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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의 전작들이 강렬한 유화였다면, 이 이야기는 채도를 낮춘 수채화다. 아프고도 말갛게 읽힌다.”
이 소설은 무슨 일에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여자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어두운 과거가 주인공의 의식에서 등장하면서 소설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획득한다. 무엇도 갈망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외롭고 머물 곳 없는 불우한 지금의 청춘을 그대로 묘사하는 김혜나의 필치는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지나, 발레의 아름답고 절도 있는 동작을 담담하게 묘사한 문장과 발레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을 깨닫고 자아를 획득해가는 과정 때문에 “채도를 낮춘 수채화”처럼 “아프고도 말갛게 읽힌다.”(소설가 정유정) 이처럼 쓸쓸하지만 물기를 가득 머금은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 “내 안에 영원히 감춰야만 하는 이야기였던 동시에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오래도록 준비되어 있던 이야기”라고 밝혔던 것처럼 자기 자신과 대화하지 못했던, 용서하지 못했던 많은 청춘이 용기 낼 수 있게 격려하는 소설이다. 결국 작가의 청춘소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큰 도움닫기를 하듯 자신에 대한 희망을 품으며 끝난다. “팔이 넓게 벌어지고, 멀리 나아가며, 나는 춤을 추었다. 높게 날아올랐다. 주떼 주떼, 그랑 주떼.” 발레 학원 연습실에서 혼자 외롭게 서 있는 한 젊은 여자인 ‘나’가 있다. 어릴 적에 미국에서 전학 왔던 아름답고 자신만만했던 리나를 동경해서 발레를 하기 시작한 나는 리나가 부러워할 만큼 발레를 잘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췄지만, 어째선지 춤을 제대로 출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무엇도 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들른 무용원에서 임시강사 자리를 제안받는다. 성인반은 주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자세교정 위주로 발레를 가르치기 때문에 춤을 출 필요가 없었다. 발레학원에서 일하던 어느 날, 유치원반 강사를 도와주게 된 나는 유치원생 아이들이 발레학원에 도착하자, 발레복을 갈아입히는 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릴 때의 기억이 점차 떠올라, 괴로운 마음에 휩싸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