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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세계의 신과 내일 비가 올 확률 7
작가의 말 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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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뜬 다음 날이면 동광시청 공무원들이 외근을 나올 확률이 20퍼센트 증가해요. 어제 보름이었고.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래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이 사실은 연관되어 있어요. 이 기계는 그걸 찾아내요.”
“그게 말이 돼? 달이랑 외근이 무슨 상관이라고.” “말했잖아요. 이유는 없다고. 그냥 신이 세상을 만들 때 허술하게 만들어서 고장 나 있는 부분들을 이 기계가 찾아내나 보죠.” --- p.24 “할머니 무릎 같은 거예요. 할머니가 무릎 시리다면서 다음 날 비 올 걸 백 프로 맞혀버리는 거. 아무 관련도 없는데 신통하게 들어맞는 법칙들 말이에요. 그런 걸 나는 알고 있어요. 믿기지 않죠? 나도 이번 판만 끝내면 다신 안 믿을 거예요. 이 망할 카지노 동네에 다시 오지도 않을 거고.” “그렇게 되길 희망해봅니다. 카드 오픈하겠습니다.” --- pp.129-130 정소열은 두루뭉술한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증오했다. 리아가 카드를 읽은 것처럼 보였지만 우연일 수도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신이 행한 듯 보이는 기적도 그저 사람들의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은가? 확실치 않은 가설들은 진리의 탈을 쓴 채 세상을 미몽에 빠트리고 거짓된 선지자들이 설치게 만들 뿐이었다. 정소열은 리아 일행의 허위가 탄로 나거나 아니면 완전무결한 승부를 냄으로써 자신을 압도해주길 기대했지만 지난 승부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것이 정소열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저 흔하디흔한, 패배한 도박사라 치부하며 리아를 잊으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 pp.139-140 리아는 안 좋은 직감이 들었다. 구멍이 뚫린 왼쪽 신발 엄지발가락 쪽으로 반갑지 않은 바람이 느껴졌다. 신발에 뚫린 구멍과 양말에 뚫린 구멍이 일치해버린 것이다. 쓰레기 광산에 살아도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해서 각별히 신경 써왔는데, 그게 어긋나는 날에는 꼭 재수 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신발의 구멍 때문일까, 리아 일행이 마을 근처에 왔을 때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마을 쪽에서 들려온 것이다. --- p.163 명서진은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똑같이 헤쳐나갈 리아 일행에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 모든 게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했다. 불행은 공평하지 않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의 더러움과 치욕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피하고자 하는 자는 지름길을 찾을 것이고, 이기고자 하는 자는 싸우는 법을 찾을 것이다. 그들이 어느 쪽이든 카지노에서 일터로 관심을 돌린 건 훌륭한 선택이었다. 명서진은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 p.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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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집어삼키는 슈퍼컴퓨터와
또 다른 세계로 연결해주는 빛나는 문장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광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를 떠안는 대가로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국가에 요구한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옥신각신한 끝에 쓰레기 광산이 생긴 지 정확히 10년 뒤에 동광 카지노가 문을 연다. 동광 카지노는 지역 경제의 블랙홀이 되어 모든 지역 사업은 도박광들을 위한 장사로 통일되고, 어른들은 또 그렇게 번 돈을 도박장에 쏟아넣었다. 오직 동광 카지노만이 돈을 불릴 수 있었다. 동광시 정평읍 사거리의 버거리아 화장실 두 번째 칸에서 뚝 떨어지듯 태어난 리아는 쓰레기 마을에 모인 쓰레기 난민들을 위한 폐컨테이너에 살며 종일 쓰레기를 뒤져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동광시의 유일한 사립대학교가 폐교했을 때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산업폐기물인 슈퍼컴퓨터를 손안에 넣게 된 리아는 비로소 이곳을 탈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리아는 하나의 본체에 여러 개의 하드웨어 연결을 거듭하며 끝없이 데이터를 수집했고,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이닝 머신은 서로 상관없는 사건들로부터 경향성을 도출해내 그 인과를 문장으로 뱉어냈다. 소나기가 오는 시간대에는 편의점의 우산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등의 납득 가능한 인과에서부터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것까지. 면봉 판매량이 감소한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한다거나, 고등어 어획량과 강력범죄 검거율이 비례한다는 등의 결괏값에 대해서는 누구도 왜 그런지 설명할 재간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낸 문장들 가운데 ‘카지노’와 관련된 문장들을 수집해 구현 가능한 것들을 추려낸 리아는 드디어 동광 카지노로 출전할 것을 선언한다.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신에 찬 리아는 그렇게 빛나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것을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