장 비독일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여러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독일의 내면성’을 그의 소설들 속에서 가장 잘 표현하고 있어 독일 최후의 낭만주의자로 간주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동양 정신을 많이 알고 거기에 동조해온 작가이며 일반 독일인의 눈으로 볼 때는 아웃사이더이자 비정치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그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으니, 여러 편의 소설과 특히 많은 시와 수필을 썼지만 그 어떤 작품도 자신의 체험과 관찰을 토대로 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 헤세는 1877년 7월 2일 독일 남부의 울창한 숲인 슈바르츠발트(흑림)가 있는 슈바벤(Schwaben) 지방의 작은 도시 칼브(Calw)에서 태어났다. 작은 계곡이 있고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이곳은 헤세를 어려서부터 자연 속으로 이끌면서 그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곳의 자연은 유년 시절부터 그에게 꿈과 예리한 관찰력,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근원에 대해 사색하도록 해주었다. 특히 이곳을 소재로 하여 자연과 청춘을 다룬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훗날 나이가 들어서는 보통 밀짚모자를 쓰고 뜨거운 햇볕이 쪼이는 남쪽 지방을 홀로 배회하면서 소박한 농부나 정원사가 되어, 구름과 안개와 햇빛, 산과 호수와 같은 자연을 끔찍이 사랑하면서 시와 산문을 많이 쓴 서정적인 작가가 되었다. 유년 시절의 헤르만 헤세는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음악을 좋아하고 풀, 나무, 시냇물 등 자연에 애착을 가졌으나 아주 고집이 세고 반항심도 있었다. 그는 부모를 따라 1881년부터 스위스의 바젤(Basel)로 가서 살다가 1886년에 다시 칼브로 돌아왔다. 이처럼 어릴 적부터 독일과 스위스를 넘나들며 살았던 그는 결국 훗날 독일을 떠나 그리 어렵지 않게 스위스에 정착하게 된다. 칼브에 돌아온 후에 헤세의 어머니는 그를 열세 살 때인 1891년 가을에 신학자로 키우기 위해서 마울브론(Maulbronn) 신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헤세는 열네 살 때인 1892년 3월 어느 날 갑자기 신학교를 탈출했으며, 그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갔으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미 학업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어서 신학교를 포기했다. 다시 공부하려는 생각으로 1892년 11월에 칸슈타트(Cannstatt)의 김나지움에 1년간 다녔지만 역시 그곳의 주입식 교육과 규율, 속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시 그만두면서 그의 학교 교육은 끝이 났다. 짧은 학창 생활, 특히 마울브론 신학교 생활은 그로 하여금 학교 교육에 대해 몹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했다. 근본적으로는 자기주장이 강했던 그는 남보다 일찍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고 갈구했는데, 그것은 바로 시인이 되려는 것이었다. 그는 훗날 쓴 〈요약한 이력서(Kurzgefaßter Lebenslauf)〉(1925)에서 “내가 열세 살이 되던 해부터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내가 시인이 되든가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었다.”라고 밝혔다. 헤세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학업을 중단하고 말았지만, 그때의 체험을 나중에 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1906)에서 아주 잘 묘사하였다. 고향 칼브로 되돌아온 헤세는 그 일에도 만족하지 못해 얼마 후 그 도시에 있는 페로(Perrot) 탑시계 공장에 견습생으로 들어갔으나 약 일 년 동안 일하다가 그만 두고 열아홉 살 때 튀빙겐(T?bingen) 시로 가서 서점 점원이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틈나는 대로 독서할 기회를 얻어 많은 책을 읽었고 자유롭게 마음껏 사색하면서 동양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헤세의 외가 사람들과 어머니는 이미 인도에서 선교를 하면서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와 노자에도 관심을 가졌기에 그 영향으로 헤세도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상을 접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틈나는 대로 습작을 하여 스물두 살 때 처녀 시집 《낭만적인 노래(Romantische Lieder)》(1898)를 자비로 출판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후에 산문집 《자정 뒤의 한 시간(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간하였다. 