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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7
프롤로그 … 11 재능이란 뭘까? … 17 에필로그 …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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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전부였던 것들을 잊으려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잊고 난 후에 무엇이 찾아올지 알고 싶어서 쓰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을 온통 글을 쓰는 데 쓰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무엇과 맞닥뜨리고 싶다. 이 글은 바로 그때 끝날 것이다. 나는 내심 그때를 기대한다. 더이상 쓰지 않아도 되는 알맞은 때를 기다린다.
--- p.18 나는 목을 매고 싶지도 않고 칼로 손목을 긋고 싶지도 않다. 수면제를 많이 먹으면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깨어났다. 실망감이 대단했다. 약을 모으는 데 오래 걸렸고 먹기로 결정했을 때 혼자서 많은 것을 질문하고 대답한 뒤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 살 것을 결정했었다. 그런데 내가 실행한 방법은 며칠 잠만 자는 게 전부였다. 그날 패브릭 소파 위로 떨어지던 빗물 소리가 좋았다. 푸른 소파에 짙은 파랑으로 번져가는 얼룩이 있었다. 툭 툭. 투둑 툭 툭. 잠시 집중하면 그날의 소리가 다시 들린다. --- p.24 살아가는 일은 편집이 없는 연속된 플레이다. 카메라가 바라본 장면을 잘라서 붙이듯 우리는 기억을 편집한다. 때로는 그것만이 삶이라고 여긴다. 편집된 기억은 살면서 추가 삽입되기도 하고 영구 삭제되기도 한다. 편집점에서 만나는 기억들은 최소 단위의 서사로 흐른다. 그러나 삶의 서사에는 잘려나간 것들이 더 많이 있다. 반복되는 지루함으로 탈락하기도 하고 탈락한 자리에는 돌이킬 수 없어 반복 재생되는 기억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고유의 러닝타임을 유지한다. 인간이 한 번에 재생할 수 있는 기억은 그리 길지 않다. --- pp.54-55 |
작가의 말
세상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답이다. 나의 세상에는 대답이 없다. 질문만 있다. 나는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려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살아보았다. 처음에는 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답을 찾은 결과를 삶이라 여겼다. 하지만 대답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궁금한 것이 생겨났다. 한번 대답한 것도 그다음에 보면 변해 있기 일쑤였다. 그러면 나는 다시 또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다.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 나는 질문한다. 그리고 나는 대답하려 애쓴다. 나는 나를 신처럼 여기는 게 분명하다. 나의 신은 나다. 나는 질문하고 대답한다. 대답은 세상에 없다. 나는 세상에 없는 것을 모두에게 들려주려 한다. 이 책은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다. 새롭게 시작되고 그날로 끝이 난다. 나는 막간을 두고 매일 쓰기를 이어갈 것이다. 네 번의 막간으로 다섯 권의 책이 완성된다. 그 시작하는 1막을 나는 매일 썼다. 나를 죽이기 전에 망설였던 것처럼 쓰기 전에는 늘 머뭇거리며 기다렸다. 죽을 수 있을까 묻는 것은 쓸 수 있을까 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 나는 막간에 든다. 다음 막이 열릴 때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시 갇히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을 나에게 가두려고 이 책들을 쓴다. 유진목의 ‘막간’ 질문에 관한 유진목의 글쓰기 1. 『재능이란 뭘까?』―쓰기에서 죽기까지 2. 『?』―입기에서 벗기까지 3. 『?』―울기에서 웃기까지 4. 『?』―늙기에서 잊기까지 5. 『?』―보기에서 찍기까지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