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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리타의 산책
봄은 그렇게 온다 / 꽃의 서기 / 밤이와 나 / 내가 본 꽃 / 산책자의 일상 / 운명 / 그건 내가 마음을 쓰는 방식 / 산책이라는 직업 / PART 2. 더 깊은 존재의 차원 속으로 더 깊은 존재의 차원 속으로 / 무경계 / 산책과 기원 / 존재의 기원을 따라 / 산책과 호흡 / 산이 부른다 / 살게 하는 것 / PART 3. 영혼의 산책자 여름, 비 / 알피니스트 / 의식의 순례 / 비 내리는 숲 / 노을, 호수, 산책 / 달, 밤, 산책 / 나를 일깨우는 것 / 가을 볕 아래 / 기이하리 만큼 아름답다 / 이토록, 살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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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초로 피어난 꽃을 최초로 바라보기 위해 점차 분주해진다. 봄이 오면 꽃의 안과 밖으로 더 오래 거닌다. 늦은 밤에도 말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아서 밤새 나 몰래 진행되는 것들에도 관여한다. 나는 가장 먼저 소문을 내는 사람, 봄 중에서도 가장 먼저 입방정 떠는 인간이자 꽃의 서기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를 무상으로 듣는 기쁨. 자연의 계절감을 온전히 누리는 축복.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평온과 자유. 피어나는 꽃들의 축복 속에 나는 홀로 있다. 저들의 살 오르는 장면을 온전히 혼자 감상하다니, 마치 세상의 마지막 생존자처럼, 유일한 목격자처럼! 이제 막 열리는 꽃의 탄생을 함께 기뻐한다. 나는 나만의 숲을 이루기에 전념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만족한다. 알려지지 않는 숲에는 다정한 것들로 가득하고, 무용함을 찾아 나서는 산책자의 삶은 언제나 바쁘다. 마음 한켠 신의 자리를 방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것은 곧 마음을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산책하는 이유는 단순히 숲을 걷기 위함이 아니라, 숲을 이루고자하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한 그루의 나무를 마음속에 심어두고, 그것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는 마음, 비록 하찮을지라도, 섬세히 돌보는 마음 같은 거라고 말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걸어 올라간다.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진실과 마주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의 개별적 삶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우주이다. 이 삶은 분명 자신만의 것이다. 이는 오직 자신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경전이며, 신실한 기도이며, 스스로를 밝히는 종교이다 어스름과 서서히 섞이는 이 시간이 실은 가장 황홀하다. 슬픔과 환희가 뒤섞일 때 가장 깊어지는 것처럼,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된다. 그 순간, 나는 ‘찬란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나는 이 장면을 눈이 멀도록 감상한다. 곧이어 핏빛 노을은 물 위에 남김없이 쏟아졌고, 마지막 빛 한 줄기가 물속으로 뛰어들 듯 작렬했다. 태양은 긴 꼬리와 함께 그렇게 퇴장했다. 저물어 가는 하루의 끝자락에 앉아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모두가 어두움을 끌고 너머로 사라질 때, 그때 나는 알게 된 것이다. 하루가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떠나감을.나는 나를 완전히 통과한 뒤 모든 것과 함께 무한히 저편으로 향한다. 슬픔도 기약도 없이, 어쩌면, 그것까지 산책인 것이다. 그렇게 거닐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를 발견할 때, 당신도 끝내 이르렀구나. 하는 마음. 그 곁에는 서로의 이름과 나이, 직업 따위는 소용없는 연정이 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인간애와 갸륵함이 있다. 그렇게 이 시간 하늘을 바라보기까지. 실은 한 사람은 오랜 외로움과 암흑의 길을 걸어와 생존했기에, 저기 한 사람은 비로소 한 사람으로 서 있는 법을 터득하고 말았기에. 움직이지 않는 춤은 무용하다. 울림 없는 소리도, 뿌리내리지 않는 나무와, 사유 없는 철학도. 내리지 않는 눈도. 찍히지 않은 것을 발자국이라 부를 수 없고,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이라 부를 수 없다. 내면을 잃은 존재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사람도 그렇다. 영혼 없는 사람을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존재는 영혼 속에서만 진정한 이름을 얻는다. 그러니까, 살지 않는 삶을 삶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바라본다. 떨어지는 낙엽 사이사이, 무엇이 내리는지, 어떤 무게로 내려앉는지, 그 순간, 마음에 무엇이 오갔는지. 떨어질 잎과 떨어진 잎 사이, 그러니까 무엇이 나를 스쳐 가고, 무엇이 나를 통과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나를 데리고 가는지. 나는 무엇으로 나부끼는지. 오늘도 내 안에 흐르는 것이 있었고, 흔드는 것이, 흔들리는 것이, 흩어지는 것이 있었다. 바람에도 휩쓸리지 않는, 이토록 단단한 풍경이라니. 이 풍경 은 내가 지닌 뿌리 중에서 가장 깊고 강하다. 이마에 닿아 열 식히는, 눈빛에 닿아서야 산산이 부서지는 태양 빛. 그것은 마 치 생물처럼 나무를 타며 여전히 윤곽을 드러내는 모든 생명 에 살아있음을 명령하듯 지장을 찍는다. 거기서 새벽안개 숲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지면을 물들이는 이 글이, 언 강을 깨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 같았으면 좋겠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