이윽고 스물일곱 살 때인 1904년에 《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를 출판하여 큰 명성을 얻고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하게 되었다. 풍부한 자연 감정과 서정으로 채색된 이 소설은 시민적이고 우수(憂愁)에 찬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로, 처음으로 작가로서 그의 이름을 알린 출세작이 되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헤세의 시집이자 산문집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위에서 소개한 헤세의 여러 시집과 산문집, 소설 등에서 각각의 계절과 관련되고 그의 자연관을 잘 말해 주는 내용들을 선정하여 엮는 것이다. 헤세는 스위스의 산골 마을에서 생활하는 동안 작품을 쓰고 정원을 가꾸고 하는 일 외에도 취미와 심리적 병 치료를 위해 많은 수채화를 그렸는데, 그 작품들 가운데 일부도 여기에 함께 실었다. 우리는 앞서 헤세의 삶과 작품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듯이, 그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으며 평생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연’을 잊지 않고 고난에 처할 때마다 자연으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결국 마음과 몸의 병을 치유하고 자연 속에서 평화를 느끼면서 살고 또 작가로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실린 그의 잔잔하고 포근한 시와 산문들을 읽으면서 헤세의 인생관과 자연관, 예술관, 그리고 인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애썼듯이,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모든 고통과 절망은 결국 자연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거기에 우리의 마음을 두었을 때, 우리의 삶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고 고통을 벗어나 의연해지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독자분들께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헤세의 시와 산문집 《봄》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차례로 읽으면서 헤세가 절묘하게 묘사한 각 계절의 느낌을 함께 느껴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옮긴이의 말: 헤르만 헤세의 삶과 작품/ 두행숙」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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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발췌수록된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 시 : 〈일찍 온 가을〉 〈구월〉(1927년) 〈구월의 비가(悲歌)〉 〈가을의 시작〉 〈구월〉(1907년) 〈구월의 정오〉 〈다채로운 잎들〉 〈이탈리아 쪽을 바라보며〉 〈색채의 마술〉 〈구월〉 〈시월〉 〈십일월〉 〈한여름이 지나고 나면〉 〈클링조어가 가을의 숲에서 취하도록 마시다〉 〈폭풍 속의 이삭〉 〈흩날리는 잎〉 〈가을 냄새〉 〈가을〉(1919년) 〈가을비〉 〈가을에 내리는 비〉 〈1944년 10월〉 〈시월〉(1908년) 〈가을의 나무〉 〈가을에 나간 소풍〉 〈시든 잎〉 〈늦가을의 산책〉 〈아이들과 함께 난롯가에서〉 〈늦가을〉 〈무상〉(無常) 〈시집에 보내는 헌시〉 〈1914년 11월〉 〈십일월〉(1921년) 〈꽃이 핀 가지〉 〈안개 속에서〉 * 소설 :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데미안》 《게르투르트》 《유리알 유희》 * 에세이 : 〈여름과 가을 사이〉 〈가을의 시작〉 〈보덴 호수에서의 가을 아침〉 〈비행사〉 〈가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가을- 자연과 문학〉 〈방안의 산책〉 〈헤르만 라우셔의 유작(遺作)과 시〉 〈가을의 도보여행〉 〈유년 시절〉 〈비가 너무 내린 일요일〉 〈테신의 가을 날〉 〈방랑〉 〈오래된 나무에 대한 탄식〉 〈가을 밤〉 〈길 위에서〉 * 편지 : 〈한 통의 서신 교환〉 〈엘리자베트에게 보낸 서한〉 〈빌헬름 프릭에게 보낸 서한〉 〈한 독자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이 책에 수록된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들 〈호수 위의 마을〉(1922. 10) 〈베르소 아라시오〉(1925. 9) 〈밤의 정물〉(1935. 10) 〈몬티, 마돈나 델 사소〉(1923. 9) 〈카사 로사 앞의 포도나무〉(1931. 10) 〈책이 놓인 의자〉(1921. 4) 〈황금빛의 시월〉(1932. 10) 〈울타리 너머의 풍경〉(1931. 가을) 〈카슬라노의 가을날〉(1920) 〈몬타뇰라의 풍경〉(1926. 9) 〈아르가우 바덴의 ‘골트반트’ 풍경〉(1930. 10) 지혜로운 눈으로 감사하며 바라보는 자에게 가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가을은 언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헤르만 헤세에게 가을은 어떤 계절일까?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 수풀에서 들리는 풀벌레들의 우는 소리가 유난히 깊어지고, 밝고 푸른 청명한 하늘을 보면 우리의 마음마저 하늘을 닮아 청랑(晴朗)해지는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들을 바라보거나 논밭에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걸 보면 우리의 마음마저 아름답고 풍성해지는 수확의 계절. 이윽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길 가에 흩날리거나 추수가 끝나 황량해진 들판을 바라볼 때면, 어쩐지 스산한 마음이 되어 인생의 가을을 느끼거나 머지않아 다가올 추운 겨울과 죽음도 떠올리게 하는 가을. 여름(7월 2일)에 태어난 헤세는 태생적으로 여름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기에 가을로 접어들어 찬란했던 여름의 태양과 따사로운 온기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 헤세는 여름이 벌써 지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에 젖어들곤 했다. 여름철에 그가 즐기는 일들, 즉 호수에서 수영하고 풀밭에 눕는 일, 저녁에 보트를 타는 일, 정원에서 식사하는 일 등이 끝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을은 안개가 끼거나 비가 자주 내려 을씨년스러운 날들이 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예민하며 건강상으로도 밝고 따뜻한 기후가 필요한 헤세에게 가을은 썩 내키지 않는 계절이었다. 전쟁과 폭력을 거부하고 인류의 평화를 추구한 헤세는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조국 독일을 등지면서 스위스로 거처를 옮긴다. 헤세의 정치적 신념에 의한 일이었지만, 체질적으로도 늘 따뜻한 남쪽나라를 그리워한 헤세의 열망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9월이 되어 가을이 오면 헤세는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의 무상함에 젖게 되어 〈구월의 비가(悲歌)〉를 읊조린다. 머지않아, 오늘은 여전히 생기 넘치고 바삭거리며 푸르렀던 것들은 모두 창백해지고 추위에 떨며 사라지고, 안개와 눈 속에서 죽어 가리라. 이처럼 가을이 되면 헤세에게는 “해마다 같은 노래의 가을이, 늙어가야 하는 일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러한 가을 속에서도 헤세는 “유혹적인 다채로운 가을의 생각들로 위로를 받는다. 순수하고 밝은 파란색에, 금빛처럼 명료한 하늘에 대한 생각, 은빛 같은 이른 아침 안개에 대한 생각, 붉은 사과와 황금빛 노란 호박에 대한 생각, 가을 색을 띤 숲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는 이제 “과일 수확과 포도 수확을 하는 즐겁고 다채로운 날들이 그런 우울한 날들을 다시 몰아내고, 생각에 잠기고 따스한 수확과 휴식의 느낌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풍요롭고 그윽하게 빛나는 시월이 온다.” 그러니 헤세에게 가을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찬란한 계절이다. 그것은 결국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행복한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이 책에 실린 헤세의 주옥같은 가을 시편과 글에서 우리는 헤세 문학과 삶의 진수를 만나게 되리라.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헤세는 이탈리아 쪽을 바라보며 애틋한 인생의 가을을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과 고독, 사랑과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 그것은 예술의 어머니이다. 내 인생의 가을인데도 그것은 여전히 내 손을 이끌어주고, 그것이 부르는 그리운 노래는 마법의 광채를 드리운다, 호수와 산맥 위에, 그리고 작별을 고하는 아름다운 세계 위에. 평생에 걸쳐 인생의 모든 계절을 노래해 온 헤세는 가을이 되면 유난히도 이렇듯 애틋한 인생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노래했다. 11월 늦가을이 되어 겨울의 문턱을 눈앞에 두게 되면, 헤세는 이제 우리 모두를 위하여 죽음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삶을 노래한다. 너 역시 죽는 것과 몸을 맡기는 것을 배우라. 죽음을 아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이니. 죽음을 준비하라― 그러면 죽음에 끌려가도 너는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리라!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만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에서 “세계의 깊이와 그 신비로움은 맑고 명료한 것 속에 있다”고 한 헤세. 그것은 바로 “밝고 투명한 푸른빛의 보석 같은 가을”을 두고 말한 게 아닐까. 〈헤르만 헤세, 가을〉과 더불어 헤세가 보고 듣고 느낀 그 가을을 우리 독자들이 함께 느끼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 정경량 (목원대 명예교수, 전 헤세도서관장, 전 한국헤세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